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월 5일~7일, 여행 137~139일 차, 소로티
특별한 일정 없이 우간다에서의 이틀이 흘렀다. 선교사님 께서는 '우간다에 왔으면 래프팅이지'라고 말씀은 하셨지만 비용도 비용이고 여기서 뭔가 의미 있는 활동 하나 쯤은 해보고 가자는 것이 우리의 의견이었기에 래프팅은 포기하기로 이미 마음먹었다. 마침 곧 개학시즌이라 조금 도울일이 있을거라고 하셔서 그걸 기다려보기로 했다. 주일부터 수요일까지 우간다 소로티에서 보낸 행복한 시간을 남겨보고자 한다.
원래 지난주가 개학이어야 했지만, 이 곳의 사정으로 한 주 늦어 이번주인 내일이 개학날이라고 한다. 덕분에 학생들이 채플실이 아닌 작은 교실에 모여 예배를 드린다고 했다. 교실을 가득채운 아이들이 모였고, 함께 예배를 드렸다. 아프리칸들의 예배 풍경은 처음이었는데, 실로 신선했다. 처음에는 아프리칸 리더가 예배와 찬양을 인도했는데 하나의 콘서트장 같았다. 아프리칸들의 음악 사랑이야 원래부터 알고 있었지만 정말 열광적인 모습에 놀랐다. 예배의 인도는 선교사님이 아닌 다른 한국인 선교사님께서 인도를 해 주셨다.
영어가 미숙한 아이들을 위해 아프리칸 리더가 우간다어로 해석해주었다. 열정적인(?) 예배를 끝내고 우리가 머문 곳의 선교사님 가정, 설교를 해주신 선교사님 가정, 그리고 나와 우연이가 팀을 나눠 윷놀이를 즐겼다. 사실 설을 세렝게티에서 보냈기 때문에 설날 분위기를 느낄 수 없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윷놀이 몇 판에 금새 설날 분위기가 되어버렸다. 윷놀이 판에는 지금 통과하는 말의 두배가 되는 '전도', 지점에 도착하면 바로 말이 나버리는 '천국', 지점에 도착하면 말이 처음 위치로 돌아가는 '지옥'이 있었기에 몇 번이고 판이 뒤집히곤 했다. 6판을 내리 하면서 내가 드라마를 만드는 감초(...)가 되었고 지친 몸을 김밥을 먹으면서 달랬다. 과식때문인지 윷놀이로 지쳤음에도 목사님들과 함께 배드민턴도 쳤다. 떡국도 없었고, 새뱃돈도 없었지만 한국 사람들과 보내는 행복한 시간 덕에 뒤늦게 설날을 느낀 것 같았다.
몇 주 만의 격한 운동이었가. 배드민턴은 더더욱 오랫만 이었던지 안쓰던 근육까지 욱신욱신 거렸다. 오늘은 개학날이었기에 목사님네 가정은 더욱 더 바빠보였다. 오늘은 뭔가 우리가 할만한 일이 생기진 않을까 기다렸다. 그보다 일단 오랫동안 가족들에게 연락을 하지 못해서 심카드가 필요했다. 우간다의 인터넷 사정은 아프리카 나라 중 손꼽힐 정도로 안좋은 편이었다. 숙소에 가더라도 와이파이를 쓰기 힘든 환경이라고. 소로티 읍내(?)에 나가 통신사에서 심카드를 구입했다. 다행히 Daily Bundle 프로모션이 있어서 하루에 600MB를 천원 안되는 가격으로 누릴 수 있었다. 우간다에서의 일정이 길지 않기에 그정도로 만족해 두고 인터넷을 했다. 에티오피아로 넘어가는 항공권과 에티오피아에서 이집트로 넘어가는 항공권까지. 그리고 미뤄두었던 연락들. 세상과 오랫만에 접촉하는 기분이 들었다. 몇 일 동안 인터넷을 완전히 못 쓴 적은 오랫만이니까. 문제는 그 인터넷 마저도 선교사님 댁의 2층 베란다에서만 되었다. 그날, 결국 우리에게는 아무 일이 떨어지지 않았고(라기 보다 선교사님께서 너무 바빠서 일을 주실 수 없었다.) 우리는 2층 테라스와 우리 방을 오가며 한참을 시간을 보냈다. 세상과의 접촉이 너무 달콤해서 였겠지.
선교사님 댁에서 지내는 것은 두 부부와 우리 뿐이 아니었다. 선교사님 사모님의 조카 혜민이가 와 있었다. 엊그제 윷놀이를 하면서 급격히 친해졌는데, 바로 앞에선 이야기 못했지만 사실 굉장히 잔머리꾼이다(혜민이 미안~). 공부를 하느니 오빠들(사실 이제 삼촌이 더 어울리는 나이차가 되었지만.)과 일을 돕겠다는 녀석의 말이 실소를 만들었으니까. 그날, 혜민이와 우리는 드디어 뭔가 할 수 있는 일을 받게 되었다. 바로 도서관 청소! 선교사님이 운영하시는 학교에는 크지는 않지만 도서관이 있었다. 소로티 내에서는 가장 큰 도서관이고, 우간다 전체적으로 봐도 이 정도 서적을 구비하고 있는 도서관은 많지 않다고. 다만 관리를 자주하지 않으니 도서관에 먼지가 뽀얗게 앉아있었는데, 그 것을 청소해달라는 선교사님의 명령(!)이셨다. 청소는 생각외로 힘들었다.
책을 하나하나 다 꺼내어 털어내고 책장까지 깨끗하게 청소해야 했으니까. 중간에 잠시 낮잠도 자고, 쉬기도 하면서 열심히 청소를 했다. 밖에는 학교 아이들이 개학을 맞이해서 많이 와있었고 허연 무중구(외국인들을 부르는 말)들이 와서 도서관을 청소하니 마냥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쉬는 시간에는 아이들과도 잠깐 재밌는 시간을 보내면서 힘을 얻어서 마저 청소를 했다. 솔직히 선교사님이 아실 수 없는 약간의 트릭(!)을 써서 청소를 하기도 했지만 어쨌든 청소를 말끔하게 끝냈다. 청소를 하기 전 부터 해민이는 아이스크림을 그렇게 찾았는데, 청소를 마치고 아이스크림 대신 잭푸르트이 나와서 실망스러했었다. 다행히 목사님은 혜민이 몰래 아이스크림을 사 놓으시는 속칭 '츤데레'의 모습을 보여주셨다. 청소하는 내내 보는 아이들의 해 맑은 모습, 아이스크림 하나에 행복해 하는 혜민이의 모습. 그 모습을 흐뭇하게 보시는 선교사님들의 모습. 오늘을 마무리하며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아프리카에 있는 많은 나라들이 힘든 환경이다. 선교사가 지내기에도 현지 사람들이 지내기에도 힘든, 이곳에서 나는 행복할 수 있을까. 이 분들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