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25-26일, 여행 65-66일 차, 암리차르
황금사원은 처음엔 별 기대가 없었다. 국경을 이동하기 위해 사실 숙박 없이 바로 가는 것도 고려했었을 정도였다. 본의 아니게 나의 티켓 문제로 암리차르에 오래 머물게 되면서 황금사원에 3박을 하게 되면서 수시로 황금사원에 갔었다.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엄청나게 좋은 선택이었다. 단순히 제공되는 것들 뿐 아니라 그 분위기와 멍스러움(!)이 갠지스강이나 자이살메르, 맥간 이상이었다. 물론 여러 에피소드들도 생겼지만.
일정 : 황금사원
바닥에서 자서 개운하지 못하다기 보다는, 체한 나의 속이 개운하지 못해 온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음을 직감했다. 이건 체한 것이 해결되야 온 몸의 혈이 뚫리면서 뭔가 몸에 힘이 들어가는 기분이 들 것 같았다. 주먹에 힘이 없다. 그래도 황금사원에 왔는데 마냥 쉴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눈을 떠보니 6시. 아직은 밖에 쌀쌀했다. 씻고 조금만 더 쉰 다음 오늘 하루 일정과 함께 신한은행 그리고 에티오피아 항공과의 전쟁을 치루었다. 신한은행에서는 여전히 자신들이 처리해 줄 수 있는 것이 없으나, 영문으로 된 결제확인서를 에티오피아측에 보내보고 다시 이야기해 보라는 답변을 받았다. 일단 그 것을 이용하여 에티오피아 측에 메일을 보냈다. 에티오피아 측 시차때문에 오전에 이 모든걸 끝내놓으면 오후 즈음에 답변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일단 여기까지 해두고 황금사원에 가보기로 한다. 마침, 맥간에서 만났던 상혁이와 민욱이도 암리차르로 급선회! 암리차르에서 자이푸르로 바로 가려고 당일치기로 온다고 해서 오후에는 함께 황금사원으로 가기로 했다.
황금사원은 인도내에서 시작된 종교인 '시크교'의 성지이다. 황금사원은 호수 위에 떠 있으며, 그 둘레로 사원에서 운영하는 여러 숙박시설과 식사시설 등이 있다. 성지인 만큼 날마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며, 비단 시크교인들 뿐 아니라 인도인들도 뭔가 중대사를 앞두거나 소원을 빌러 많이 방문한다고 한다. 사실 낮의 모습보다 밤의 모습이 더 아름답지만, 계속해서 사원에서 나오는 펀자비 스타일의 시크찬송가가 들리는 이 곳 성수(라고 불리는 호수)앞에 앉아있으면 그렇게 시간이 잘간다. 그리고 이 곳이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더욱 인기가 있는 이유는 바로 무료숙박, 무료식사, 무료간식 등 모든 것들을 무료로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시크교의 초대 교주가 걸식으로 수행을 이어갈 수 있었기에, 자신 사후에 이 성지에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이 금전적인 부담 없이 지낼 수 있도록 하라고 말한 것 덕분에 사원의 유지 관리 뿐 아니라 사원에 찾아오는 모든 사람(현지인이나 외국인 할 것 없이)들은 무료로 자고, 먹고, 쉬고, 간식까지(커피와 쿠키를 준다!) 누릴 수 있다. 그래서 점심에 민욱이와 상혁이를 만나서 황금 사원의 무료 식사인 라가르(Largar)를 누려보기로 했다.
