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11일, 여행 112일 차, 나미브 사막
어제 잤던 캠핑장은 다른 한국 여행자들이 추천해 준 조용한 곳이었다. 사실 나미브 사막을 만나기 위해서는 세스리엠 공영 캠핑장 쪽으로 이동하는 것이 좋다. 캠핑장 내부에 나미브 사막에서 가장 대중적이고 많이 찾는 포인트인 소서스블라이(Sossusvlei)로 들어가는 도로가 바로 있어 일출과 일몰을 보기에 최적화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찍 일어나 짐을 꾸리고 세스리엠 공영 캠핑장 쪽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아점도 거기서 먹기로 하고 바로 소서스블라이를 둘러 보기로 했다.
일정 : 세스리엠 공영 캠핑장 - 소서스블라이 - 데드블라이 - 듄 45
어제는 텐트를 치는데 조금 고생했다. 그래도 처음 텐트를 인수받았을 때보다는 신속하게 텐트를 설치했다. 해체는 더욱 빨랐고, 새로 이동한 캠핑장에서 텐트를 설치할 때에는 단 7분만에 설치했다. 세스리엠 공영 캠핑장은 부대시설이 정말 잘 되어있고 매점과 카페를 운영하기 때문에 음식이 조금 부족하게 되더라도 해결할 수 있는 굉장히 편리한 곳이다. 다만 사륜 구동차가 있다면 더 사막에 가까운 곳에 숙소를 잡을 수 있다고 한다. 우리는 사륜구동이 아니기에 입구 쪽에 위치한 캠프 사이트에 텐트를 쳐야 했다.
도착하자마자 텐트를 설치하고 아침겸 점심을 먹었다. 잠깐의 휴식 후 바로 소서스블라이 지구로 향했다. 나미브 사막의 나미브(Namib)는 나미비아 말로 '아무도 없는' 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러니 나미브 사막은 아무것도 없는 곳이라는 뜻 되시겠다. 나미브 사막 안의 소서스블라이(Sossusvlei)의 소서스는 '돌아올 수 없는'이라는 의미이며 블라이는 '물이 없는 땅'을 말한다고 한다. 대충 해석해 보자면 돌아올 수 없는 사막 이라는 뜻이다. 그만큼 나미브 사막내 어떤 지역보다도 사막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는 지구이다. 우리는 사륜구동이 아니므로 소서스블라이 전체를 차로 둘러볼 수가 없기에 입구에 차를 대고 걸어서 사막을 느껴보기로 했다. 어떤 결과를 나을지도 상상도 못하고...
나미브 사막은 인도에서 보았던 사막보다 약간의 붉은 빛이 돌았다. 소서스블라이는 그 정도가 덜했지만 오프로드를 운전하면서 멀리서 본 몇 몇의 사막은 붉은 색으로 보일 정도로 붉게 보였다. 나중에 이유를 확인해 보니 모래 내부의 철 성분 때문에 그렇다고. 게다가 가까이가보면 까만 모래(?)로 보이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또 자철석 성분이라고. 두 시간 이상 걸어가면 소서스블라이 내부의 주요 포인트 중 하나인 데드블라이에 도착 할 수 있다.
사실 내가 나미브 사막을 와보고 싶은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데드블라이 때문이었다. 두 가지 색의 모래가 존재하는 사막 (사실 모래는 아니지만). 마른 나무들이 만들어 내는 더 삭막한 사막의 분위기를 눈으로 꼭 보고 싶었다. 나미비아에 있던 순간 중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다. 사막은 뜨겁고 건조하기에 그렇게 오랫 동안 놀 수 없었다. 들어온지 3시간 만에 우리의 체력은 완전히 고갈되어 바로 돌아가자는 결론을 내려가는데 걸어가는 동안에도 너무 힘들었다. 여러 번의 히치하이킹 끝에 사륜구동 차에 매달려서 복귀할 수 있었다.
숙소 방향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듄 45(Dune 45)가 있다. 이름이 붙여졌다고 특별한 것이 아니라 45번째로 명명된 모래언덕이라 그렇게 이름이 붙여졌다고. 동생들인 환진이와 탁이는 힘들다고 이 곳에 오르지 않아서 나와 동갑인 우연이만 같이 올랐다. 여기서 보는 일출과 일몰이 그렇게 아름답다고 하는데 우리가 간 시간이 너무 빨라서 해가 넘어가는 것을 보려면 너무 많은 시간 기다려야 했기에 그 부분은 포기했다. 이 곳이 너무나 기억에 남는 것은 친구 우연이와 함께 저 모래 바닥을 구르고, 뒤고 했었기 때문이다.
올라가는 것은 역시나 힘들다. 그나마 다른 사구들에 비해 완만한 경사지만, 모래를 올라가는 것 자체가 워낙 힘든 일이다. 밟으면 빠지고 밟으면 빠지고. 정상에 올라가면 여러 개의 사구들이 쭉 이어져서 만드는 풍경들을 볼 수 있다. 광활하고 황량한 평야에 보이는 사구들. 역시 사막이다!
올라가는게 너무나 힘들어서 어떻게 내려가지 라고 고민하고 있었는데, 우연이가 '구르자!'라고 말했다. 이 모래 언덕에서 미친 척하고 구르고, 뛰고, 날아다녀보자고 했다. 그리고 우리는 굴렀다.
댓가는 처참했다. 얼굴과 피부는 모래 범벅이 되었고, 옷의 주머니라는 주머니에는 모래가 다 들어간데다가. 배낭에도 모래가 엄청 많이 들어갔다. 카메라가 멀쩡한 것이 신기할 정도였으니까. 그래도 좋았다. 모든 것을 내려 놓으니 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었다. 여행의 처음과도 같은 느낌이었다. 꺼려지고 두렵고 힘들고. 그럼에도 내려놨을 때 여행에서 많은 것을 만날 수 있었으니까. 그랬으니까.
뜨거운 날씨가 우리를 지치게 했다. 저녁을 먹고 다들 일찍 잠들었다. 몇 가지 생각해야 할 경우의 수도 있었지만 오늘만큼은 그냥 다들 쉬기로 했다. 그나마도 제대로 터지지 않는 인터넷으로 안부를 전하고 나는 한참 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사막에서의 밤을, 그토록 보고 싶던 사막에서의 별을 보고 싶었으니까. 어제는 정말 도와주지 않던 날씨가 오늘은 도와줄 것인가. 달은 또 왜이리 밝은지.
몇 장을 찍고나니 구름이 다시 몰려왔다. 사막을 좋아함에도 사막은 나를 반기지 않는 듯 했다. 아직 사막은 끝난게 아니니까. 다른 사막에서는 더 많은 별과 은하수 까지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쉬움을 남긴 채 텐트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설레고, 벅차고, 분한(?) 마음 때문인지 잠이 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