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 배낭여행자의 숙명

2017년 1월 16일 ~ 17일, 여행 117 ~118일 차, 리빙스톤

by 오상택

여러모로 마음이 무거울 수 밖에 없다. 사고도 친대다가 (...) 오늘은 탁이와 환진이와 작별할 시간이다. 회의를 거친 끝에 나와 우연이는 타자라를 바로 타고 가 종단에 속도를 붙이는 루트로, 탁이와 환진이는 보츠와나와 말라위를 경유하는 루트를 선택해서 둘 씩 갈라져서 가기로 했다. 사실 아프리카에서 더 시간을 쓰고 싶다는 생각도 했지만, 아프리카에서 생각보다 많이 일정을 늘리고 싶어하는 탁이와 환진이에게 방해가 되고 싶지 않았다. 결국 정해진 날짜까지 서둘러 움직여야 하는 우연이와 함께하기로 했다.



일정 : 빈트후크 - 리빙스톤



1월 16일 : Time to say goodbye

아침에는 조금 분주했다. 어제 내가 싸질러 놓은 빅똥(!)을 처리해야 했기에 나와 우연이는 호스텔 사장님과 함께 수리를 알아보러 다녔다. 어제 호스텔 내의 다른 스태프는 총 수리비 2500ZAR (한화로 약 23만원) 선을 생각하되, 최대 3500ZAR (한화로 32만원)정도 각오 하라고 했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세 업체를 찾아갔는데 제일 저렴 한 곳이 3900ZAR (한화로 35만원) 정도가 나왔다. 내가 다 내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친구들이 그러지 말라고 하기는 했지만 각자의 여행자금에서 9만원 가량은 정말 큰 돈일 것이다. 아직도 너무나도 미안하고 감사할 뿐이다. 한국가면 꼭 보답해야 한다. 모든 반납절차를 완전히 마치고 환진이와 탁이와 작별인사를 했다. 잠비아 행인 나와 우연이는 오후에 버스가 있어 호스텔에서 조금 더 휴식을 취하고, 탁이와 환진이가 먼저 마운으로 이동해야 했다.

케이프타운에 모두 모여 다같이 함께 했던 첫 일정 라굴라스. 아프리카의 끝에서 그렇게 만났듯, 지구 어딘가에서 홀연히!

"지구 어딘가에서 홀연히 다시 만나자!" 우연이의 인사처럼 지금은 헤어질 시간이지만 어디선가 다시 만나게 될 그날을 기약하며 환진이와 탁이가 떠났다. 그리고 이윽고 우리도 나미비아를 떠나 잠비아로 향하는 버스를 탑승했다.

1월 17일 : 정보의 가치

잠비아로 가는 버스 안에서, 내 앞의 꼬마

이번에도 국경이동은 Intercape를 이용했다. 나미비아로 갈 때의 버스보다 불편했지만 파키스탄이나 인도를 떠올려본다면 그렇게 나쁜 것도 아니었다. 다만 한 가지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나미비아는 사전에 비자를 발급 받았기에 국경에서는 별 문제 없이 넘어갔다. 하지만 이번 잠비아는 도착비자 발급국이다. 알아본 정보로는 잠비아와 짐바브웨 양국에 대한 방문 무제한과 단수비자가 포함된 'KAZA Uni VISA'를 발급받아야 했다. 잠비아 최대(이자 유일)의 볼거리인 빅토리아 폭포를 짐바브웨사이드에서도 보려면 꼭 필요한 비자였다. 새벽 녘 도착한 나미비아 국경을 벗어나 잠비아 국경에서 비자 발급을 받으려는데, '그런 통합 비자를 들은 적이 없다.'는 출입국관리사무소직원의 대답.

잠비아 단수비자. 결국 우린 30불을 더 사용한 셈이 된다

한국어로 적혀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있는 자료를 언급하며 '통합비자가 있다고 들었다. 그것으로 발급해 달라.'라고 부탁했지만 소용없었다. 한창을 실갱이를 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No인데다가 버스 차장이 빨리 비자문제를 해결하라는 강렬한 눈빛 때문에 별 수 없이 단수 비자를 발급받아 입국하기로 한다. 일단 단수비자를 받은 후 빅토리아 폭포 국경에서 통합비자를 다시 시도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나중에 잠비아에 도착해서 찾고 보니 우리가 통과한 국경에서는 현재 통합비자 발급이 이루어지지 않던 상태였다. 배낭여행자에게 있어서 정보가 곧 가치라는 점을 다시 깨달았다. 정보가 부족하면 금전적으로든, 시간적으로든 어떠한 형태로 내 가치를 보전하기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


P.S.

성인이형과 진은누나, 우연이와 나. 한 번 스칠 것 같았지만 그 이후로도 우리는 여러 정보를 공유하며 연락했다

리빙스턴에 들어와서 숙소를 잡았는데 한국인 커플이 있었다! 당연히 부부겠거니 싶어서 부부시냐고 여쭈었는데 부부가 아니셨다. 성인이형과 진은 누나는 교사 커플로 방학마다 여행을 다닌다고 했다. 여행관이 맞으니 같은 여행방식으로 함께 다닐 수 있는 것이었다. 누군가와 여행관이 맞고 그렇게 함께 여행을 다닐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점인 것 같다. 우리에게 남은 남아공 화폐를 달러로 거래하고, 감사함에 우리(라기보단 우연이)가 갖고 있던 짜장을 함께 나누었다. 내일 형님과 누나는 떠나지만 목적지와 지나온 곳이 달라 정보를 공유하기로 했다. 좋은 사람과의 시간은 그렇게 좋은 기억과 추억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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