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월 10일, 여행 142일 차, 에티오피아 메칼레
이 때부터는 써둔 다이어리가 하나도 없었다. 기억을 더듬어 가며 다이어리를 써야 하는 부담감이 크다. 그럼...
우간다 엔테베 공항에서 한참 시간을 보낸 뒤 새벽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바로 환승하여 메칼레(Mekale)라는 도시로 이동한다. 다나킬 평원 투어를 하기 위해서 반드시 이동해야 하는 곳이다. 한국분 한 분을 더 모집하여 세 명이 투어에 참가할 예정이었다. 아침 일찍 메칼레 공항에 도착했는데 생소한 공항의 풍경에 당황했다. 힘들게 우리가 알아봤던 여행사의 픽업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첫 고비는 이 때 시작된 것이다.
일정 : 메칼레 - (다나킬 투어 1일차) 소금호수 - 야영지
한국 여행자들은 ETT라는 여행사를 주로 선택한다. 이미 많은 한국인들이 이용했기에 가격 협상이 가장 용이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역시 그 곳을 선택했다. 에티오피아 최고의 볼 거리 중 하나인 다나킬 평원은 거대한 사막지형을 말하는데, 소금광산과 유황천 외에 가장 핵심적인 볼거리인 용암 분출을 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다채로운 요소들을 볼 수 있는 것이 포인트이다. 대부분 3박 4일의 일정을 선택하지만 우리는 이 다음 일정 때문에 2박 3일 일정을 택하려고 했다. 당장 오늘 움직이는 것이 가능할지 미지수 였기에. 그런데 여행사 측에서 오늘 무조건 가는게 좋다, 그래야 더 깎아주겠다라는 식으로 나오는 것이었다. 문제는 그렇게 선택하게 되면 한 명 더 만나기로한 한국인과는 같이갈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 역시도 아디스아바바에서 아침비행기를 탔다면 가능했겠지만 오지 않은 것으로 보아 오전 비행기에 탑승을 실패했는데, 우리 모두 심카드가 없어 연락이 자유롭지 못했던 상황이었다. 대신 오늘 가면 우리 외에 한국 분들이 두 명 더 있었기에 심심하지 않을 수 있었다. 투어 출발 30분을 앞두고 고민을 내려야 했기에 나와 우연은 한참을 생각했다. 비용적인 측면으로나 시간적인 측면으로나, 볼거리로 보나 우리에게 지금 당장 3박 4일을 출발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지였다. 미안하게도 우리는 같이 하기로 한 분께 사과의 메시지를 보내고 오늘 출발하는 3박 4일 일정을 시작했다. 우리는 다니는 동안 너무 미안했는데, 그 분께서는 중간에 메시지를 줄 줄알았는데 일정을 마치고 돌아와 확인했을 때 메시지가 없었다. 아마 새 팀과 가지 않으셨을까. 지금도 그 분께는 죄송하고 미안할 뿐이다. 여행 중에 이런 선택의 기로에 서는 경우가 있는데 항상 어렵고 고민인 것 같다. 어찌 됬든 나와 우연, 그리고 앞서 언급된 두분의 한국분인 에티오피아에서 대학생들을 가르치고 계시는 강 교수님과 학장님이 한 차에 타고 다나킬 투어를 시작하게 되었다!
리와 함께 여행을 하게 된 두 한국분은 아디스아바바로 부터 한 시간 정도 떨어진 아다마 라는 곳에서 현재 대학교수로 활동 중이신 '강 교수님'과 '학장님'이셨다. 젊어서 여행하는 우리를 부럽다 하시며 여행했던 곳 이곳 저곳을 물어보시는 두분과 같이 하는 4일간이 너무 즐거웠었다. 다나킬은 메칼레로부터도 한참 떨어져 있는 지역이다. 다채로운 볼거리가 있는 만큼 이동소요가 크다. 처음 차를 타고 이동만 3시간 가까이를 했으니까. 한참을 이야기 하다 보니 어디선가 멈춰섰는데, 노천 카페였다. 케냐와 더불어 아프리카 커피 유명 원산지 중 하나인 에티오피아의 커피를 마셔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였으나 바로 투어를 선택한 우리에게는 커피를 마실 돈 마저 없었다. 환전할 여유같은 것이 하나도 없었으니까... 커피를 마시는 모습만 처량하게 바라보고 있었을 뿐. 이 투어에는 우리 네 명만 가는 것이 아니라 총 3대의 사파리 차량에 약 12명 정도의 사람이 같이 움직였다. 나중에 알고보니 다음날 합류하기도 해서 어떤 경우엔 20명의 대그룹이 되기도 했다. 어쨌든, 첫 날에는 12명의 그룹이었는데 그 중 동양인이 한 명 더 있었다. 일본에서 온 유스케! 도쿄외대를 재학중인 유스케는 아랍어를 전공했다고 했다. 아시아인이 다섯 밖에 없다보니 유스케와는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많이 나누게 되었다. 간단한 커피타임을 끝내고 일어나는데 교수님들이 그런 딱한 우리를 보시고 100ETB(한화로 약 5천원) 정도를 건내 주셨다. 다음부턴 그런 일 있으면 말하라고. 아, 한국의 정이란. 차를 타고 다시 한 시간여 더 이동을 해서야 점심식사 장소로 이동할 수 있었다. 점심식사는 대부분 외국인들의 입맛에 마춘 식사들이 나왔다. 첫 날은 밥과 야채였다. 교수님들의 덕택으로 식사와 함께 에티오피아 맥주도 마셔볼 수 있었다. 사실 남아공에 입국할 때, 에티오피아 맥주를 먹고 정말 실망했었어서 먹지 말까 생각했다가 다른 브랜드는 괜찮지 않을까 해서 먹어봤다. WALIA. 이 맥주는 정말 괜찮았다! 알고보니 하이네켄 사에서 공장, 설비, 관리, 판매까지 도맡아 하는 브랜드라고. 에티오피아가 산이 높다 보니 지하수가 굉장히 깨끗해 맥주가 맛있다고 한다. 내가 먹었던 그 정체 불명의 맥주도 현지에서는 유명하다고 했다. 앞으로는 WALIA만 먹는걸로!
