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렌트카로 둘러보는 케이프타운

2017년 1월 4일, 여행 105일차, 케이프타운

by 오상택

오늘은 우리 일행과 숙소에 같이 머무는 한국인 어르신 부부를 모시고 렌트 차량으로 케이프타운 근교의 볼거리들을 보러 가기로 했다! 큰 기대를 갖고 본다기보다 렌트로 하면 저렴하기도 하고 해안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잡은 일정이었다. 처음 내 계획엔 사실 케이프타운을 이렇게 오래 있게 되는 것 자체가 없었지만.


해안도로 로맨스

오늘의 주 운전자는 나였다. 렌터카 업체로 이동해서 차를 양도받고 시동을 걸었다. 남아공은 우리나라와 다르게 좌측통행 주행이다. 타국에서의 운전이 처음인 데다가 수동 변속기 밖에 남아있지 않아 긴장되는 마음으로 운전을 시작했다. '퉁' 우리 차의 사이드미러와 다른 차의 사이드미러가 부딪혔다. 다행히 흠집은 안 났지만, 불안한 시작이었다. 케이프타운에서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희망봉까지는 멋들어진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게 된다.

물론 처음에는 긴장도 되었고 조심하느라 속도를 많이 내지는 못했지만 적응하면서 속도를 내었다. 배낭여행을 하면서 렌터카가 웬 말이냐 싶겠지만, 비용도 기차로 이동해서 보는 방법보다 저렴하고 훨씬 일정이 자유롭기에 나쁘지 않았다. 첫 번째 목적지는 후트 베이(Hout Bay)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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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늦게 출발했기에 점심시간이 다가와서 마트에서 간단한 먹을 것들을 싸와서 해변에서 먹기로 했다. 캠프스 베이보다는 수온이 높지만 여전히 물은 찼다. 여유로운 분위기를 느끼며 점심을 먹고 항만으로 향했다. 배를 탈 건 아니었지만 여기에 온 이유는 바로 물개! 물개 서식지로 알려진 근처의 섬으로 이동하는 페리가 있지만 페리 선착장에도 물개가 몇 마리 있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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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개를 동물원이 아닌 곳에서 보는 것은 처음이기에 같이 간 모두가 신기해했다. 해안도로와 함께하는 산뜻한 출발이었다.



한여름에 펭귄 구경

두 번째 목적지는 볼더스 비치(Boulder's beach)였다. 펭귄 서식지로 유명한 해변인데 모시고 간 어르신들은 이미 본 곳이었다. 다리도 불편하신데 갔던 곳에 또 모셔서 죄송스러운 마음이었다. 결국 밖에서 대기하시고 우리끼리 구경을 가기로 했다. 사실 출발 전 정보 검색을 하면서 사진으로 많이 보았던 곳이다. 아프리카와 펭귄, 이질적인 두 조합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관광명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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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말을 들으니 괜히 기대를 안 하게 되는 경향이 없지 않았는데, 막상 해변에 입장해 풍경을 보니 그런 소리는 쏙 들어갔다. 펭귄은 내 생각보다 작고 귀여웠고, 한여름 날씨의 케이프타운에서 겨울동물로 인식되는 펭귄들이 일광욕을 단체로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그야말로 '어이가 없다'. 아프리카라고는 해도 여기는 남극과 굉장히 가깝다. 수온이 낮은 이유도 그 때문이고.



폭풍의 희망봉

마지막 목적지는 희망봉이었다. 시간이 애매해서 빠르게 달려 희망봉 국립공원에 입장할 수 있었다. 희망봉이라는 말만 들으면 큰 산 하나가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희망봉보다 곶으로 잘 알려져 있다. 희망봉이 속해 있는 지역 전부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곶이 전반적으로 산악지형이며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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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로부터 30분 이상은 들어가야 희망곶 내의 희망봉의 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프리카의 최 남단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는 최 남서단인 곳이다. 그래도 남아공을 찾는 많은 사람들이 오는 방문지이다. 도착한 희망봉은 바람이 장난이 아니었다. 캠프스 베이도, 후트 베이도, 볼더스 비치도 해안가의 바람과 파도가 엄청났지만 희망봉의 그것과는 견줄 바가 되지 않았다. 압도될 듯한 산들의 모습과 강한 파도와 바람. 희망봉의 끝에서 느끼는 감정은 말로 설명하기 힘들었다. 과거에는 폭풍의 곶이라고 불렸으며 강한 바람과 파도 때문에 희망곶으로 이름을 바꾸었다고 했다고 한다. 수많은 배들이 이 항로를 지나왔을 것을 생각하니 역사의 한 지점에 서있는 기분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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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봉으로 부터 세계 유명 수도들로 부터의 거리. 당연히 서울은 없다.

물론 무서워서 오래 못 서있고 내려왔지만. 그런데 더 무서운 폭풍이 다른 곳에서 불기 시작했다. 같이 가셨던 어르신이 배가 고프셨던 것이었다. 효도관광의 핵심은 스피드와 끼니 해결이거늘. 돌아오는 길 화내실 걸 두려워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어머님의 시선을 돌리며 운전해야 했고 늦은 시간에 돌아와 배가 고프셨던 어머님은 방에서 아버님과 라면을 끓여드셨다. 폭풍은 어디서든 무서운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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