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사막에 서다

2016년 11월 10-11일, 여행 50-51일 차, 자이살메르

by 오상택

해가 떴다. 어젯밤 술자리에서 새벽에 일어나 일출을 볼 수 있다면 꼭 봐야지라고 말했던 것 같은데, 다섯 시에 잠깐 깨어났다가 이내 잠들었다. 다른 친구들은 어제의 야간열차가 피곤했던 건지, 술기운이 남았던 건지, 한 참을 일어나지 못했다. 사막이 너무 뜨거워 일찍부터 출발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오전에는 마을 주변을 산책하면서 몇 가지 일(다음 편에 후술 할 인도의 화폐 대란!)을 보고, 점심을 길거리에서 해결하면서 사막에서 먹을 술과 과일, 간식들을 사서 다시 숙소로 왔다. 이제 출발이다. 드디어 오늘, 나는 사막을 만난다.



일정 : 자이살메르 - 쿠리 사막



지프를 타고, 낙타를 타고, 사막으로

자이살메르의 사막은 마을에서 바로 벗어나면 보이는 곳은 아니다. 지프를 타고 사막에 있는 마을로 이동하는 것이 처음이다. 지프를 타기 위해 숙소 로비로 내려갔는데 우리 말고도 일본에서 온 '켄'도 함께 가게 되었다 (일본인 답지 않은 시원시원한 외모에 당황스러웠다). 약 한 시간 정도, 사막에 있는 마을까지 차를 타고 이동한다. 드라이버께선 늘 그랬다는 듯이 인도 음악을 틀어주셨는데 차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알지도 못하는 그 노래를 비슷하게 흥얼거리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건조하고 까끌한 모래바람이 날렸지만 누구도 창문을 닫지 않았다.

다른 사막 사파리 후기를 읽어보면 차가 멈추고 마을을 살짝 둘러본 뒤 출발한다고 했는데, 우리 지프 기사는 누군가와 열심히 눈빛 교환을 하더니 잠시 멈추었다가 그냥 이동하였다. 뭔가 사기를 당한 기분이지만 인도 노래에 빠진 터라 그냥 넘어가기로 한다. 그곳에서는 우리가 타게 될 낙타가 기다리고 있었다.


사막에 서다

사막의 입구쯤 되는 곳에 도착한 것이 약 3시. 해가 뜨겁게 모래를 달구고 있는 시간이었다. 우리의 짐을 낙타에 한 껏 옮겨 실은 뒤 낙타 몰이꾼들의 안내에 따라 낙타에 타게 되었다. 낙타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훨씬 키가 컸다. 말을 안 타봐서 정확히 묘사하긴 어렵겠지만 말보다 더 높이가 높을 것 같았다. 총 한 시간 정도 낙타를 탔는데 엉덩이가 너무 아팠다. 나중에 봤는데 엉덩이에 진물 이 날 정도였다. 그래도 타는 것 자체는 금방 적응해서 탔던 모두가 핸드폰으로 노래를 켜서 같이 노래도 들으면서 재밌게 낙타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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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까지 가는 길만 보면 여기가 정말 사막인가 싶을 정도다. 사막보다는 황무지에 가까운데 '이제 이 고개를 넘으면 사막이 보일 것'이라고 말한 몰이꾼의 말이 무섭게, 황무지를 지나 고개를 넘는 순간 눈 앞에 펼쳐졌다.

사막. 황량하고 뜨거운 그곳. 발걸음을 옮기면 내 발걸음이 남는 그곳. 여행을 떠난다면 가장 만나고 싶었던! 하지만 총 두 시간여의 이동때문에 벌써 해가지려 하고 있었다. 한국 친구들과 켄과 빠르게 모래 언덕 위로 올라가 해 질 녘에 찍을 수 있는 사진들을 빠르게 찍었다! 바로 사막에서의 점프샷과 실루엣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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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언덕 위에서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냈다. 해는 생각보다 빠르게 땅 속으로 사라져 갔고, 어둠이 찾아왔다. 짜이를 마시러 내려오라는 몰이꾼들의 말에 부리나케 내려갔고, 저녁을 먹은 후로는 캠프파이어로 어둠이 더 짙게 찾아 오기를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글로도, 사진으로도 담을 수 없는 사막의 밤

