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28일, 여행 129일 차, 타랑기레 국립공원
1월 28일부터 1월 31일까지, 한국의 구정 기간에 나는 우연이와 보들부부(J형과 Hana누나)와 함께 3박 4일간의 게임드라이브를 즐겼다. 탄자니아의 작은 마을 모시를 출발하여 총 3개의 국립공원을 돌아보는 일정이다. 처음에는 게임드라이브를 모두 묶어서 하나의 갈래로 글을 쓰려고 했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광활했고 멋있는 드라이브였기에 각 지역을 설명하며 하나씩 글을 써보려고 한다. 그럼 아프리카의 꽃! 탄자니아의 자랑, 세렝게티 게임드라이빙 패키지의 시간을 거슬러가보자
흔히 '사파리'라는 단어로 익숙한 게임 드라이브는 야생동물들이 살고 있는 국립공원 지역을 사륜차를 이용해 돌아다니며 동물들을 관찰하는 코스이다. 우리는 리빙스턴에서 만났던 진은누나가 추천해주신 모 업체의 '넬리'라는 가이드를 추천받았기에 보들부부를 통해 그 가이드로 꼭 배정받아달라고 부탁했었다. 출발시간이 다가와서 짐을 미리 챙겨놓고 기다렸는데 10분, 20분이 지나도 넬리는 오지 않았다. 한 시간이 다 되어서야 넬리가 도착했는데, 화를 내려고 하던 찰나에 '미안해요 친구'를 외치며 살가운 얼굴로 우리에게 용서를 구했다. 한식 도시락을 챙겨오느라 늦었다는 그의 말에 다들 '도시락이 늦었겠거니'생각해야 했으니까. 넬리는 우리 전체 일행 중에서도 가장 나이가 많았으며 그의 언어 구사력에 혀를 내두를 정도로 영어도 잘하고 한국말(이라고 하기엔 몇 단어 안되지만)도 재밌게 하는 친구였다. 일부 국립공원 내에서는 음료 등을 구할 수 있는 편의시설을 제공하지 않기에 그런 것들은 별도로 구매해야 했다. 출발 전 우리는 파인애플 7통(!, 파인애플 덕후인 나 때문에 과하게 산 경향도 없지 않지만)과 맥주와 와인을 사서 게임드라이브를 출발했다. 유쾌한 넬리의 신나는 (MP3에 담긴) 노래를 들으며 출발한 첫 목적지는 모시에서 150km정도 떨어진 작은 세렝게티, 타랑기레 국립공원이었다.
넬리의 지각으로 인해 출발이 늦었지만, 가는 길에 킬리만자로 산을 보기도 하면서 열심히 가이드를 해준 넬리 덕에 3시간 여 뒤에 타랑기레 국립공원에 도착했다. 사실 타랑기레 국립공원은 그다지 유명하지도 않고 세렝게티 국립공원에 비하면 개체수나 규모가 굉장히 작다. 아마 세렝게티만 몇박 몇일을 하기에 수지타산이 맞지 않으니 넣은 것은 아닌가 생각되기도 하지만, 우리를 가이드하는 넬리의 말에 따르면 규모이 비해 다양한 종류의 동물들을 볼 수 있기 때문에 기대해도 좋다고 했다. 출발에 앞서 넬리는 우리를 위해 망원경과 동물도감을 주면서 아프리카 게임드라이빙의 BIG 5로 불리는 동물들을 소개해 주었다. 코끼리, 사자, 표범, 코뿔소, 버팔로를 일컫어 BIG 5로 구분한다고 했다. 육식동물만 있는 것도 아니오, 거대한 동물들만 있는 것도 아닌데 어째서 저것이 BIG 5라고 물으니 '사냥꾼들이 사냥해서 얻는 전리품들 중 가장 가치가 높은 것들을 갖고 있고 사냥의 난이도가 높은 동물'이라고 했다. 믿거나 말거나 급의 이야기지만 실제로 저 동물들을 BIG5로 구분해서 남아공에서는 화폐에도 집어넣었으니 말 다했다.
맑은 날씨에 끊임없이 볼 수 있는 동물들 덕에 지루할 틈이 없었다. 타랑게리는 물도 꽤 많이 있어서 초식동물들이 지내기에 정말 좋은 장소인 것 같았다. 넬리는 끊임없이 무전을 주고 받으면서 동물들의 위치를 확인했는데, 덕분에 코끼리가 내 눈앞에서 지나가는 장면을 잡을 수 있었다. 갑자기 들려오는 무전에 위치를 바꾸기도 했는데 BIG 5 중 하나인 코끼리 때문이었다. 코끼리가 길가를 지나간다는 첩보를 듣고 빠르게 이동해서 코끼리 떼를 볼 수 있었다! 지각한 넬리가 제 몫을 하는 느낌이었다. 지금은 세렝게티에 우기가 시작되고 있어서 동물들이 북부로 이동중이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얼룩말이나 누(물소의 일종)들이 떼를 지어 이동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얼룩말이 무리지어 있는 모습은 최고였다!
타랑기레가 좋았던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바오밥 나무가 정말 많았다는 것이다. 마다가스카르에서의 길쭉한 바오밥보다 짜리몽땅하지만 아름드리(사실 마다가스카르 바오밥도 두께가 장난아니라고.) 생김새의 바오밥을 보고 싶었는데 정말 원없이 보았다. 이날 BIG 5 중 2마리(코끼리, 버팔로)를 보았는데, 버팔로는 멀찍이서 보았기에 사진으로 남기기가 어려웠다. 뛰어난 자연환경도 일품이었다. 누군가는 타랑기레를 '작은 세렝게티'라고도 한다던데 그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게임드라이빙의 숙소는 지불하는 비용에 따라 다르다. 우리는 가장 저렴한 상품인 만큼 캠핑 사이트의 텐트에서 숙박하게 된다. 나미브사막에서 숙박을 해본 경험이 있는 나와 우연이에겐 텐트가 익숙하지 않을 수 없었고, 보들부부 역시 우리보다 좋은 텐트기는 하지만 어쨌든 캠핑으로 나미브 사막을 지내왔기에 같이 텐트를 쓰게 되었다. 첫날의 숙소는 굉장히 좋은 곳이었다. 캠핑사이트이지만 수영장도 갖고 있고 식당과 와이파이까지 있는 고급(!) 캠핑사이트였으니까. 나와 J형은 수영장에서 수영도 즐기면서 첫 날의 여유를 즐겼다. 수영을 마치고 나오니 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하는 것이 심상치 않았다. 일기예보에서는 사실 내내 비가 온다고 했는데 아직까지 비가 안온 것도 수상했으니까. 식사를 마치고 휴식을 취하려던 찰나 비가 오기 시작한다. 비는 매섭게 몰아쳤다. 텐트 속에 있던 나와 우연이는 '텐트가 뚫리는 것 아닐까'하는 걱정까지 했다. 아뿔싸, 텐트에 습기가 스며든다. 옆의 보들부부의 텐트에서는 천장 쪽에서 물방울이 떨어진다는데 다행히 우리 텐트에는 습기만 스며들고 있었다. 이 빗속에서 우리 잘 잘 수 있을까하는 걱정과 내일의 게임드라이브에 대한 걱정이 늘었다. 파전 부치는 듯한 빗소리를 들으며 게임드라이브의 첫날 밤을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