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혜자 도시, 조드푸르

2016년 11월 5~6일, 여행 45~46일 차, 조드푸르

by 오상택

씨 두 잔의 힘은 강력했다. 바나나 두 개로는 틀어막을 수 없었다. 열차 화장실을 세 번이나 이용했으니. 델리의 소음을 경험했던 터라 조드푸르는 내게는 조용한 도시였다. 오랜만에 약간 넓은(?) 바라나시의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 좋았다. 도착 첫날은 휴식한다는 나의 철칙을 어겨보려 했지만 천성이 게으르면 그런 게 될 리 없다. 결과적으로 조드푸르에선 총 4박을 한 셈이 되었는데, 지낸 기간에 비에 한 것이 없으므로(!) 바라나시에서 누려보지 못한 여유 여기서 누렸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서 이틀씩 여행기를 묶어보려 한다.


일정 : 조드푸르 - 메헤랑가르트 포트



11월 5일 : 제정신을 차린 물가


이걸 보고도 여유를 못느낄리 없다. 숙소 옥상의 모습

조드푸르에서 머물 숙소를 먼저 찾기로 했다. 한국인들이 많이 있기로 소문난 모 숙소의 위치를 파악해놓은 상태에서 몇 숙소를 먼저 확인하고자 가장 유명한 한 숙소에 들어갔다. 이 숙소가 외국인들에게는 왜 유명한지는 모르겠으나, 한국인들에게는 '김종욱 찾기'에 나온 사장님(!)이 있어 유명하다고. 들어간 방 중 가장 저렴한 방을 보여 달라고 하니 한 방을 보여 주었다. 마치 감옥의 독방(...)을 떠올릴 만한 아주 작은 방. 처음에는 너무 작아 조금 꺼려졌는데 가격이 150 INR(한화로 3,000원)이라는 말에 눈이 번쩍 뜨였다. 델리의 반 값도 안 되는 가격... 그러나 너무 작은 환경에 다시금 정신을 차리고 다른 곳을 알아보고 오겠다고 했더니 100 INR! 고민의 여지없이 바로 결정해버렸다. 고팔의 한식당이 유명하다 그래서 메뉴를 봤는데 음식 가격들도 100~200 INR대로 델리의 한식당보다 현격히 저렴했다. 바라나시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랄까. 제정신을 차린 물가에, 두 잔의 라씨로 힘들었던 나의 속도 달랠 겸 오랜만에 신라면을 시켜 먹었다. 조드푸르, 너무나 좋은 곳... 여유로운 모습과 멀리서 보이는 메헤랑가르트 성의 전경을 보며, 그리고 먼지 없는(델리에 비하면 어마어마하게 적은 먼지!) 작은 도시의 여유를 온몸으로 즐기며, 못다 한 휴식과 빨래 등을 하며 하루를 여유롭게 흘려보냈다.


11월 6일 : 혜자 도시, 조드푸르


오늘은 조드푸르 유일의 볼거리라고 해도 좋을 메헤랑가르트 성에 올라가 보기로 한다. 조드푸르에 온다면 메헤랑가르트 성에 반드시 가봐야 한다. 정말 혜자 도시라는 말의 화룡점정이 메헤랑가르트성이기 때문이다. 먼저, 입장료는 600루피로 굉장히 인도스럽다(타지마할, 아그라성, 붉은 성을 생각해 본다면). 여기서 만약 학생증(한국 학생증도 가능!)이 있다면 400루피로 입장할 수 있다. 나는 학생은 아니지만 늘 학생증을 가지고 다니기 때문에 할인에 성공했다(후후). 게다가 오디오 가이드가 무려 무료! 게다가 한국어! 심지어 콘텐츠를 굉장히 잘 만들어 놔서 비싼 입장료를 내고도 아깝다는 생각을 단 한 순간도 해 본 적이 없다. 시작부터 혜자 님의 은총이 가득한 성을 오디오 가이드 동선에 따라 둘러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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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가이드가 굉장히 재밌게 구성되어 있어서 한, 두 시간이 금방 흘러간다. 오디오 가이드 속 가장 흥미롭게 기억되는 건 이 성이 단 한 번도 함락을 허락한 적이 없는 성이며, 최근까지도 왕이 실제로 사용했던 왕궁이었는데 자신의 왕실을 위상을 알리고 싶어서 왕이 거처를 옮기고 성을 개방했다는 점. 인도 와서 이런 식으로 한국 생각이 날 줄 몰랐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우리나라에선 그런 걸 보기 너무 힘든 것 같아서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디오 가이드를 모두 마치면 박물관을 다 본 것이고 그 이후에는 제한된 일부 구역을 성벽을 따라 걸어볼 수 있다. 이 곳 벽면 곳곳 개구멍(?)들이 있는데, 여기로 보는 조드푸르의 풍경이 일품이다.

조드푸르가 왜 블루시티인지 알 수 있다

오디오 가이드를 들어보면 조드푸르가 왜 블루시티로 불리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확인하시면 되겠지만, 사실 무슨 이유인들 어떠할까. 그냥 파란 그 도시가 아름다우니 그걸로 된 건데! 그냥 내려가려다가 다른 길로 가보자는 심보로 도로를 통해 내려가는데 더 멋진 장관들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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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이 샛길로 걸어 올라오는 걸로 아는데, 도로를 통해서 이런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가끔은 다른 길을 골라 보는 것이 역시 도움이 된다. 다양한 볼거리를 잔뜩 봐서 너무 기분이 좋았다. 델리와 다르게(!) 혜자 도시임을 다양하게 느끼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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