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13~14일, 53~54일, 우다이푸르
3시에 출발한 버스는 다음 도시인 우다이푸르에 새벽 5시에 도착했다. 숙소를 예약하지 않고 다니고 있기에 숙소가 밀집된 지역까지 30분 정도 걸어서 이동해야 했다. 인도 사람들이 부지런 해 4시경이 되면 사람들 움직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는 하지만 꽤 이른 시간. 거리의 불도 적게 켜져 있었고 사람들도 거리에 많지 않았다. 숙소 밀집지역으로 이동하는 중 하늘을 보니 심지어 별이 보일 정도. 아, 그래 여기도 별이 보이지만 이제 자이살메르가 아니지. 뭔가 사막을 봤다는 것에 나의 목표가 달성된 냥 방전된 느낌이었다. 자이살메르에서도 쉬었지만 왠지 모르게 쉼이 필요한 듯한 느낌이었다. 우다이푸르는 그렇게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알아본 숙소는 도미토리였다. Joanna와 Ann이 추천해 준 숙소는 조식을 포함하면 250 INR 선
에서 숙박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문이 닫혀있었다. 전화도, 벨도 소용없었다. 나는 졸지에 계단에 앉아 1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곧 문이 열리고 스탭과 얘기를 하는데 350 INR을 부르는 것! 인터넷에서 예약을 해도 300인데 너무한 것 아니냐라고 물으니 인터넷을 연결해 줄 테니 거기서 예약을 하라는 것... 이럴 때마다 인도 사람들의 상인정신(!)에 치가 떨렸다. 정중하게 '나도 알고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택스도 떼어가고 하지 않냐. 그러니까 250에 조식 포함해서 호스텔을 내어달라. 내 친구들도 3~4일 전에 그 가격에 숙박했다.'라고 말했지만 강경했다. 너무 화가 나서 그냥 나와 버렸다. 더 사정하기도 싫고, 방은 많으니까 라는 생각으로 나왔는데 시간이 너무 이르기도 했고, 생각 외로 우다이푸르에는 호스텔이나 저렴한 방이 많지 않았다. 거리를 이리저리 20분 정도 헤매는데 숙소 삐끼(호객꾼)가 달라붙어서 방 찾냐고 계속 물어보았다. 처음에는 무시할까 싶다가, 싼 방이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 못 이기는 척 따라가 보았다. 방은 평범한 싱글룸이었는데 조금 지저분했다. 청소를 해달랄까도 싶다가 귀찮은 일일까 봐 말았다. 가격은 200 INR. 와이파이도 굉장히 빨라서 그냥 덥석 물었다. 중요한 점은 가격을 정하면 낙장불입이라는 점이다. 지저분하다는 점을 들어 청소를 받아내던가 미리 흥정을 해뒀다면 좋았을 텐데 체크아웃할 때 가격을 흥정하려니 이미 말한 가격이니 미안하다는 답밖에 들을 수 없었다. 그래도 불만스럽지 않은 가격과 불만스럽지 않은 시설로 우다이푸르에 머무는 동안 잘 쉬다 간 숙소였다. 인도의 사기꾼이 그렇게 많다지만 가끔은 이런 사기꾼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숙소에 짐을 풀고 한 동안은 움직이지 못했다.
우다이푸르는 건물의 색이 모두 흰색이다. 그래서인지 언뜻 보면 유럽의 어느 도시를 떠올리는 것 같기도 하다. 피촐라 호수와 어우러진 흰색 건물들은 참으로 아름답다. 호수 때문인지 호수가 잘 보이는 카페에 앉아 있으면 포카라를 떠올리게 하는 것도 있다. 하루는 우다이푸르 언덕에 올랐다. 케이블카를 타면 쉽게 갈 수 있다고 했는데, 나는 굳이(사실은 길을 잘못 들어 케이블카를 타는 곳이 어디인지를 알 수 없었다.) 걸어갔다. 30분 정도 지그재그로 난 등산로를 천천히 오르면 케이블카가 도착하는 곳 보다 더 높은 전망대에 도착할 수 있다. 조금 더 일찍 오고 싶었지만 기차표 예매에 길을 헤매는 등으로 인해 해가 넘어가는 위치에 있었다.
피촐라 호수와 곳곳의 흰색 건물들, 그리고 호수 위를 분주하게 움직이는 배들이 아름답게 보인다. 흰색은 여러 빛의 색이 모두 반사되어 보이는 색이다. 그리고 다른 빛의 색이 있으면 그 색에 물들어 버리는 색이다. 그래서 WHITE CITY라 불리는 이 우다이푸르는 시시각각 다른 빛으로 물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다이푸르가 아름다운 이유는 호수와 함께 있어서도, 깨끗한 도시경관도 아닌 이러한 이유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사진을 찍다가도 한동안 해가 넘어가면서 조금씩 변하는 도시의 모습에 입을 벌리고 구경하기도 했다.
델리 이후부터 한국인을 길가에서 만나는 경우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자이살메르에선 의도치 않게 일행이 많이 늘어난 것이지만. 전망대에서 일몰과 슈퍼문(!)까지 다 보고 내려와 숙소 방향으로 가던 찰나에 호수에 비친 야경을 한 번 더 찍고 싶어서 이동하고 있었는데, 웬 한국분들이 인사를 걸어오는 것! 이름도, 연락처도 교환하지 않은 채 호숫가에서 자신들이 먹던 맥주를 나눠주며 급 수다파티가 벌어졌다. 갓 스무 살 된 인도 여행 커플과 스물네 살 갓 전역한 여행자였다. 이들은 델리에서 자이푸르를 거쳐 우다이푸르로 처음 넘어온 것이었다. 자이살메르에 간다길래 이런저런 정보를 주며 이야기를 나눴다. 사실 지금에도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단 하나 기억이 남는 것은 '왜 저 때 여행을 떠나지 못했을까?'라는 생각을 했던 나 자신이었던 것 같다. 나보다 항상 나이가 있으신 분들을 만나면 '그래도 그 때라도 떠날 수 있는 게 어디예요?'라는 말을 들었던 것 같은데 그 포지션이 나에게로 옮겨진 듯했다. 지금에라도 떠날 수 있음에 대한 감사와, 왜 그때 떠나지 못했는가에 대한 후회가 술기운과 함께 올라오는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