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23일, 여행 124일 차, 루사카
아프리카 종단 일정의 가장 큰 묘미 중 하나라면 단연 "타자라(TAZARA)를 뽑을 수 있다. 2000여 km를 5만원 가량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금전적 강점 외에도 2박 3일간 기차를 타면서 마주하는 다른 여행자와의 교류, 국립공원을 관통하는 노선으로 인한 환상적인 경관, 그리고 현지인들의 삶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생동감 등을 한 번에 경험할 수 있기 때문에 인기도 많고 다들 꼭 타고 싶어 한다. 인도에서 기차여행을 했던 나로선 더 재밌을 것 같아 타자라 발권을 학수고대했다. 미리 발권하려 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출발 전 날인 월요일에 티켓발권을 하러 갔다.
아침을 체할 정도로 빠르게 먹었다. 현지 로컬버스에 낑기듯 앉아갔다. 속이 불편해도 괜찮았다. 오늘 타자라 티켓을 발권하면 흥미 진진한 2박 3일이 펼쳐진다. 오피스에 도착해서 현지 직원에 안내를 받아 발권 사무소에 들어갔다. 그런데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우리 말고 잠비아 현지인들 역시 발권을 위해 찾아온 듯 했다. 내일 출발하는 타자라를 예약하고 싶다고 말하니 담당 직원이 난색을 표하면서 "작은 문제로 인해 지금은 예약할 수 없다"고 답했다. 타자라가 인기가 많아 표 구하기 힘들때가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답변이 달라 당황스러웠다.
전산상의 오류냐고 물으니 애매한 표정으로 그렇다고 이야기 하는 것이 여간 못미더웠다. 그래서 "아니면 예약이 다 찬 것이냐"고 물으니 또 그건 아니라고... 아무랴도 얘기가 통하지 않는 것 같아 다른 사람과 이야기 해 봐도 비슷 했다. 당분간 출발하는 모든 타자라 티켓의 예약이 중지 상태이며, 이유는 본인도 모른다고... 한참을 실랑이했지만 뾰족한 답을 듣지 못한 우리는 일단 사무실을 나와야 했다. 혹시 루사카에서만 발권이 안되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에 타자라가 실제로 출발하는 카피리 음포시에 전화를 해보았다. 음포시 측은 조금 새로운 답변을 내놓았다. 자리는 현재 있고 예약은 해줄 수 있다고. 다만 출발을 보장할 수 없다고. 너무 답닺한 우린 이유가 뭐냐고 묻자 음포시 측에선 한 마디의 답변을 해 주었고, 나와 우연이는 허탈하지만 그 상황을 이해할 수 밖에 없었다. 바로 철도 노동자의 파업이었다.
멍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었다. 별의 별 생각을 다 했다. 리빙스턴에서 급행이 아닌 완행을 탔어야 했다느니, 버스를 어떻게 타고 가야하니... 이대로는 답이 없었다. 일단 이 상황을 타개해야했다.
근처 패스트푸드 점이 들어가 영수증 뒷면에 계획서를 짜보기로 한다. 어떻게든 탄자니아를 들어가는 것이 우선이었으며 그 안에 다른 국가나 도시이동을 완전히 새로 생각했다. 중간중간 머리속에 떠오르는 '타자라'라는 단어가 우리의 주먹을 불끈 쥐게 했다. 당장 오늘 밤 비행기로 탄자니아를 가는 방향으로 바꾸고 상세 일정을 다시 정했다. 한시간 이상 머리를 싸매서 계획을 만들어 냈다. 만들고 나선 "이 것이 잘 되면 축복인 것일 거고 안되면 섭리니 따르자!"라고 서로를 위로 했다. 여행에 이런 에피소드 하나쯤 괜찮다고 따르기로 했다.
지쳤지만 멍때릴 수가 없었다. 점심과 저녁 먹을 장을 보고 숙소로 와서 바로 짐을 챙겼다. 내일 이동 예정이었던 것이 당일로 바뀌었기에 모든 것등이 정신이 없었다. 식사를 제외한 모든 준비를 끝내놓고 숨을 돌리고 있었는데 헤어졌던 탁이와 환진이가 연락이 왔다. 루사카에 왔는데 모든 귀중품을 털렸다고... 갑자기 걱정됨과 동시에 장난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한 번 경험이 있던 아이들이기에 현재 위치를 파악하고 도움을 주랴고 했는데 우리 호스텔 리셉션에 와 있었다. 알고보니 서프라이즈를 위한 장난이었던 것.
그냥 허허웃곤 같이 저녁을 준비해서 먹었다. "지구 어디에선가 홀연히"를 말하면서 인사한데 일주일도 안되었는데 말이다. 오늘 우리에게 있었던 일, 루사카까지 오는 동안 있었단 아이들의 일을 들으며 저녁을 함께했다.미리 불러놓은 택시가 와서 가야했다. 아이들에게 항상 조심 또 조심을 부탁하고 아이들과 작별했다. 홀연히 만나자던 약속대로 홀연히 만났고, 우리도 다음을 기약하며 홀연히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