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파키스탄을 밟다

2016년 11월 28 ~ 29일, 여행 68 ~ 69일 차, 라호르

by 오상택

어제 먹은 술의 양이 적지 않았다. 호의로 주는데 또 안 먹을 수도 없고... 그렇게 많이 먹었는데도 일어나는 건 귀신같이 일찍 일어났다. 아직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것 같아 이불을 푹 덮고 전화기로 정보를 찾았다. 얼마 후 그들이 '우리 계획이 바뀌어서 너를 국경에 데려다줄 수는 없을 것 같고, 대신 국경 가는 버스를 태워줄게.'라며 짐을 챙겨 이동하였다. 암리차르에서 와가 국경까지 가려면 암리차르 버스 정류장에서 아타리(Atari)로 가는 버스를 타고, 릭샤나 도보로 국경까지 이동하면 된다. 그들은 나에게 버스비와 릭샤 비를 쥐어주며 '이걸로 가고, 델리로 다시 돌아오면 만나자!'라고 했다. 인도인의 친절 끝판왕을 인도의 끝에서 만나게 되어 너무 기분이 좋았다. 다시 찾은 인도 국경... 군인들도, 심사관들도 어제 다 봤던 사람들이라 날 보자마자 웃는다.



일정 : 와가 보더 - 라호르



11월 28일 : 어쨌든, 파키스탄을 밟다!

IMG_6833.jpg 한 번만 보고 싶었던 곳인데... 이 곳을 두 번이나 밟게 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좋아해야 하는 건지, 말아야 하는 건지. 국경심사가 철저하지만 분위기는 여유롭다. 하나 기억 남는 건, 인도 출국 심사 때 담당 직원이 '요즘 한국 굉장히 Protest를 많이 하던데, 무슨 일이야?'라고 최근 한국의 근황을 물어왔다. 부끄러워지는 순간이 아닐 수 없었지만, 인도가 그럴 말 할 근황이 아니기에 '인도랑 같은 이유야. 지도자 한 명이 국가를 혼란에 빠뜨렸어'라고 하니 빠르게 수긍했다(사실 인도의 모디 총리는 굉장히 존경받고 있다. 최저 카스트에서 지금의 자리까지 자력으로 올라온 누구완 결이 다른 인물...). 아무튼 인도에서의 출국을 마치고 파키스탄에서의 입국절차까지 마치고서야 나는 파키스탄에 설 수 있었다. 이틀에 걸쳐서 파키스탄을 밟은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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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절차를 마치고 파키스탄의 첫 도시인 라호르를 가려면 택시를 타야 한다고 들었는데, 나는 파키스탄 돈이 없었다. 마침 파키스탄 국경에는 환전해주는 아저씨가 있다고 들었는데, 알고 보니 이 사람들도 파키스탄 여행을 마친 사람에게 돈을 받아서 커미션을 떼고 환전을 해주는 것이었다. 뭔가 씁쓸하다고 생각하던 찰나 한 외국인이 파키스탄 여행을 마치고 인도로 들어가려던 것. 그 사람에게 다가가 '파키스탄 루피가 필요한데 환전해줄 수 있나'라고 했더니 원래 환율보다 10% 이상 더 쳐서 환전을 해주었다! 자기는 이제 파키스탄 루피가 필요 없다며.... 덕분에 와가 국경에서 라호르까지 오는 택시비를 사실상 거의 공짜에 가깝게 올 수 있었다! 라호르에는 호스텔이 거의 없다. 최근에 생긴 호스텔 하나와 꽤 오래전부터 운영되었던(꿈파링 형님도 이용했던) 인터넷 인. 나도 그곳에 갔다. 굉장히 오래된 숙소지만 차분하고, 세탁기가 무료(!)라는 아주 큰 장점이 있다! 게다가 호스텔 한쪽 벽에는 많은 사람들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화이트보드까지! 뭔가 기분이 좋아지는 숙소였다. 짐을 풀고 침대에 누우니 술 때문에 피로했던 몸이 나른해졌다. 나는 그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었다.


29일 : 닮았지만 같지 않다

숙소 근처를 돌아다니면서 물가 확인 겸 적응을 해보려고 했다. 시내 곳곳에서 보이는 우르드어가 아직은 적응이 잘 되지 않는다. 사람들 생김은 닮았는데 말과 성격이 인도와는 확연히 다르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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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 돌아와서 스태프에게 들으니 파키스탄의 공용어인 우르드어는 표기는 인도와 다르지만 언어 자체는 인도와 동일하다고 한다. 그리고 라호르 쪽의 사람들은 펀잡 지방이라 인도와 유사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다만 이슬람 문화권답게 여자들을 길거리에서 보는 것은 쉽지가 않다. 많이 돌아다니지 못하고 곳 돌아와 마트에서 장을 보고 일찍 쉬었다. 뭔가 부지런하기가 힘든 환경이었다. 첫 나라의 첫 국가에선 쉰다라는 철칙을 위해 닮았지만 같지 않은 이 나라에서의 본격 첫 날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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