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인도에서 중국을 느끼다

2016년 11월 2일, 42일 차, 델리

by 오상택

이등석 체험은 생각보다 고됬던 것 같다. 아니면 호스텔 커튼이 너무 어둡던가. 잠을 9시까지 자버렸다. 이런 경우가 흔치 않은데 말이다. 오늘은 밀린 빨래와 함께 휴식을 취하면서 바라나시에서 못 만들었던 심카드도 만들고 휴식을 취해보기로 한다. 몸이 아픈 게 다 나은 것 같지도 않으니 이런 여유 시간이 필요한 것도 사실.


일정 : 델리 - 구르가온(화웨이 인도지사)


뉴 델리의 스타팅 포인트, 빠하르 간즈

IMG_5346.jpg 빠하르 간즈의 모습. 언뜻 보면 카오산 로드와 닮아 있다

인도의 수도 델리는 굉장히 큰 도시다(그렇다고 다른 도시가 작다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머무는 지역, 그러니까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델리를 와서 머무는 가장 대표적인 지역은 바로 빠하르 간즈라는 곳이다. 숙소 밀집지역답게 많은 레스토랑과 여러 편의시설들이 많다. 길거리에는 수많은 노점들과 헤나 가게 그리고 릭샤 운전수들이 있으며 골목 끝에는 청과시장이 있어 과일 파는 사람들이 꽤 많이 있다. 뉴델리역과도 가까워 철도 예매가 용이해서 많이들 머물지만 사실 이 곳의 물가는 최악이다. 한식당 물가는 어차피 논외지만, 로컬 식당을 가더라도 바라나시의 3배, 아그라의 1.5배 정도 되는 가격이라 식당에서 밥 먹는 것이 여간 큰 결정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맛도 사실 바라나시보다 떨어지는 기분이다(사실 맛은 아그라를 따라갈 수가 없다. 최악이었다). 열차표에 따라 이 곳 빠하르 간즈에서 머무는 기간이 달라질 텐데 내가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 모습이다. 언뜻 보면 태국의 카오산 로드 같기도 하고.


델리 구르가온에서 중국을 느끼다


아침 늦게 나가 간단히 밥을 때우고, 한인 식당에서 인도 유심을 구매한 뒤 돌아와서 열심히 빨래를 했다. 오랜만에 셔츠를 입었는데 이 등석에서 땀을 뻘뻘 흘리는 덕에 목덜미에 찌든 때가 한가득이었다. 한참을 열심히 빨고 난 뒤에 지쳐서 잠이 들었다(...). 몸이 아직 제 기능을 다 회복하지 못하니 영 쳐진다. 고기가 생각이 난다. 한숨 자고 일어나니 저녁이었다. 방의 다른 중국인인 Ann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네가 혹시 TAEK이니?' 묻길래 무슨 일이냐 답하였더니 Joanna가 자신의 친척이 있는 화웨이 인도지사로 우리를 초대했다는 것! 졸지에 계획에도 없던 델리 남부의 부촌(!), 구르가온을 가게 되었다. 뉴델리에서 델리 메트로 옐로 라인의 종점에서 만난 Joanna와 Ann과 나는 구르가온에서도 다국적 기업의 사무실들이 몰려 있는 한 빌딩에 다다르게 되었다. 그곳에서 화웨이 본사에 다니고 있는 그녀의 친척을 만났다. 그리고는 바로 식당으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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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느라 정신이 없어서 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 없었는데, 식당이 엄청 좋았다! 현지에서 생활하는 중국 직원들을 배려해 전부 중국 메뉴로 구성되어 있었다. 맛은 말할 필요도 없이 좋았고. 한국에 있었을 때 친구의 회사(피X캐스트)에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곳의 카페테리아를 떠올리게 했다. 중국 회사라고 상상하기보다는 구X이나 우리나라 네X버 같은 대기업의 사내식당 같았다(물론 화웨이도 그런 다국적 기업인 건 맞지만). 밥을 먹으며 너무 놀랍다고 하니까 중국이 정말 성장이 빨라서 그렇다며 중국인 친구들도 웃으며 말했다. 중국이 대단해졌음을 느낀 것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밥을 먹으면서 대화하다가 들은 것인데 환전이 필요한 중국인 친구들이 돈을 알리페이로 보내고 친척에게 현금으로 받겠다는 것. 이건 우리나라 카카오톡과도 비슷한 것 같아서 '우리도 비슷한 게 있어.'라고 말했더니, 여러 나라를 여행했던 그들이 말하길 알리페이 단말기도 요즘 세계적으로 보급이 많이 되는 추세여서 중국, 동남아, 그리고 미주 권에서는 아예 현금이 필요 없었다고. 우리나라도 우리나라 안에선 현금이 많이 필요 없어진 추세였는데 한국을 벗어나면 그러하지는 못하다. 그런데 중국이 이미 그런 부분을 선도하고 있다는 것에 정말 충격적이었다. 흔히 인터넷이나 매체를 통해서 '중국이 성장했다.'라는 기사를 접하고 봤는데 실제로 그런 모습들, 그리고 여행에서 만나는 중국인들의 모습을 보면 정말 중국이 이제 더 이상 '떼 놈'이니 '짱깨'니 하며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오늘을 계기로 더더욱.


디왈리의 또 다른 이면, 매연


올 때에는 낮이었고, 전철을 타고 왔기에 그 심각성을 느끼기 어려웠는데 식사를 마치고 해가 질 무렵이 되었는데 시야가 완전히 막혔다. 처음에는 안개라고 생각했는데, Joanna의 친척이 말하길 매연이라고. 원래 델리가 굉장히 공기가 안 좋은 도시인 것은 유명한데, 오늘은 평상시의 공기 오염도의 2~3배를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나중에 신문기사를 보니 디왈리 때 사람들이 하도 폭죽을 많이 터뜨려서(...) 그렇다고. 화웨이에 근무하는 모든 사람들은 방진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녔고, 덕분에 나도 하나 받게 되었다. 뭐 그게 큰 의미는 없었는지 델리에 있던 내내 숨겨왔던 나의 비염이 다시 자라나서 감기 걸린 사람처럼 코맹맹이로 지내야 했다. 델리를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이유 중 하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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