메뉴는 단촐하다. 밥(은 오전과 저녁에 한시적으로 나온다.)과 짜파티 그리고 달소스와 커리 마지막으로 디저트격인 음식 하나(이 것은 경우에 따라 달라지는 듯하다. 민욱이와 상혁이랑 먹은 것은 카스테라 같은 것이었다.)가 나온다. 맛은 전형적인 인도식이므로 맞는 사람에겐 꽤 괜찮다. 다만 나의 경우 삼시세끼를 저 밥을 먹었어서 조금 물리기는 했다. 덕분에 한 번은 고추장 사용해서 비빔밥해먹기도 하고, 외식으로 외도를 꾀하기도 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가면 또 한번 장관을 볼 수 있다. 이 무료식사 역시 많은 헌금과 봉사로 이루어진다. 그래서 요리를 준비하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설겆이 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시크교의 자비로움과 그들의 헌신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문화였다.
식사를 마치고는 황금사원 밖의 음료수를 마셨다. 인도에 있다보면 음료수를 자주 찾게 된다. 공기가 답답하니 심리적으로 개운해지고 싶어서랄까. 게다가 가격이 200ml에 5~6 INR (100원~120원) 이면 먹을 수 있다! 개운하게 탄산 섭취한 이후 다시 사원으로 들어와 호수 둘레에 그늘 쪽에 자리잡아 한참을 앉아있었다. 그리고 맥레오드 간즈에서 그랬듯 우리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침 에티오피아에서도 답장이 왔다. 새로 예약을 하나 잡고 조치하겠다고! 그런데 이상하게 결제 금액이 두배로 빠져나갔다. 이상해서 문의메일을 보냈는데 이후 폰이 꺼졌다. 어짜피 일처리가 느린 에티오피아 측의 속도때문에 한참을 기다려야 하니까 하고 넘겼다.
해가 많이 저물고 나서 당일 오후 열차를 예약을 해놓은 민욱이와 상혁이를 열차 역으로 보냈다. 나와의 시간이 즐거웠다 고마워해 주는 그 친구들 말에 나도 너무 행복했다. 누군가에게 즐거움이 된다는 것, 좋지 아니한가! 본디 밤 풍경의 황금사원을 보려고 했지만, 체한 기운이 몸에 퍼지기 시작해서 아무래도 빨리 쉬어야 될 것 같다는 느낌에 바로 방에 들어가서 이불을 덮고 잤다. 시크교의 사랑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일어나니 온몸에 땀이 흥건했다. 다행히 몸이 가벼웠고 주먹에도 힘이 강하게 들어간다. 몸이 다 나았다는 신호다. 시계를 보니 10시. 일찍 잤지만 몸이 회복이 잘 안되서 조금 늦게 일어 났던 것 같다. 충전된 핸드폰에 온 메일을 보니 에티오피아! 결국 에티오피아가 이중 과금 되는 것을 취소할 예정이니 걱정말라는 확답이 왔다. 3일 만에 전쟁이 끝난 것이다. 물론 아직 묶인 돈이 풀린 것은 아니지만 조만간 묶인 돈도 풀릴 것이라는 답변! 마음이 기쁘니 몸도 더 가볍다. 숙소에서 나갈 준비를 하려는데 기타소리가 들린다. 다른 방의 외국 친구들이 기타연주를 하고 있었다. 무료 숙소에서 울려퍼진 기타 소리 이후 모든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신기한 경험 :)
낮에는 파키스탄 국경 정보를 알아보거나 주변을 거닐고 잠을 더 잤다. 진짜 여태 여행 중 최고로 늘어지는 일정을 황금사원과 맥간에서 보내는 것 같다. 해질 녘이 되어서부터 황금사원에 들어가서 한참을 해지는 모습부터 밤이 다가오는 모습까지를 찍었다. 그리고 그 황금사원을 보며 자신들의 신념을 지켜가는 인도 사람들의 모습도 보았다. 시크교의 교리, 그리고 그 교리를 실천하는 사람들과 소원을 빌며 자신을 돌아보는 사람들의 모습.
해가 지며 더 아름다워지는 황금사원을 바라보며 인도 여행의 마무리가 이렇게 되어가는 구나 생각했다. 물론 그 뒤에 어떤일이 벌어질지 까맣게 모른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