33. 위기가 있어야 여행이지

2016년 10월 29일, 38일 차, 바라나시에서 아그라

by 오상택

바라나시가 왠지 그리워질 것 같은 아침이 왔다. 오늘은 야간 기차를 타고 아그라로 이동하기로 한다. Joanna와 같이 이동하기에 각자 낮에는 자유시간을 갖고, 함께 역으로 가서 기차를 타기로 한다.



일정 : 바라나시 - 아그라




폭풍 전 오후?


Joanna는 4대 불교 성지 중 하나인 사라 나스에 가기로 한다. 거리가 꽤 돼 보여서 릭샤 비용이 많이 나올 것 같다는 판단에 나는 사진 정리하면서 편지를 몇 통 적기로 했다. 이 과정 중에 시간을 날리는 몇 행동 - ATM을 찾으러 나갔는데 여긴 아침에 돈을 안 뽑으면 잔액이 없어서 돈을 못 뽑게 된다던가, 유심카드를 사려했지만 디왈리 축제기간이라 상점이 문을 안연 다던가, 삐끼에게 물려 강제로 상점 구경을 하게 되었다던가 -이 있긴 했지만 아주 여유 있게 움직였다. 바라나시가 그리워질 줄 알았다면 열차를 일찍 예약하는 게 아닌데라는 생각과 함께. 짐을 호스텔에 맡겨 놓았기에 일정 시간 이후부터는 호스텔 루프탑에서 노트북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위기가 있어야 여행이지


열차가 5시 25분 기차였기에 3시에 Joanna와 호스텔에서 보기로 했는데 3시에 메신저로 연락이 왔다. "길 위인데 많이 막힌다. 3시 30분까지는 갈 것 같다." 크게 늦는 시간이 아니니까라고 생각하며 해가 뜨거워져 건물 안으로 들어와서 기다렸다. 3시 20분, 30분, 40분... 4시가 되어도 그녀는 나타나질 않았다. 내가 이렇게 불안해 할 수밖에 없는 까닭은 티켓을 그녀가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너무나 불안한 마음에 창고에 그녀의 짐이 정말 있는지 눈으로 한 번 더 확인해 보기도 하고, 밖에서도 기다려보기도 했다. 5시 차... 여기서 역까지 오토릭샤로 20분. 오토릭샤를 잡으려면 고돌리아까지 걸어야 하는데 그게 한 10분. 제발 4시 10분까진 와야 할 텐데 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녀가 왔다. 땀을 뻘뻘 흘리며. 엄청나게 미안해했지만 그럴 여유가 없었다. 빛의 속도로 내 짐과 그녀의 짐을 끌고 나와 전속력으로 고돌리아로 달렸다. 난 정말 축제를 싫어한다. 가격 오르고, 사람 많고. 여행자에겐 최악이다. 역시나 디왈리 축제 때문에 일대 도로는 마비였고 도로가 통제되어 오토릭샤가 다닐 수 없는 길도 있었다. 겨우 릭샤 한대를 잡아 탔지만 길이 막혔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10분 전에 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전속력으로 뛰면 탈 수 있다! 인도 기차는 초반 속도가 느려서 달려서 타기도 한다! 플랫폼을 확인하고 미친 듯이 뛰어서 23분에 플랫폼에 다다랐는데... 어? 열차가 없다. 내가 플랫폼에 잘못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30초 만에 다시 플랫폼을 재 확인했는데 동일한 플랫폼. 24분. 아, 아닐 거야.라고 생각하는 순간 25분이 되었고 옆 승강장에서 열차 한대가 떠나는 것이었다. 설마. 아. 아닐 거야. 정말? 에이. 왜 그래? 난 진짜 최선을 다했단 말이야. 뒤늦게 절망적인 표정으로 Joanna가 왔지만 이미 벌어졌다. 열차가 떠난 것이다.



What the Hell or Heaven?


우리는 다급한 마음에 사람들을 붙잡고 우리 열차 번호를 물었다. 문제는 인도 사람들은 열차 이름을 갖고 행선지를 파악한다. 영어가 되는 이도 적고... 한참을 묻다가 어떤 사람이 '그 열차 여기 올 거야. 아직 안 온 거야.'라고 말해주었다. 인도인들은 항상 거짓말을 장착하기에 난 곧이곧대로 믿지 않고 몇 사람에게 더 물었다. 아그라 포트행 기차가 갔냐고. 그러자 한 인도인 청년이 '야, 나도 아그라 가는데 걱정 마. 연착이야.'라고 말해주었다. 나와 Joanna는 그제야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안심이 되었다. 인도의 연착이 우리를 살리다니! 열차는 잠시 연착이 아니라 꽤 연착되어 30분이 지나야 왔고, 그 이후로도 한 시간이 지나서야 출발을 했다. 인도의 연착에 심히 감사했는데, 이 것은 후에 다시 감사하지 못할 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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