저녁은 인도의 백반, 탈리가 나왔다. 출발 전에 닭고기를 신청했던 터라 탈리를 요리하고 나서 캠프파이어 불로 닭을 익혀야 했기에 탈 리로 배가 찬 상황에서 닭을 먹게 되었다(그래서 조금 남았던 게 흠이자 장점). 우리 말고도 먼저 와있던 두 분의 한국분들이 계셔서 그분들까지 함께 캠프파이어로 시간을 보냈다. 캠프파이어를 하면서 가져왔던 맥주를 마시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사실 해가 완전히 들어간 시점부터 별은 보이기 시작한다. 다만 보름이 가까워지는 시점이었고 구름이 없었기에 별을 더 가득히 볼 시점이 되려면 1시 이후는 되어야 한다. 추위를 많이 타는 준영이와 이미 이틀 째 사막에 있었던 두 한국분들은 10시가 넘어 잠을 청했다. 나와 석재, 정우와 혜원 그리고 켄은 마지막까지 남아 하늘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그나마 일본어가 되는(?) 내가 켄과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 같다. 준비해온 음악을 들으며 여러 가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켄도 나와 석재와 동갑이었다. 그는 12월 입사 예정을 앞두고 세 번째이자 마지막 인도 방문을 택했다고 했다. 인도에 오기 직전 인도를 선택했다는 이유로 여자 친구와 헤어지게 되었다고도 했다. 괜시레 여자 친구에게 고마워지는 밤이었다. 켄은 음악과 격투기라는 상반된(?) 취미를 갖고 있었는데, 그래서 저녁에 우리를 위해 오카리나 연주도 직접 해주었다. 불을 쬐며 별을 보며 듣는 오카리나의 공명음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자정이 다 되어 갈 즈음, 우리가 가진 불도 점점 약해졌다. 마지막 남은 불씨로 우리가 사 왔던 인도라면과 혜원이의 소주(이 처자는 당당하게 병소주를 갖고 입국했다!)를 소진하자는 말에 캠프파이어 불에 얼갈이로 설거지를 하고는 라면을 끓여 먹었다. 모닥불이 사그라들자 어둠은 더 강해졌고, 별빛은 그만큼 선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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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상은 정말 내가 본 풍경의 0.0001%도 담기지 않았다

그 풍경이 어떻게 영상으로, 사진으로 담길 수 있을까. 글로도 담을 수 없다. 그냥 눈으로, 마음으로, 기억으로 담아야 할 풍경이다(물론 내가 영상도 사진도 글도 젬병이기에 담을 수 없는걸 수도 있지만). 그 날 먹었던 모래 가득한 라면도, 그 날 맥주와 소주를 마시며 나누었던 친구들과의 이야기도, 그 날 느꼈던 날카로운 모래바람도, 그 날 보았던 그 쏟아질 듯한 별들도. 그냥 눈에, 마음에, 기억에 담아두기로 다짐하며 잠이 들었다.


사막을 떠나며

별을 보느라 거의 4시쯤 잠이 들었었는데 역시 여행자 시계는 쉽사리 멈추지 않았다. 7시가 되니 바로 눈을 떴고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건 모래밭 넘어에서 올라오고 있는 뜨거운 태양의 붉은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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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고 곧 떠난다는 말에 밥을 먹은 뒤 다른 친구들은 피곤했는지 이불을 덮고 조금 더 쉬었지만, 나랑 홍일점 혜원이만 다시 한번 모래 언덕으로 가 몇 장의 사진을 남겼다. 그냥 이 사막을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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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사진을 찍으며 멍하니 사막을 더 보고는, 내려와 낙타를 타고 자이살메르로 돌아왔다. 사막에서의 밤이 피곤했는지 돌아오는 지프차에서 모두들 골아떨어졌고, 숙소에 와서는 모두가 그날의 밤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는지, 숙소 테라스에서 멍하니 하늘만, 사진만, 영상만 바라보았던 하루였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어쩌면 사막에서의 기억 속에서 완전히 헤어 나오지 못했는지도 모르겠다. 사막에 섰던 그 날이, 아직도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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