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24일, 여행 64일 차, 암리차르
아마 단일 도시로는 가장 오래 머무른 도시가 아니었을까, 맥그로드 간즈는. 아쉬움이 남는 것이 정상이지만, 어제의 티켓 예매 실패로 나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아침 10시 버스를 탔어야 내 예상대로 조금 이른 시간에 암리차르에 도착할 예정이었는데, 이 마저도 쉽지가 않다.
편하게 생각하기로 하고 11시에 오는 버스를 타고 파탄콧으로, 파탄콧에서 암리차르로 가는 기차를 타는 방향으로 계획을 수립했다. 맥그로드간즈에서 바로 가는 버스가 이 방법의 두 배의 가격을 내야 했기에 그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 숙소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맥간 언덕길을 내려왔다. 매번 숙소로 올라가는 길이 힘들다고 불평했는데 이 것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뭔가 아쉽다. 편하게 있다가 가서 그런지 더욱 그렇다. 맥간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무엇으로 할까 고민하다가 자주 갔던 탈리집으로 갔다. 난의 그 쫄깃함을 잊고 싶지 않아서. 가방이 무겁고 풀고 먹으면 다시 매는 데에 시간이 걸릴 것 같아 가방을 메고 먹었다. 어깨가 제대로 움직여 지지 않고 몸이 메여 있으니 영 불편하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밥을 먹을 때는 반드시 가방을 풀고 몸이 편한 상태에서 먹자. 이 식사가 그날 나의 컨디션을 망쳤다. 맛은 있었지만 멋도, 실속도 없는 식사가 되어버렸다. 식사 이후로 내 몸 컨디션이 몸살 걸린 사람마냥 이상해 졌기 때문이다. 나는 체하면 몸살기운이 따라 온다. 그래서 항상 '내가 과연 체한 것인가, 몸살인가, 아니면 제 3의 증상인가'를 놓고 고민하게 된다. 그래서 첫날엔 몸살이라고 생각하고 쉬어보고, 개선이 없으면 체한 것으로 간주한다. 그런데 오늘은 느낌이 조금 빨리 왔다. 체한 것 같다! 그러니, 이 글을 보는 분들 중 가방을 메고 허둥지둥 밥을 먹는 행위를 한다면 그러지 말자. 체한다.
컨디션이 좋지 못한 상태로 이동하면서도 에티오피아 측에 무한 메일을 보냈다. 한편 도움 줄 수 있는 사람을 찾기 위해 페XX북에 도움 요청 글도 올렸다. 평소에 도움을 주겠다던 영어를 자알 하는 박 양, 은행다니는 여자친구를 둔 금융권 종사자 박씨(의도치 않게 둘 다 박씨다)에게도 연락을 보냈다. 페이스 북을 본 학교 후배 L에게도, 페이스 북을 본 친척 동생을 통해 연락이 간 작은 어머니네 친척 분에게도, 그 외 나를 걱정해 주는 여러 사람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분들의 연락으로 문제가 짠! 하고 한 번에 해결된 것은 아니었지만 다들 나의 여행과 현재 상황에 대해서 걱정해 주셨다. 혼자 여행하고 있었지만, 알게 모르게 나의 여행 소식이나 일정에 대해 생각해 주고 고민해 주는 분들이 많았다는 것. 그렇기에 결과적으로 한 번도 혼자인 적 없는 여행이었다는 것을 느끼는 하루였다. 암리차르에 도착하면서도 꾸준히 해결방안에 대해 모색하였다. 인도는 한국보다 -3:30시간, 남아공 보다는 -3:00시간의 시차를 가지고 있기에 오전과 오후에 걸쳐 연락을 하는 것이 가장 좋으며, 몇 가지 해결 전략을 이용해서 문제를 돌파해 보기로 했다. 몸은 혼자 있지만 옆에 지인들과 함께 있는 묘한 기분의 하루였다.
P.S)
암리차르에서 인터넷이 제공되는 호스텔을 갈지, 황금사원에서 제공하는 무료 숙소로 갈지 고민을 많이 하다가 일단 무료숙소를 이용하자는 결론을 내리고 무료 숙소를 찾아갔다. 애석히도 무료 숙소에선 와이파이를 쓸 수 없다. 무엇보다 내가 간 날, 정말 운이 나쁘게도 모든 게스트들이 침대를 쓰고 있어 늦게 온 나를 비롯 한 두, 세명의 손님들은 바닥에 매트리스를 깔고 자야 했다. 체한 것 같은 이 상황, 컨디션도 좋지 못한데 바닥에서 이불을 덮고 잤지만 생각보다 따뜻하기는 했다. 뭐, 다음 날 컨디션이 좋아지지는 않았다. 체한 게 제대로 내려간 것 같지도 않았고. 아무튼 혹시 무료숙소를 가게 된다면 이런 경우가 있을 수 있으니 주의 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