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2~4일, 여행 72~74일 차, 라호르에서 훈자
파키스탄에 오는 단 하나의 이유! 바로 바람의 계곡, 훈자로의 이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숙소 앞의 눈여겨봤던 비르야니를 든든히 먹고 훈자로 향한다!
일정 : 라호르 - 라왈핀디 - 훈자(카리마바드)
훈자는 정확히 말하면 지명이 아니다. 훈자 계곡을 말하는 것으로, 정확한 목적지는 카리마바드라는 마을이 되겠다. 즉, 라호르에서 카리마바드를 가려면 버스를 두 번 이용해야 한다. 라호르에서 쌍둥이 수도 중 하나인 라왈핀디로, 라왈필디에서 다시 카리마바드로. 보통은 세 번에 걸쳐서 가지만 호스텔에 거주 중인 현지인의 정보로 두 번만에 가는 버스로 이동하기로 한다. 라호르에서 라왈핀디까지는 고급 버스를 이용하기로 한다. 사실 로컬도 있지만 라호르의 버스 서비스가 그렇게 좋다고 칭찬이 자자하기에... 한국분들은 대부분 대우 버스를 주로 이용한다. 과거 대우가 도로 건설을 빌미로 버스 사업권을 독점했다고. 지금은 다른 버스 회사들도 해당 도로를 이용하게 되었으며 대우의 고급 버스 서비스가 경쟁적으로 붙어 대부분의 버스 회사들이 고급 서비스 정책을 따라 하게 되었다.
내가 이용한 버스는 BILAL이었는데, 각 좌석 LCD 패널, 항시 음료와 물 무한제공, 그리고 기내 간식 서비스가 제공되었다. 좌석도 우리나라 우등 버스 이상이다. 굉장히 편안하고 푹신했다. 12시에 출발한 버스는 오후 4시에 라왈핀디에 도착했다. 현지인이 알려준 대로 무료 셔틀버스를 이용해서 라왈핀디의 NATCO 터미널로 이동한다. 여기서 카리 마바드로 들어가는 버스는 오후 6시에 출발한다고 하여 짐을 메고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아침을 먹지 못할 것 같아 과일과 과자를 사서 버스에 올라탔다. NATCO 버스는 파키스탄 정부에서 운영하는 버스인데, 안전하다는 가장 큰 장점(!)을 빼면 다른 장점은 없다. 슬리핑 버스도 아니고 일반 좌석 버스. 한 8시간 이동할 줄 알고 (구글맵 직선거리만 봤으니까...) 괭찮겠지 싶어서 버스에 올라탔다. 10시쯤 휴게소에서 의도치 않게 소고기 비르야니를 먹게 되고, 잠이 들었다. 1시쯤 되었나, 잠깐 잠에서 깨었는데 버스가 멈춰있었다. 자세히 보니 기사도 자고 있었다. 그때부터 불안감이 엄습했다. 얼마나 긴 구간이면... 일단 다시 잠을 청하고 생각하기로 했다. 새벽 6시, 여전히 도로였다. 8시, 10시 이미 버스에 탑승한 지 12시간이 지났지만 도착할 것 같지 않았다.
12시쯤 체크 포스트에 도착했다. 총을 든 무장 경찰이 외국인인 나는 여권 확인을 해야 한다며 내리라고 지시했다. 16시간쯤 오니 내가 드디어 인도, 파키스탄, 중국에 걸친 그 이름도 유명한 카라코람 산맥의 어딘가에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부쩍 낮아진 온도, 검은 돌산으로 둘러싸인 도시! 체크 포스트에 들어섰는데, 이게 얼마만의 한국인인가! 파키스탄에서 처음으로 한국분을 만나게 되었다. 외국인 명단을 보니 한국인은 그 전 일주 정도 온 경우가 없었다. 확실히 겨울은 비수기니까. 잠깐의 이야기를 나눠보니 그분도 훈자로 들어온다고 하셨다. 카리마바드에서 만나기로 기약하고 각자의 버스에 올라탔다. 한참을 달려도 도착하지 않다 오후 3시가 되었을 즘 'Last stop'이라며 내리라고 한다. 내려보니 여긴 훈자의 알리아바드 라는 도시였다. 카리마바드로 들어가려면 또 한 번의 교통수단을 타야 한다고... 그렇게 해서 4시쯤에 카리마바드에 도착했고, 숙소에 짐을 푸니 5시였다. 라왈핀디에서부터만 23시간, 라호르에서부터 친 이동시간을 포함하면 30시간 여정이 마무리되었다.
도착하자마자 라호르보다 비싼 물가를 체감하면서도 별수 없다는 생각에 오므라이스를 하나 시켜 먹고는 바로 뻗어 잠이 들었다. 30시간 이동. 몸도 마음도 너무나 지치는 이동이었다 :-P
어제 체크 포스트에서 만났던 한국분을 어제는 볼 수 없었다. 그분은 여기로 바로 오는 것도 아니었으며, 어디에서 보자는 말 하나만 남기고 헤어졌었는데, 내가 머무는 숙소를 남겨놓았는데도 불구하고 연락이 없어서 잠이 들었기 때문. 오늘 아침에는 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숙소를 나섰는데, 눈 앞에 펼쳐진 훈자 마을의 전경에 입이 떡 벌어졌다. 한참 사진 몇 번을 찍고는 약속했던 식당으로 가보았더니 다행히도 그분이 계셨다! 아침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알고 보니 이 분은 한국의 모 기업의 파키스탄 법인에서 근무하시는 분이었다. '문형'은 반듯하지만 유쾌한 분이었다. 같이 훈자 마을을 산책했다. 겨울의 훈자는 적막하고 쓸쓸하고 쌀쌀하다.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의 배경답게 바람도 아주 센 편이다. 해가 들지 않았다면 아마 추워서 돌아다닐 수 없을 정도이다. 훈자의 마을들은 수로를 따라 이어져있다. 수로를 따라 계속 걸으면 다음 마을이 보이고 한다.
다음 마을이 보일 때 즈음이 되어 서로 피곤해 돌아왔다. 어제는 와이파이가 잘 되더니 오늘은 영 되질 않는다. 밤에는 한국인들이 많이 간다는 식당을 갔다. 문형의 회사 이야기, 내 회사 이야기, 서로의 이야기. 이런저런 이야기를 마치니 어두워졌다. 산속 마을답게 5시가 되면 해가 지고, 6시가 되면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캄캄해진다. 한참을 더 이야기를 나누다가 일곱 시가 되었을까. 밖을 나왔는데, 맙소사. 별이 쏟아졌다. 갑자기 쏟아지는 이 별빛에 우리는 카리마바드 마을에서 가장 높은 고지대인 공동묘지로 향했다. 가장 높아 빛의 영향을 덜 받기에 별이 가장 잘 보이는 곳이다. 그리고 한참을 쏟아지는 별빛을 보며 추위에 떨었다. 문형은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먼저 들어갔고, 나는 50여분을 더 별을 보고 사진을 찍다 들어갔다. 그날 밤은 덕분에 유난히 추웠다. 낮의 평온함, 그리고 밤의 잔잔히 쏟아지는 별빛. 훈자에 들어온 이유를 모두 찾은 것 같은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