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10일, 여행 111일차, 세스리엠
어제 차를 구하지 못해 일찍 일어나서 밥을 먹기 전에 고급 캠핑차를 빌릴지, 밥을 먹고 나서 천천히 몇 군데 더 알아볼 지 고민하다가 결국 밥을 먹고 나서 가기로 했다. 그러나 역시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한 마리라도 더 먹을 수 있듯, 게으름을 피운 우리는 결국 고급 캠핑카를 빌릴 수 없었다! 사실 캠핑카를 빌렸으면 다른 부수 장비를 빌릴 필요가 없어 너무 편하고 사륜 구동차이기 때문에 동선에 구애받지 않고 이동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 그 것을 우리는 버리게 된 것이다. 하루의 시작이 쉽지 않을 것 같은 나미비아 일정의 첫 날이다.
일정 : 빈트후크 - 세스리엠
굳이 사륜차가 없고 고급 캠핑차가 없다면 이륜차는 어떨까해서 이렇게 저렇게 찾아봤지만 차가 거의다 나갔다고 했다. 우리가 첫 째날 가야 할 세스리엠 캠핑장의 폐장 시간과 이동시간 등을 고려했을 때 신속하게 결정을 내려야 했다. 사실 결정을 내릴 것도 없이 남은 선택지는 하나였다. 어제도 언급되었던 빈트후크에서 우리가 머물고 있던 호스텔의 보스가 우리에게 제안했던 차량. 자신이 갖고 있는 사륜차량인데 현재는 사륜기능을 이용할 수 없는데 이 차를 빌려주겠다는 것! 게다가 기본적인 캠핑장비를 포함해서 꽤 저렴한 가격에 빌려주겠다고 했기에 우리는 더 고민하지 않고 바로 선택했다. 보증금을 200만원 가까이 내기는 하는데 이건 나미비아 내에서 렌트카를 대여하는 경우 보통 다 이렇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그렇게 약 1주일동안 우리 일행과 함께할 또 다른 친구를 얻게 되었다. 수동인데다가, 사륜구동도 안되고, 차도 험해서 힘들었지만 같이 힘내자!
우리는 나미비아에서 그렇게 많은 시간을 쓰지 않기로 했다. 거대한 규모의 피쉬리버캐년과 나미비아의 대표적 국립공원 중 하나인 에토샤 국립공원을 포기하기로 했다. 아프리카에서 국립공원을 가진 나라가 한 두 곳이 아니기에 각자 자신이 가고 싶은 국립공원에서 게임드라이브를 즐기기로 하고 과감히 생략했다. 나미비아의 대표적인 볼 거리 중 하나인 나미브 사막 지역과 바다와 사막이 만나는 곳으로 유명하며 대표적인 휴양지인 스와코프문트를 가는 것으로 우리의 일정을 정했다. 첫 목적지는 나미브 사막 초입의 세스리엠(Sessriem)이었다. 편도로 4시간 이상이 걸리는 일정이었고 첫 운전자는 나였다 (아무래도 수동 운전이 가장 익숙한 사람이 나였으니까). 잘 닦인 도로를 두 시간여 달리다보면 어느 순간 부터는 오프로드가 등장한다. 오프로드로 부터 나오는 거친 도로의 질감이 웅장한 풍경이 달리는 내내 우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도로를 한참 달리다 보니 비도 왔다. 구름이 높게 형성되다보니 가끔 소나기처럼 비가 오기도 한다. 우리가 여행하는 1월은 우기가 시작되는 시점이라고 들었기에 간간히 비가 오다말다 했다. 덕분에 비구름 사이에서 만들어진 무지개가 우리를 반겨주었다. 실제로는 5시간 이상의 드라이빙을 하게 되었는데 지루할 줄 알았던 드라이빙이 여러 볼거리로 재밌는 시간이 되었다.
이런저런 준비를 하느라 생각보다 늦은 시간에 출발했었고 처음 달리는 오프로드인터라 우리의 도착예정시간을 훨씬 넘긴 시간에 캠핑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방문한다는 세스리엠 캠핑장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사설 캠핑장이었다. 시설은 조금 열악했지만 친절한 직원이 폐장 이후에 찾아온 우리에게 자리를 안내해 주었다. 이 곳은 텐트사이트간의 거리가 멀고 수도시설이 잘 되어 있어서 굉장히 좋았다. 우리만 캠핑하러 온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오랜 운전으로 지쳤던 나를 대신해 환진이가 부대찌개를 만들어주었다. 밤 10시가 되어서야 우리는 저녁을 먹었는데, 버너로 하는 밥이다 보니 밥이 조금 설익기도 했고 환진이의 큰 손(!)으로 인해 다 먹기가 쉽지 않았지만 맛있게 먹었다. 사실 이곳 부터가 사실상 나미브사막 국립공원 지대이기 때문에 우리가 생각하는 모래사막은 바로 찾아볼 순 없어도 황량함이 이루말할 수 없다. 이 캠핑장도 그러했고 그래서 꼭 별을 보고 싶었는데 사진에 보는 것처럼 저 날은 구름이 정말 많았다. 게다가 달은 만월이어서 그나마 보이는 별들도 광공해로 인해 보이지도 않게 되었다. 아쉬움을 남긴채 사진 몇 장을 남기고 잠들어야 했다.
P.S.
운전을 하고 있을 때는 대화하기가 어려웠다. 처음 적응하는 도로 환경인데다가 아이들이 피곤해지면 다 잠이 들어버려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었다. 밥을 다 먹고 피곤함을 느꼈던 두 동생들을 재우고 나와 동갑내기 우연이는 밤 늦은 시간 까지 이야기를 나눴다. 동갑이기도 하고 내 주변 친구들과의 환경이 비슷해서 이런 저런 대화를 많이 나누었다. 제일 마지막에 남아공에 입국했기에 이야기를 많이 나눌 기회가 없었는데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