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 잔지바르에서의 스노클링

2017년 1월 25일, 여행 126일 차, 잔지바르

by 오상택

어제 능귀 해변의 아름다운 바다, 스톤타운의 먹거리, 그리고 잔지바르 밤하늘의 아름다운 별이 내 머릿속 잔지바르의 모습을 아름답게 해주었다. 물론 텐트에서의 하룻밤은 더위와 모기로 엄청나게 고생을 했지만. 능귀 해변에서 물놀이를 하고 있을 때 한 호객꾼이 스노클링 패키지를 팔았다. 식사와 스노클링을 모두 합쳐 15불에 해준다는 말에 홀라당 넘어갔다. 우연이는 정말 싼 가격이긴 한데 괜찮을지 모르겠다고 했고 나는 스노클링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기에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텐트에서의 끔찍한 잠(?!)에서 깨었다.


진짜가 나타났다

아침을 서둘러 먹자마자 방을 옮겼다. 게스트가 오지 않아 빈방을 같은 가격에 준다는 집주인의 제안을 마다할 이유가 없으니까! 인터넷도 안되고 정전도 되는 숙소였지만 방을 옮기고 나서는 더 잘 지내게 되었다. 짐을 옮기고 해변으로 가니 어제 인사했던 선장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 외에도 여러 사람들이 스노클링 보트 투어를 기다리고 있었다. 스노클링에 사용되는 오리발과 고글을 받고서 배에 올라탔다. 오후 3~4시까지 한다고 했는데 배를 한 시간 가까이 타고 가도 도착할 생각을 안 했다. 아무리 아름다운 능귀 바다라도 비슷한 풍경이 나오니 지루해지려고 하는 찰나, 진짜가 나타났다. 인터넷에서 보던 에메랄드 빛 바다가 내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능귀 해변이 이온음료를 쏟아놓은 바다색이라면, 스노클링을 하는 장소는 투명하고 푸른 유리 같은 느낌이었다. 라오스의 블루라군도 굉장히 아름다운 색이지만 계곡은 바위가 바닥에 있어 짙푸른 색이 났다. 하지만 이 곳은 아래가 산호나 흰색 모래가 있는 곳은 햇빛을 받아 밝고 맑게 반사되던 것이어서 훨씬 맑았다.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었는데 보정을 안 해도 말도 안 되는 색이 나오는 그런 바다. 나와 우연이는 '이건 말도 안 된다'라는 말만 하며 멍했다. '자 그럼 이제부터 한 시간 동안 자유롭게 스노클링을 즐기세요' 선장이 외쳤다.

스노클링을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 우리만 동양인이었다
바다색은 깊이에 따라 색을 달리한다. 스노클링을 하는 장소에 도착하면 말도 안되는 색의 투명한 바다가 반긴다


스노클링의 매력

우연이는 해군 장교 출신이라 물에 들어갈 일이 많았다. 구명조끼도 하지 않고 물로 텀벙 들어갔다. 나도 블루라군에서 다이빙할 때에는 구명조끼 없이 해냈지만 수영을 잘 하지는 못해서 처음에는 구명조끼를 입고 스노클링을 시도했다. 맑은 물속이라 고프로로 보는 시야도 훨씬 밝고 맑았다.

하얀 모래와 맑은 바다, 그 안으로 비치는 햇빛이 오묘한 패턴을 만들어 낸다
'니모를 찾아서'에 나올 법한 물고기도 찾았다. 잠수실력이 젬병이라 금방 나와야 했지만

난 스노클링을 하는 이유가 그냥 깨끗한 바다를 보려는 것인 줄 알았는데, 깨끗한 바다에는 정말 예쁜 물고기들과 산호초들이 많기에 그걸 본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한참을 신기해하며 보다가 더 물속으로 들어가서 보려면 구명조끼가 없어야 한다는 사실에 배로 올라가 구명조끼를 벗고 다시 스노클링을 이어갔다. 가끔씩은 숨을 참고 물속 깊은 곳까지 들어가 물속의 풍경을 보기도 한다. 몇 번씩 물이 들어와 힘들기도 했지만 아름다운 바다의 모습에 흠뻑 반했다. 스노클링을 사람들이 하는 이유를 느끼게 되었다.


순박한 사기

그래도 풍족하게 먹었다. 이렇게 먹고 한사람당 3천원.

스노클링을 마치고 해변에서 시간을 더 보냈다. 내일 잔지바르를 나가는 것이 확정되었기에 아쉬운 마음에 더 물놀이를 즐겼다.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시간을 보내고 싶기도 했다. 바다에 이렇게 매료되는 경우가 없었는데 나조차도 내가 신기했다. 물놀이 이후 숙소에서 한참이나 쉬다가 늦게 돼서야 밥을 먹겠다고 나섰다. 밤늦은 시간에 스톤 타운을 가는 것은 불가능 하기에 근처 로컬 식당에서 끼니를 때우기로 한다. 마땅한 로컬 식당이 나오지 않아 슈퍼 주인에게 근처 로컬 식당을 한 군데 추천받아 가게 되었다. 꼬치와 감자튀김을 팔고 있는 펍 같은 곳이었는데 소고기 꼬치가 One hundred 실링이라는 것이다. 한국 돈으로 하면 50원이라는 소리.

말도 안 되는 가격이라 몇 번을 확인했다. one, zero, zero. 백이 맞단다. 닭고기 꼬치가 500실링. 250원. 말도 안 되는 가격인 것이었다. 뭔가 의구심이 들었지만 나와 우연이는 그냥 먹기로 한다. 먹어보니 맛도 일품! 너무 맛있고 저렴한 가격이라 몇 개를 더 시켰다. 시켜놓고 보니 뭔지 모를 불안감 때문에 우연이가 '가격을 확인해보자'했다. 혹시, 설마 하는 생각에 가격을 확인했는데 우리가 계산한 가격과 역시 달랐던 것이다. 고기를 굽던 직원에게 '야! 네가 One hundred 라며!'라고 묻자 'One Hundred! one, zero, zero, zero'라는 것이다. 영어를 못하는 건지 못하는 척을 한 건지 0 하나 차이로 우리는 원래 생각한 아주 저렴한 가격에서 밖에서 좋은 식당에서 먹는 것과 다르지 않은 가격에 식사를 하게 된 것. '소고기 꼬치를 50원에 먹으려던 우리의 심보가 나쁜 거지 뭐!'라고 넘기기로 했지만 영 불편했다. 그 순박한 얼굴로 원 헌드레드를 일영영영이라고 말하는 그들에게 무엇을 더 따지겠는가! 숙소로 돌아와서 또 별 사진을 몇 번씩이나 우연이와 찍고 뒤늦게 잠들었다. 내일은 바쁘게 잔지바르를 떠나야 했으니까.

우연이 카메라로 남긴 별 그리고 바오밥 나무


P.S.

1일 3파인애플. 하루에 세 번씩 파인애플을 먹은 나는 진정한 파덕후로 거듭났다. 잔지바르에서 숙소 바로 앞, 하쿠나 마타타를 외치던 과일가게 아저씨가 썰어주는 저 파인애플이 어찌나 달고 맛나던지. 서비스도 좋고 과일 자르는 솜씨도 일품이었다. 사진 찍는 것도 거절하지 않는 아저씨의 쿨함. 쿨한 만큼 맛있는 파인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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