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 루사카에서의 재정비

2017년 1월 20일 ~ 22일, 여행 121~123일 차, 루사카

by 오상택

나와 우연이 잠비아로 바로 오는 루트를 선택한 이유는 잠비아와 탄자니아 간의 약 1800Km를 연결해 주는 아프리카 종단의 상징이자 핵심, 바로 타자라(TAnzanian-ZAmbian RAilway) 열차를 타기 위함이다. 타자라를 타려면 루사카에서 티켓을 예약하고 카 피리 음포시라는 작은 마을로 이동해 탑승해야 한다. 화요일과 금요일, 1주일에 이틀만 운행되는 이 기차를 타야 했는데 1월 20일이 이미 금요일이었으므로 우리는 리빙스톤이든 루사카든 둘 중 한 도시에서 정비하고 열차를 탑승해야 했다. 마침 우연이가 아는 선교사님이 루사카에 계셨기 때문에 주일에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선교사님도 뵙기로 하고 타자라 열차를 타기 전까지의 휴식시간을 루사카에서 보내기로 결심한다.


1월 20일 : 지루한 도시 이동

버스에서 보이던 버섯파는 아주머니

아침 9시 30분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야 했기에 아침 일찍부터 준비를 서둘렀다. 자동으로 새벽에 일어나기에 준비에 큰 어려움은 이제 없다. 된장국과 감자볶음까지 만드는 여유(!)를 부리며 아침을 먹고 바로 버스터미널로 나섰다. 어제 버스 티켓을 예매해 놓았기 때문에 바로 버스에 탑승했다. 루사카에서 리빙스턴까지는 6~8시간이 걸리는 경로. 24시간, 26시간, 28시간 씩의 버스를 탔던 나나 여행 경험이 많은 우연이에게는 짧은 시간이라고 생각했지만, 결코 그 시간도 짧은 것은 아니었다. 드라이버는 레드불을 몇 병이나 들이키며 운전했는지 모르겠고, 지나가며 보이는 풍경은 계속해서 똑같았다. 나미비아에서의 길이 사막으로 단조롭지만 가끔씩 보이는 색다른 풍경으로 덜 지루한 느낌이었지만, 잠비아를 이동하면서는 기후대가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고 게다가 우기의 시작이라 그런지 푸른색이 많은 초원지대가 많았다. 덕분에 눈이 편안한 초록색이 계속 나오니 편안해 노곤 해지... 려고 하면 아프리칸들의 음악사랑에 잠에서 깨어야 했다. 6시간이라고 했던 버스는 실제로 9시간에 가깝게 갔고, 나와 우연이는 완전히 지쳐버려 숙소에 가자마자 힘이 풀려버렸다. 잠은 잠대로 못 자고, 재미는 재미대로 없는 정말 지겨운 도시 이동이었다.


1월 21일 : 너는 탕자가 아니다

낮에는 우연이의 바지를 수선하러 갔다. 루사카에서 조금 위험하다는 골목 근처도 우연히 돌아보게 됐지만 결과적으로 안전히 돌아다녔다. 확실히 아프리카의 중앙으로 들어올수록 전반적인 인프라나 경제 수준은 더욱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주변에 보이는 풍경이 확연하게 달라지고 있는 것이 그 반증이랄까.

바쁘게 움직이는 루사카의 사람들
믿기 어렵겠지만 이게 버스다. 나와 우연이는 이걸 몇 번이나 탔는지 모르겠다

각설하고, 사실 나나 우연이나 루사카를 방문하게 된 큰 이유 중 하나는 우연이의 소개로 알게 된, 잠비아에서 사역 중인 선교사님을 뵙고 주일에 예배를 드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시아와 유럽에서 사역하고 있는 분들은 여행을 통해서 몇 번 뵌 적이 있지만 아프리카에서 사역을 하고 계신 분은 처음이었다. 이 날 뵌 박성식 선교사님은 내가 아는 그 어떤 선교사님들 만큼이나 여유가 넘치시는 분이었다. 사실 나와는 어떠한 연도 없이 그저 우연이의 동행이고 기독교인이라는 이유로 굉장히 편안하게 대해 주셨다. 외국에 나오면 자주 먹기 힘든 삼겹살까지!

우연이와 나, 박 선교사님과 함께

식사를 하는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그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한 가지를 뽑으라고 한다면 이 이야기일 것 같다. 교회 설교에서 꽤 자주 언급되는 성경의 내용 중 하나가 '돌아온 탕자'이야기이다.

옛날 옛날 어떤 한 사람에게 두 아들이 있었는데 큰 아들은 성실했고 둘째 아들은 놀기 좋아해서 재산을 미리 받고 집을 떠났답니다. 나중에 돈이 다 떨어져 거지 생활을 하던 둘째 아들은 아버지에게 돌아갔더니 아버지가 다시 아들을 받아들이고 잔치까지 벌였고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압축하자면 대충 저렇다. 실제로 여행을 하고 있지만 종교적으로도(!?) 여행을 하고 있는 중인데, 원래 알고 지내던 교회의 어른들이나 우리 부모님께서는 항상 '돌아온 탕자처럼 돌아오라'라고 말씀하신다고 선교사님과 이야기를 했더니 박 선교사님께서 내가 듣기에는 너무 재밌고 마음에 위안이 되는 말씀을 해주셨다.

상택 군은 돌아온 탕자가 아닌데...
청년이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건강한 건데?

기억의 한계가 있어서 정확한 전체 문장이 기억이 나질 않는다. 확실한 건 사실 지금의 내 여행에는 많은 응원군이 있지만 종교적인 내 여정에는 응원군이 적었달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우연이도 '넌 돌아온 탕자는 아니야.'라고 말해줬다. 그게 뭐라고. 그 한 마디가 뭔가 마음 한편을 몽실몽실하게 만들었다.


1월 22일 : 재정비가 필요하다!

박선교사님의 인도로 중국교회에 갈 수 있었다. 자주는 아니지만 여행 중에 찾는 교회에서 평안함을 얻는다. 예배를 마치고는 샤와르마(케밥 롤의 일종)를 먹었다. 두런두런 선교사님과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일은 타자라 열차를 타게 될 것이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정비하기로 했다. 예배와 식사를 마치고는 가방에 있는 옷들을 전부다 빨래를 부탁하였고, 장비들은 모두 한 번 꺼내 새로 닦았다. 베드 버그로 고생했던 우연이도 옷을 전부 빨고 추후의 계획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하고 휴식을 취했다. 가끔은 이런 날도 필요하다. 내일부턴 고생할 것이니까!




P.S. 1

같이 다녔던 탁이와 환진이가 숙소에서 돈을 털렸다고 한다. 스태프들이 했을 거라는데, 다행히 많은 돈을 가져가지는 않았다고. 아무런 피해 없이 여행을 잘 하고 있는 것에 다시 감사했다.


P.S 2

비닐 봉지 안에 들어있는 노란 파인애플을 보라!

진은 누나가 떠나기 전 '탄자니아에 가면 파인애플을 많이 먹으라'라고 했다. 혹시나 해서 잠비아도 괜찮지 않을까 먹었는데 환상적이었다. 후르츠 칵테일에 설탕을 넣지 않아도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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