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13일~14일, 여행 114~115일 차, 스와코프문트
어제의 지질함은 잊고 오늘은 오늘 대로 즐겁게 보내야 한다. 찌질함은 갖고 있을 수록 진해지는 오묘한 것이기에. 스와코프문트에서는 이틀 동안 여러 볼거리와 즐길 거리들을 누려왔다.
일정 : 스와코프문트 - 케이프크로스 - 스켈레톤 코스트 - 스카이다이빙
물개가 보통 찬 바다가 있는 추운나라 같은 곳에 살거라는 편견이 많다. 펭귄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전세계에서 물개가 가장 많이 서식하는 곳이 어디일까? 바로 이 곳, 나미비아이다. 스와코프문트에서 북쪽으로 100km 정도 올라가면 케이프 크로스라는 곳이 있다. 전 세계 중 가장 많은 물개가 서식하는 지역이다. 케이프 크로스에 가기전 위치파악과 정보를 위해 차안에서 이리저리 검색을 했었는데, 냄새가 나고 상상초월할 정도로 물개가 많다는 글을 봤었다. 그리고 케이프 크로스에 다가갔다.
주차장에 차를 대러 가는데 물개가 한 두마리 보이기 시작했다. 전의 볼더스 비치에서는 펭귄이 이렇게 돌아다녀서 사람과 마주하는 것은 쉽지 않았는데, 나와 있으니 신기하기는 했다. 차에 내리자마자 코끝을 때리는 지독한 냄새가 시작됬다. 이유를 당장에는 알 수 없었지만, 점점 들어가보기로 한다. 음 생각했던 것 보다 많지 않,
응? 많다. 많다. 너무 많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도 너무 많다! 그야말로 물개 천.. 아니다 물개 밭이다! 약 20만 마리의 물개가 서식중인 이곳은 그야말로 물개가 발에 치인다. 심지어 나무 펜스로 쳐놓은 산책로 내부에도 물개가 들어와있다. 동물에 큰 흥미가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 양의 물개는 정말, 대단하다.
계속해서 보고싶어하는 환진이가 있었지만 사실 그 광경을 오래보기라는 것은 쉽지 않았다. 물개의 냄새가 어마어마했기 때문이다. 20만 마리, 물개 자체가 가지고 있는 체취 뿐 아니라 물개가 먹고 남은 음식의 찌꺼기, 그리고 오래되거나 사고로 인해 죽은 물개의 사체가 부패하는 냄새까지 모든 것이 섞여서 정말로 견디기 힘든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케이프 크로스를 벗어나 한참을 창문을 열고 달리고 숙소에 들어왔는 데에도 그날 우리에게 다가온 여름의 향기(?)는 쉬이 가시질 않았다.
나는 원래 액티비티를 그리 즐기지 않는다. 짠돌이 정신이 몸에 배인 사람이라 비싸기도 비싸거니와 그다지 그 활동 자체를 즐기는 편이 아니니까. 아프리카 여행을 계획하면서는 그래도 한 번 해보자 라는 생각이 있었다. 한국에서 볼 수 없는 풍경과 함께 저렴한 가격이 장점이라면 장점이니까. 그리고 오늘은 그 액티비티를 하루 종일 하는 날로 정했다. 오전에는 일행 모두가 사륜 구동 ATV와 모래에서 타는 샌드보딩을, 오후에는 나와 우연이만 스카이다이빙을 하기로 결정했다. 사실 풍경을 보면서 즐기는 액티비티였는데 아침 날씨가 너무 흐렸다. 호스텔 사장님도 "스와코프문트는 원래 구름이 많고 선선한 곳이다."라고 말하긴 했지만 파란하늘이 없어 아쉬운 마음으로 출발했다. 사막을 걸어다녀보면 알지만 너무 힘들다. 모래가 푹푹 파이기 때문에 힘이 갑절로 드는데다가 작렬하는 태양도 골칫거리다. 그래서 인지 ATV를 타고 사막을 달리면 짜릿함이 더 크다!
한국에서 ATV를 타보지는 않았지만 푹푹 파이는 모래를 힘차게 달리는 그 느낌이 좋았다. 한시간 여를 달리면 커다란 모래 언덕이 나온다. 같이 따라온 직원이 나무 판자에 왁스를 쓱쓱 바르더니 그게 샌드 보딩이란다. 처음에는 좀 당황했다. 다큐멘터리에서는 진짜 보드를 줬었던 기억이 나는데... 그리고 생각보다 모래언덕의 경사가 너무 급격했다. 긴장 반, 의심 반으로 나무 판자에 몸을 실었다. 결과는 핵 꿀잼!
모래가 튀는 것을 몸으로 느끼며 타는 보드는 정말 최고였다! (물론 다 타고나서 걸어서 언덕을 올라와야 하는 것은 노잼...) 걸어서 다시 올라가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4번 정도 타는 것이 고작이었지만 너무나 재미있었다. 타는 동안 날이 점점 풀려서 파란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스카이다이빙 할 때 좋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돌아가기 전 재밌는 단체사진도 몇 장 찍고 다시 돌아갔는데, 돌아갈 때에는 고프로로 촬영하지 않았었다. 번거롭기도 하고 가면서 몇 번 모래구덩이에 차가 묻히는 사고가 났었는데 그때마다 직원이 우리를 째려보는 눈빛이 무서워서 왠지 고프로를 꺼내면 안될 것 만 같았다. 그런데 꺼냈어야 했다. 돌아가는 길의 풍경이 훨씬 아름다웠다. 날씨도 그렇고 무엇보다 바다와 사막이 만난다는 스켈레톤 코스트 일대를 지나서 오기 때문에 그 요상한 풍경을 볼 때의 느낌은 굉장하다. 눈과 마음에만 담고 돌아와야 해서 너무 아쉬웠다.
약간의 휴식 후 환진이와 탁이는 숙소로, 나와 우연이는 스카이다이빙을 하는 공항으로 향했다. 나미비아와 남아공은 전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로 저렴한 가격으로 스카이 다이빙을 할 수 있는 곳 중에 하나이다. 비디오 촬영을 포함해 3500ZAR(한화로 32만원)에 해결 할 수 있다. 내 고프로로 직접 촬영하고 싶었으나 안전상의 문제로 거절당했지만 다른 이유가 있으리라. 날씨가 안좋아서 첫 시도에 바로 올라갈 수 없었다. 우리가 있던 날의 스와코프문트는 구름이 수시로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하늘이 다시 열려 나와 우연이를 태운 비행기가 하늘로 이륙 할 수 있었다. 10,000미터 상공까지 경비행기로 올라가는데 그 풍경이 이루 말할 수 없다. 무슨 말이 필요한가! 영상과 사진으로 감상하시길.
지금 봐도 못생겼다. 참말로 못생겼다. 하필이면 머리가 고글에 낄게 뭐람. 어찌됬든 최고의 경험이었다. 구름 사이를 뚫고 지나갈 때의 기분, 구름을 벗어나서 스와코프문트의 풍경이 보일 때의 기분. 정말 최고였다. 전에는 이런 걸 왜 하나 싶었는데, 이제는 이런 걸 이래서 하나 싶었다. 오늘 했던 모든 것들이 내게는 새로운 경험이 된 것이다.
P.S.
스카이 다이빙을 했던 업체에 원본 비디오까지 요구를 했다. 엄연히 다른 프레임으로 찍혀 있어서 영상편집을 직접하는 나로서는 원본이 필요하니까. 그런데 친구거는 원본을 줬는데 내 것은 원본을 주지 않았다. 계속해서 전화해서 언젠간 받아내겠다. 나미비아를 떠나는 그 날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