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굿바이, 조드푸르

2016년 11월 7~8일, 여행 47~48일 차, 조드푸르

by 오상택

도착한 첫날, 쉬면서 한 일 중 하나는 영화 '김종욱 찾기'를 관람하는 것이었다. 이 조드푸르가 그 영화의 배경이기 때문이었다. 좋은 내용과 결말, 그리고 뮤지컬과 연극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운 편집 등이 아주 재밌는 영화였다. 하루쯤은 김종욱 찾기 속 배경들을 찾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했다.


11월 7일 : 내가 공유가 아닌데, 임수정이 있을리 없지

어제 아침을 먹었던 곳에서 또 찾아가 아침식사를 마치고 오전에는 기차표를 예매하러 갔다. 원래는 8일에 바로 체크아웃을 하고 자이살메르로 가려고 했으나 기차표도 없고, 마침 한국에서 델리를 거쳐 자이살메르로 바로 오는 일행을 구해 사막 사파리를 같이 하기로 하기도 하여 11월 9일 체크아웃을 하고 자이살메르로 가는 기차표를 끊기로 한다. 덕분에 하루를 더 쉬게 생겼으니 좋다고 해야 하나. 숙소로 돌아가 보니 이제 여행을 막 시작한 '준영'이가 도착해서 조드푸르의 풍경에 감탄하고 있었다. 여행을 시작한 이래로 이러한 풍경을 본 적이 없다는 준영이는 너무 정신이 없고 어렵다며 자신의 일정을 말했는데, 보니 나랑 비슷한 것 같아서 내일모레 떠나는 기차를 타고 갈 생각이 없냐고 묻자 좋다고 해서 다시 기차역에 가서 기차표를 예매해 주었다. 유럽여행도, 뉴질랜드 여행도 해봤다는데 뭔가 인도에 와서 멘붕을 겪는 모습이 애잔했다. 돌아가는 길에는 김종욱 찾기 속 배경들을 최대한 비슷한 구도로 담아보며 영화 속 내용을 다시 떠올려 보기로 했다.

수학에서 사용하는 증명방법 중 '전제가 거짓이면 명제가 참'임을 이용하는 증명방법이 있다. 애초에 임수정을 찾을 생각도 없지만, 역시 공유가 아니기에 임수정이 나타날 리가 없으므로 김종욱 찾기는 사실이었다(응?). 어쨌든 간에 영화에서 봤던 장면과 같은 구도를 찾다 보니 영화 속 모습이 오버랩되는 기분이었다. 색다른 테마여행이 되는 기분이었다. 물론 중간에 준영이는 인도의 힘찬 물갈이에 숙소로 돌아가야 했지만. 오랜만에 한국인과 오붓한(?) 시간을 같게 되어 너무 좋았다. 그리고 이 친구와 며칠은 더 함께 다니게 되어서 더 설레기도 했다.


11월 8일 : 조드푸르의 마지막 날


원래는 마지막 날에 발리우드 영화를 한편 보고 싶었다. 델리에서도, 바라나시에서도 번번이 인도 영화 관람을 실패했던 지라 이번엔 성공하고 싶었는데, 이것마저도 쉽지 않다. 언제 어디서 발리우드 영화를 볼 수 있게 될지 모르겠다. 다음 목적지인 자이살메르에서 함께 낙타 사파리를 할 한국인 동행 '혜원'씨와 한참을 연락(그 친구도 인도 열차에 대해 아는 바가 많지 않았다. 한참을 강의했다.) 하다가 편지지를 사러 나갔다. 조드푸르에는 편지지를 파는 책방 같은 곳이 없다. 그래서 메헤랑가르트 성 내의 뮤지엄 샵이나 메헤랑가르트 성 근처의 사설 매장 등에서 사는 것이 저렴한 엽서를 사기에 가장 안성맞춤이다. 밖에서는 향신료 가게에서 엽서는 없고 스텐실 그림이 그려진 편지지를 구할 수 있었는데, 가격이 나가는 편(엽서의 10배!)이었다. 한참을 실랑이를 하고 깎아서 산 뒤 편지를 붙이니 하루가 거의 다 갔다. 남은 시간은 메헤랑가르트 성을 멍하니 보는 것으로 보냈다. 준영과 나는 한참을 보면서 '정말 평화롭고 아름답다.'라는 말만 반복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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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하랑가르트와 준영이의 뒷모습. 나랑 뒷모습 비슷하니까 나라고 해도 믿을 것이다(웃음)

준영이는 여리고 꿈 많은 아이 었다. 메헤랑가르트에 큰 감동을 느끼며 자기가 살아온 삶을 짧게나마 이야기해주는데, 그런 아이에게 인도는 큰 도전이었다. 나랑 비슷한 삶을 지내기도 했고. 그래서인지 더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물갈이 때문에 고생하면서도 메헤랑가르트를 보며 '형, 너무 아름다워요! 저 다시 조드푸르로 오고 싶어요. 너무 고마워요!'라고 똘똘한 눈망울로 바라보는데, 내 오지랖에 고마운 마음과 함께 이 친구가 참 맑구나 싶었다. 앞으로 자이살메르에서도 함께하게 될 일정이 너무나 기대되고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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