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모래바람 맞으며, 자이살메르

2016년 11월 9일, 여행 49일 차, 조드푸르에서 자이살메르

by 오상택

다이내믹하였다. 델리에서 출발하기로 한 자이살메르 동행인 '혜원'이 티켓을 발권받아야 하는데 남은 좌석 수를 실시간으로 확인했다. 110에서 80, 80에서 50, 50에서 30, 그리고 두 장이 남아있었다. 혜원 씨가 델리에 도착했을 즈음에 한 장이 없어지는 것을 보고, 그녀가 티켓을 예매했으리라 생각하고 우리도 새벽 기차를 탑승하러 출발하기로 했다. 사막이 있는 그곳, 자이살메르로!



일정 : 조드푸르 - 자이살메르



열차에서 사막을 마주하다


새벽 5시 기차를 타기 위해서 새벽 3시부터 일어나 짐을 챙기고 씻고 이르게 나섰다. 델리에서 출발한 열차는 다행히 연착 없이 도착했다. 인도의 새벽은 굉장히 차갑다. 같이 가는 준영이는 새벽의 이동이 쉽지 않은지 슬리퍼 칸에 바로 침낭을 펴고 누웠다. 나는 억지로 외투를 입지 않았다. 해가 뜨면 금방 뜨겁게 달구어지는 것이 기차니까 라는 생각에. 한 시간을 바들바들 떨었고 해가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주했다. 사막!

사막 같지 않겠지만 사막. 완전 황량한 사막은 더 가서 나왔으나 너무 강한 모래바람으로 인해 카메라를 꺼내기가 두려웠다

사막이 내게 특별한 이유가 있다. 2012년, 군 생활을 마칠 때 즈음 군대 동기 중 가장 친한 LJ군과 어딘가에서 얘기를 했을 것 같다. 전역 이후 유럽여행을 준비하고 있던 그에게 "나중에 전역하고 자금 마련되면 꼭, 같이 사하라가 됐든 고비가 됐든 사막을 가자! 남자라면 사막이지!"라며 사막에 대한 전의를 다졌다. 황량한 모래밭과 그 어떤 조명의 방해도 받지 않는 곳에서 쏟아질 별 빛. 전역한 이후 그는 굳이 신지 않아도 될(?) 미군 ACU 사막화를 샀다고 자랑했지만 우리 모두 사막에 갈 기회가 없었는데, 내가 먼저 물꼬를 터버렸다(!). 자이살메르에서의 사막 사파리 투어가 더욱 기대되는 순간이었다. 물론 그 기대만큼 모래바람도 세차게 불었고, 두어 시간이 더 지나고서야 인도에서 사막을 만날 수 있는 도시인 자이살메르에 도착할 수 있었다.



혼자 보단 둘, 아니 둘보다는 다섯!


만나자마자 찍은 사진은 없기에 이 사진으로 대체한다

자이살메르 역에 내리면 역에서 모든 사람들을 만나기로 했다. 나와 조드푸르에서 함께 출발한 '준영'이는 어리바리하게 늦게 내렸다. 델리에서 출발한 나와는 동갑인 '석재'와 멋진 문구가 적힌 모자를 쓰고 있던 '정우' 그리고 이 친구들을 델리행 비행기에서 만난 나의 오리지널 동행 예정자였던 '혜원'까지 둘이서 시작하려 했던 사막 사파리 일행이 다섯이 되었다! 이렇게 큰 그룹으로 다니는 것은 인도에서는 처음이었기에, 무엇보다 한국인 친구들과 다닐 이 여행이 굉장히 기대되었다. 한국인들이 낙타 사파리를 위해 많이 찾는다는 숙소를 미리 연락해 두어 짐을 풀고 한참을 쉬었다. 처음에는 당일에 바로 가는 어른들이 계셔서 자꾸 같이 가자고 하셨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이 멤버로만 가고 싶은 마음과 더불어서 델리에서 온 3명은 10시간 이상의 야간열차 이동이었기에 체력적으로 분명 힘들 것 같아서 내일 가는 것을 제안했고 다행히도 친구들이 그것을 수락해 주었다. 결과적으로 그 선택은 굉장히 유효했다. 숙소의 루프가 굉장히 아름답고 편안해서 누워서 널브러진다던가 고스톱(!)을 치면서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기 때문. 그냥 보내는 시간이 조금 아쉬워서 일몰시간 대에는 전망대에 올라가 자이살메르의 일몰을 보기도 했다. 조드푸르에서는 성이 항상 무엇인가에 조금 가리기도 했고, 숙소에서 보는 성이 굉장히 크게 다가오는 느낌이었지만 전망대에서 보는 자이살메르 성은 웅장하면서도 한눈에 탁 들어와 시원한 느낌이었다.

사막의 도시 다운 모습이었다. 언젠가 한번 연예인들이 휴가를 가는 사치스러운(...)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는데, 거기서의 자이살메르가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기에 인도에서 가장 기대했던 곳 중 하나였다. 그 기대가 가득 차는 일몰의 모습이었다. 다른 도시에서 본 성들과 다르게 사막과 가까워서인지, 그냥 내 기분이 그런 탓인지 저 성이 모래로 쌓은 성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괜시레 중동의 성 같기도 했고.


돌아가는 길에 와인샵에 들러서 럼과 림카(라임 탄산음료)를 사와 저녁을 먹으며 각자 이야기를 하면서 한 잔 했다. 입사를 앞두고 마지막(?) 여행을 온 친구 석재, 새로운 재 충전의 기회로 일을 정리하고 온 둘째 정우, 홍일점이지만 당찬 여행꾼 혜원이 그리고 보호본능 자극하는 조드푸르 동행인 준영이까지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밤을 보냈다. 한참을 이야기 하는데 갑자기 정전이 되었는데 밤에 별이 가득했다. 우리는 순간 장탄식을 지어냈고, 불이 곧 들어오자 아쉬워 했다. 하지만 동시에 내일 사막에 대한 기대감을 품었다. 각자 나눈 이야기와 갑자기 본 별들, 그리고 옥상에서의 분위기를 안고 침실로 돌아가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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