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시간이 멈춘 응고롱고로

2017년 1월 29일, 여행 130일 차, 응고롱고로

by 오상택

비는 새벽까지 이어졌다. 매 새벽 5시면 일어나는 나나 우연이는 빗소리를 새벽부터 듣고는 '오늘 게임 드라이브 못하는 것 아닐까'하는 걱정이 이어졌다. 다행히 곧 비는 그쳤고 아침을 먹고 게임드라이빙을 시작할 수 있었다. 비는 그쳤지만 하늘은 예쁜색을 갖고 있지는 않았다. 내심 기대 했던 2일차의 장소는 아프리카 최대의 분화구이자 동물 서식 지역인 응고롱고로였다!


게임드라이브 2일차 : 웅장한 응고롱고로

사실 응고롱고로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다. 지도상으로 확인해 보면 타랑게티에서 북쪽으로 이동하면 응고롱고로가 나오며 응고롱고로의 끝이 세렝게티 국립공원의 입구였다. 여행작가 이신 설재우 반장님의 페이스북에서 응고롱고로가 굉장히 거대한 화산 분화구 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사진 속의 모습은 그냥 산과 같았다. 도대체 저 산이 어째서 분화구라는 거지라는 의문과 함께 응고롱고로 국립공원에 도착했다. 응고롱고로 국립공원, 정확히는 응고롱고로 분화구는 지금은 화산활동을 멈춘 사화산이다. 흔히 '칼데라'라고도 불리는 이 지형은 지름이 약 20km에 달할 정도로 굉장히 광활하고 넓은 고원과도 같다. 응고롱고로 국립공원 입구에 도착하면 한참을 산길을 오르는데 이것은 사실 산이라기 보다는 굉장히 큰 분화구를 타고 올라갔던 것이었다. 분화구의 끝에서 웅장하게 펼쳐지는 광경은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었다.

응고롱고로 분화구의 모습. 저 움푹패인 지형이 굉장히 광활하고 넓은 분화구였던 것이다!

그리고 분화구 안으로 펼쳐지는 대 초원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동물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넬리의 말에 의하면 분화구로 인해 생성된 물웅덩이가 많은 탓인지, 응고롱고로에는 주로 초식동물들이 살아간다고 했다. 어제 보았던 얼룩말과 누 뿐아니라 하마와 악어 거기에 BIG 5 중 표범을 제외한 모든 동물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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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를 찾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 적이 있는가? 나는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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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 다음 중 코뿔소로 알맞은 물체를 고르시오

초식동물이 주로 있다고 했지만 사자가 보여서 가이드를 포함한 우리 모두 놀랐다. 애석히도 보였던 사자의 모습은 너무나도 작게 보였지만... 그리고 사실 응고롱고로는 동물개체수로는 다른 국립공원에 비해 한참 부족한 곳이라지만, 거대한 분화구 속 여러 동물들이 있는 모습을 보면 이 곳만 결계를 쳐서 시간이 멈춘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 현장에 내가 들어와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응고롱고로가 주는 감동은 충분했다.




응고롱고로의 밤

어젯 밤의 비때문인지 캠핑이 너무 힘들다는 생각이 다들 들었다. 내심 숙소가 있던 저번의 캠핑사이트와 같은 곳이라면 '숙박으로 바꿔버릴까'라는 생각들도 했지만 응고롱고로의 캠핑사이트는 숙박시설이 없었다. 하지만 드넓은 잔디위에 커다란 나무 하나가 응고롱고로 분화구를 내려다보며 자리잡고 있었던 우리의 캠핑사이트는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해지는 모습을 바라보고, 별이 뜨는 것을 지켜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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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리의 사정(!?)으로 인해 맥주와 와인을 마시지 못한게 너무나 아쉬웠지만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보들부부와 나, 우연이는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별을 보며 밤을 보냈다. 아름다운 둘째날의 밤도 그렇게 흘러갔다.

응고롱고로에서의 밤하늘. 산란되는 빛이 주는 묘한 분위기에 취했다


P.S.

응고롱고로 캠핑장의 한국인은 우리뿐 일거라 생각했는데 왠 한국인이 한 명 더 있었다. 환이는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를 마치고 세계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귀여운 모자가 잘어울리는 그는 잠비아 사이드로 내려가는 남하종단을 실행중이었다. 그동안 골칫거리였던 잠비아 화폐를 그에게 넘길 수 있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것은 아니지만, 환이의 여행기에 우리는 잠시 넋을 놓고 집중했다. 세계일주 일정에 비싼 섬나라나 중동지역, 전혀 관심이 없던 중앙아시아들을 빼놨는데 우연이를 통해서도 그렇고 환이를 통해서도 그렇고 새로운 곳을 또 알게 되었다. 여행은 하면 할 수록 지구가 크다는 것을 알게해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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