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로컬이 돼라

2016년 11월 1일, 41일 차, 아그라에서 델리

by 오상택

인도 들어온 지 일주일 정도가 지났다. 계획표 상으로는 한 달인데 내가 너무 급하게 둘러보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물론 그 이유에는 일행이 있긴 하지만. 어찌 됐든 오늘은 인도의 수도 델리로 이동한다. 몸이 완전히 낫지 않은 까닭에 충분히 아그라 포트 따위는 볼 생각도 없이 충분히 쉬고 이동하기로 한다. Joanna와 한 이야기한 것 중 하나가 오늘은 우리가 Local이 되어보자는 것이었다. 베트남에서 만났던 국호 씨와의 일화도 생각이 났고, 아그라와 델리는 그렇게 멀지 않은 거리기에 모든 것을 현지인이 된 것처럼 즐겨보기로 한다.


릭샤는 원래 합승하는 거다


남문까지 걸어가 아침을 먹고 한참을 로비에서 노닥거리며 기차 정보를 확인한 뒤 길을 나섰다. 오늘은 우리에게 배정되는 좌석이 아닌 인도에서 흔히 말하는 '이등석(Second sitting)'을 타고 갈 예정이라 예약이 필요가 없었다. 문제는 우리 숙소에서 조금 더 가까운 아그라 포트 역에는 열차가 없고 아그라 칸트(아그라 캔톤) 역에 열차가 더 많이 오기에 릭샤를 타고 이동하기로 한다. 인도에서 릭샤를 아무 생각 없이 타기가 쉽다. 싸니까! 10킬로미터쯤을 가도 두, 세 사람이 타면 보통 200루피 정도를 부르거나 흥정해서 100루피, 한 사람이 통상 50루피 정도 내면 천 원 꼴이니 당연 저렴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지인들이 돈 내고 타는 것을 보면 단돈 10 INR이다. 어제 이미 그것을 경험한 Joanna는 우리도 오늘 그렇게 해보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짐을 잔뜩 맨, 딱 봐도 나 역에 데려다주십시오 하는 여행자들을 그 돈에 모셔다 줄 릭샤 기사가 쉽게 나타날 리 없다. 한참을 묻고 또 묻다가 짐 값 10 INR에 몸 값 10 INR로 한 사람당 20 INR에 한다. 이 가격이 가능한 이유는 우리가 가면서도 사람을 태워서 가기 때문이다! 현지인들은 다 그렇게 이용하더라는... 물론 역까지 직행으로 가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지만 우리는 열차 시간보다 미리 나갔기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합승도 나름 재미가 있다. 앞자리에서 아슬아슬하게 앉아서 움직이는, 옆사람과 묘한 자리다툼을 하는, 알 수 없는 힌디어를 듯는 여러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인도를 보고 싶다면 이등석을 타라?


아그라 캔톤 역에 도착해서 바로 티켓 오피스로 뛰어갔다. 외국인 전용 창구도 필요 없으니 정말 편리했다. 가장 빠른 뉴 델리행 이등석 표를 달라니까 5분 뒤 바로 있다고 했다. 우리가 알아본 바론 그 시간대에는 없었는데 연착이 되면서 온 듯했다. 그리고 심지어 SUPERFAST! 바로 승강장으로 달려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열차가 멀리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 시각 Joanna는 티켓을 살펴보는데 어딜 봐도 좌석번호가 없다는 것이다. 사실 난 좌석 번호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그녀는 이것이 나름 당황했던 듯했다. 나중에 들은 것인데 'Second Sitting'이기에 좌석은 있는 줄 알았다고. 그렇게 들어온 열차에 좌석이 있을 리 없었다. 아그라가 출발역이 아니기에 이미 좌석은 다른 사람들이 다 앉아있고, 심지어 짐을 실는 공간에도 사람들이 앉아있거나 누워있었다. 나와 Joanna는 기차 탑승구 쪽 통로에 겨우 짐을 놓고 몸을 기대어 왔다. '그래도 Superfast잖아'라는 위로를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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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_11_01_IMG_2934.jpg 인도를 볼 수 있는 하나의 창구, 이등석! 체력이 남는다면 도전하라

누군가 인터넷에 그런 글을 썼었다. 진짜 인도를 보고 느끼고 싶다면 이등석을 타보라고. 정말인 듯하다. 사람이 분명 가득 찼는데 사람이 더 탄다. 인도 사람들의 체취를 아주 가까이에서 맡을 수 있고, 인도가 사람이 많은 나라고 인프라가 아직 모자라다는 것을 온몸으로 부딪혀 느낄 수 있다. 그렇게 붐비는 와중에도 땅콩과 사모사를 팔기 위해 상인들은 움직이고 사람들은 시끄럽게 떠든다. 정말 덥고, 불편하기 그지없고 인도의 불편한(?) 면은 다 느낄 수 있음에도 '로컬이 되었다'라는 묘한 성취감과 거기에 적응하는 나 자신이 기특한 느낌도 든다. 당신이 이 등석을 타야 할 일이 없다면 절대 권하지 않겠지만, 타야 할 일이 생긴다면 온몸으로 마주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굳이 버스를 타며 피해야 할 이유는 없다. 다만 장시간 열차라면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는 있다!


완전한 로컬이 될 수 없는 이유


하지만 우리의 로컬 체험은 딱, 거기까지였다. 델리에 도착한 후 숙소로 가야 하는데 우리가 원래 가야 할 기차역에는 우리가 탄 기차가 가지 않아 릭샤를 타고 더 이동해야 했다. 하지만 여기서 만큼은 릭샤 기사들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아무리 여행이 길어지고, 아무리 행색이 초라해진다 한들 우리는 여행자였던 것이다. 게다가 숙소를 정함에 있어서 나는 조금 더 불편하지만 저렴한 숙소를 이용할 수 있었지만 Joanna는 그럴 수 없었나 보다. 결국 400 INR의 도미토리로 숙소를 정하게 되었다. 물론 나중에 알게 된 사실로는 이 숙소가 굉장히 준수한 수준에 속하는 도미토리라 그 가격대면 합리적이라는 것이었지만, 우리는 하루 완전한 로컬로 지내는 것에 실패했다. 애초에 우리가 인도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와 결국은 스스로의 마지 노라인을 부수지 못해서. 그래도 짧게나마 강렬하게 느낄 수 있던 현지인 같던 시간에 숙소에서 한참을 헛웃음과 진짜 웃음으로 보내다 숙소에서 하루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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