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12일, 여행 52일 차, 자이살메르
사막 사파리를 마치고 돌아온 밤 역시에도 사막에서의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이야기를 하라고 하면 계속하였겠지만 맥주를 마시고 피곤함을 느껴서야 잠에 청했다. 다음 날 나는 자이푸르로, 나를 제외한 모두는 조드푸르로 가야 했기에. 하지만 그때까지도 우리는 느끼지 못했다. 우리에게 다가올 몇 가지 시련들을
첫 시련은 조드푸르부터 같이 왔던 준영이었다. 어제 사막에서 졸지에 이불 위가 아닌 사막 모래 위에서 잠을 잤었는데, 그 때문인지 어제도 컨디션이 좋지 않아 복귀 후 바로 취침했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고열에 오한에 악몽까지... 복합적으로 시달리고 있었던 것. 시트가 땀으로 흠뻑 젖을 정도로 땀을 흘렸다. 조드푸르에서도 물갈이로 고생하느라 몸이 나은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자이 살 메르 와서 좋은 것 다 보고 나서 다시 또 아프니 자기도 서러웠나 보다. 몸도 몸이지만 마음이 지친 준영이에게 약 먹으면 나을 것이라고 다독이며 우리가 가진 약들을 나누어 주고 숙소에 없는 메뉴인 죽도 부탁해서 먹여서 빨리 낫도록 도와주었다. 그런 글을 본 것 같다.
여행에서 어딘가를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군가에게 돌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누군가에게 돌아가려면 건강한 몸이 먼저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준영이는 오후까지의 경과를 보고 같이 조드푸르로 이동할지, 자이살메르에서 하루나 이틀 정도 더 휴식을 취할지 결정하기로.
자이살메르에 도착하기 전부터 이미 이 공포는 시작되고 있었다. 사실 인도는 위폐가 굉장히 많은 나라기도 하다. 특히 고액권의 경우 그 정도가 심해, 모든 상점에서 고액권(500루피, 1000루피, 2000루피)을 내게 되면 항상 위폐방지 도안이 있는지 확인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런데 현 인도의 총리인 모디가 대대적인 위폐 청소를 위해 화폐개혁에 나선 것. 기존 500루피와 2000루피의 사용을 전면(!) 금지시키고 신권만 통용 가능하도록 불시에 발표한 것이다. 그럼 기존의 구권들은 종이 쪼가리가 되느냐, 그것은 아니다. 사용은 여전히 불가능하고, 계도기간 내에 은행계좌로 입금하거나 은행과 우체국을 통해 신권 또는 소액권으로 교환을 받으면 된다. 문제는 여행객은 인도 은행계좌가 없다는 것과 은행과 우체국을 통해 교환할 수 있는 신권과 소액권의 금액 제한이 1일 4,000 INR(한화 80,000원)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 물론 나의 경우는 일정의 2/3 가량 소화했기에 큰 문제는 아니었지만 다른 동행들은 이제 일정을 시작한 지라 모든 화폐가 구권이었던 것. 준영이의 상태를 살피고 바로 은행으로 달려갔지만 은행은 이미 만원이었다.
줄을 서면 기본 2시간은 서야 할 것 같은 느낌. 모든 은행이 이랬다. ATM을 쓰면 되지 않냐라고 말하겠지만 ATM도 1일 인출한도가 대폭 줄어 하루 2,000루피 밖에 인출이 불가능했고 그도 역시 줄이 엄청나게 길었다. 우리도 처음에 줄을 섰는데, 이건 도저히 답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돌아가려고 했다. 그런데 웬 외국인 할머니가 줄을 무시하고 그냥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우리 여권을 들이밀면서 'Foreigner!'를 외치니 들여보내 주었다! 일부 은행에선 외국인과 여자들에게 우선적으로 교환 기회를 주기도 했던 것. 웃긴 것은 친구들이 줄줄이 들어가고 내가 맨 마지막이었는데, 나를 일순간 막았다는 것. 나 그 정도로 인도인처럼 생기진 않았는데... 절망감에 여권을 보여주고 들어갔고, 우리는 가지고 있던 돈 중 4,000루피씩을 교환받을 수 있었다. 앞으로 며칠, 아니 몇 주는 이 화폐 대란 때문에 굉장한 고생을 할 것 같단 생각을 했다.
한참을 화폐와의 전쟁을 치르고 자이살메르 성에 잠깐 가서 성 내부를 구경하기로 했다. 자이살메르 성은 앞서 봤던 다른 성들과 달리 성 안에 아직도 사람이 살고 있었다. 밖에서 본 성의 모습은 웅장하고 견고한 느낌이지만 내부는 색채감이 짙고 활기찬 모습이다. 성 내부가 미로처럼 복잡해 길을 잃기도 쉽지만, 성벽 곳곳에는 일몰을 볼 수 있는 선셋 포인트가 있었다. 애석히 도 날씨가 좋지 않아 성벽을 따라 이동하는 코스는 포기하고 성 내부만 간단히 둘러보고 숙소로 돌아왔다.
나는 3시, 친구들은 4시 버스를 타고 이동하기로 했다. 다행히 준영이도 조드푸르로 이동할 수 있는 정도의 몸상태가 되었다. 잠깐의 휴식 후 내가 먼저 버스를 타러 이동하러 가야 했다. 외국인 친구와 다닐 때는 또 다른 느낌으로, 친구들과 다녔던 시간이 너무 재미있었다. 나누었던 이야기도 같이 본 풍경도 좋아서 일까. 헤어지는 순간이 못내 아쉬웠다. 사진 한 장을 급하게 남기고 우리는 헤어졌다. 만나면 언젠가 헤어짐이 있기에, 그리고 여행을 하다 보면 어디선가 또 만날 수도 있기에, 여행을 마치면 한국에서 다시 만날 수 있기에 다들 조심하라며 인사했다.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친구들이 그립다. 석재, 정우, 준영, 혜원, 모두 조심해서 여행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