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5일, 여행 106일 차, 라굴라스와 허머너스
원래는 가든 루트의 중간 기착지인 조지까지 가는 2박 3일 코스나 3박 4일 코스까지도 고려했지만, 우리의 나미비아 일정과 체력적인 부담감 때문에 큰 볼거리가 있지는 않지만 의미가 강한 곳들을 가보기로 한다. 게다가 오늘은 어제 함께하지 못한 우연이까지 우리 동행 전원이 이동하게 되었다. 어제의 폭풍을 두 번이나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오늘은 더 먼 곳으로 가야 했기에 우리 일행은 아침 일찍 일어나서 출발 준비를 서둘렀다. 그런 '폭풍'은 만나고 싶지 않다, 더 이상은!
일정 : 케이프타운 - 라굴라스 - 허머너스
오늘의 주 목적지는 아프리카 대륙의 진짜 끝, 라굴라스였다. 가든 루트라고 불리는 남아공 여행의 가장 대중적인 루트를 고르는 사람들은 가는 길에 있기에 들르기 쉬운 곳이지만, 케이프타운을 근거지로 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이 지역은 도박과 같은 곳이었다. 편도 거리만 240km에 육박했기 때문. 오늘은 탁이와 교대로 운전을 하며 가기로 했다. 끝없이 산을 오르내리는 도로를 반복했거 때문에 굉장히 지루한 운전이었다. 아침 9시에 출발해서 오후 2시가 다되어서야 라굴라스에 도착할 수 있었다. 굉장히 허기가 졌기에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라굴라스를 둘러보았다.
라굴라스는 라틴어로 바늘이라는 뜻이다. 아프리카 대륙에서도 가장 아래쪽에 삐죽 튀어나온 형태를 했기에 붙은 이름일 것 같다. 라굴라스가 아프리카의 최남단이라는 의미 외에도 상징적인 의미를 하나 더 지니는데, 바로 인도양과 대서양이 만나는 곳이라는 점이다. 전 세계 어디에나 장소에 대한 의미를 많이 부여하겠지만, 아프리카야 말로 그런 의미가 부여된 (특히 지리적으로) 장소가 정말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 여행을 함께하게 될 동행들과도 사진을 찍으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원래는 라굴라스 이전에 '허머너스'라는 포인트를 들리려고 했다. 우리나라 기준으로 가을 겨울철이 되면 고래들이 그렇게 많이 출몰하는 지역이라고 한다. 우리는 어르신들의 피로도를 고려해서 여차하면 허머너스를 제치고 바로 복귀하려고 했지만, 아버님의 강철체력(!)으로 인해 허머너스도 강행하기로 했다. 허머너스는 라굴라스와는 약 3시간 거리에 떨어져 있다. 왔던 산악도로를 따라 이동하면 Whale coast area 표시를 찾을 수 있으며 허머너스를 포함해 여러 해안가에서 고래 출몰을 관찰할 수 있다고 한다. 다만, 우리가 방문했던 1월은 이미 고래가 보이는 시즌이 끝난 시점.
통상 5월부터 12월 정도까지만 보인다고 한다. 헛걸음도 이런 헛걸음이 없다. 특히 동물을 좋아하는 환진이는 실망이 컸다. 그럼에도 굉장히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고래는 없었지만 자고 궂은 날씨에도 해안에서 서핑을 하기 위해 나온 서퍼들과 가족단위로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의 모습이 그 풍경을 아름답게 만들었다. 우리도 어머니, 아버지가 싸오신 복숭아와 멜론을 먹으면서 소풍 나온기분으로 시간을 보냈다. 항상 계획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 그 가운데서도 즐거움을 찾아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P.S.
허머너스의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아버지는 운전을 해보고 싶으셨는지 우리와 교대해주겠다고 하셨다. 젊은 우리도 좌우 적응에 너무나 힘들었는데 어르신은 당연히 힘들겠지 싶었는데, 생각 외로 너무 잘하셨다. 역시 운전은 경험이 첫 째인걸까 (그래도 몇 번 아슬아슬한 상황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