오늘의 일정은 소금호수에 가는 것이 전부라고 했다. 아무래도 이동이 많다보니 그것 하나로 충분하다고 한다. 점심을 마치고 또 몇 시간을 이동했다. 다나킬 투어는 정말 이동이 많았다. 워낙 다나킬 평원이 큰 탓이겠지만. 몇 개의 산을 넘고 평원을 달렸는지 모르겠다. 교수님들이 알려주신 사실이었는데, 에티오피아 자체가 다른 아프리카 국가에 비해 해발고도가 높은 편이라고 한다. 에티오피아도 해발 2000m 가까이에 위치해 있고, 이곳 메칼레만 하더라도 해발 1000m가 넘는 위치에 있다고. 그런데 다나킬 평원 안쪽으로 들어가면 땅의 높이가 해수면 보다 낮게 까지 들어간다고 한다. 즉 1000m 이상 되는 산을 차로 넘는 셈이다. 그러다보니 다니다보면 대 협곡을 만나기도 한다. 참 대단한 자연이 아닐 수 없다.
이 다나킬 투어에서 또 하나 빼 놓을 수 없는 흔하지만 볼때마다 신기한 장면은 바로 낙타 캐러밴! 수십 마리의 낙타들이 물건을 나르는 모습을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1일차, 2일차에는 정말 많이 봤는데, 소금 광산에서 나오는 소금을 나르는 것이라고 했다. 통상 그렇게 한 번 소금을 옮기면 낙타 한마리를 통해서 얻는 순수익이 천원대도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니 하루 종일 옮겨야 1~2만원의 수익을 올리는 것이다. 아름다운 장관을 연출하는 낙타지만 그 이면엔 힘든 캐러밴 몰이꾼들의 삶도 느껴지기도 했다.
그렇게 몇 시간을 달려서 소금 호수라고 하는 곳에 도착했는데, 처음 도착한 모습은 실망스러웠다. 소금호수라고 하면 우리는 흔히 볼리비아의 우유니, 그것도 잔잔한 물이 고인 그 모습을 생각하겠지만 애석히도 여기는 그렇지는 못했다. 지나오는 길엔 육각형의 소금 결정들이 있는 모습을 보았고 메인 포인트는 물이 살짝 고여 있는 염전 같은 곳이었는데, 물의 양이 적어 완전히 반영이 비치는 모습은 아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물이 서서히 차올랐다. 완전히 소금 높이 보다 물이 차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많이 차서 반영 사진을 몇 장 남길 수 는 있었다! 한참을 다양한 사진을 찍고 있는데 저 멀리서 낙타 캐러밴이 오기 시작했다. 일몰이 시작되는 풍경, 그리고 낙타들의 힘든 걸음걸이가 한대 모여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었다. 물론 실제로 보면 안쓰러운 마음이 더 크게 들 정도로 낙타들이 너무 지쳐보였다. 남미에서만 볼 수 있을 것만 같았던 소금 사막을 보게 되다니 신기했다. 일몰을 보는 동안 한 켠에선 와인과 독주를 줬는데 맛은 영 내 취향은 아니었다.
소금호수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바로 숙소로 들어왔다. 조사한 바로는 첫 째날 게스트 하우스에서 잔다길래 내심 전기 사용과 인터넷을 기대했다. 사실 인터넷은 좀 욕심이었고 전기사용은 반드시 필요했다. 카메라나 핸드폰 배터리가 거의 바닥이었으니까. 우리를 안내하던 드라이버에게 말했더니 '7성급 호텔에서 하룻밤을 잔다. 전기도 쓸 수 있고, 뷰가 끝내준다!'라고 말했다. 기대를 하고 도착한 곳은 하지만 야영지였다.
전기는 부족으로 인해 유료로 충전해야 했고, 7성급인 이유는 하늘에서 별을 7개도 넘게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드라이버의 드립(?)에 감탄을 해야할지 말아야 할지. 그날 우리는 텐트도 없는 밖에서 침낭을 이불삼아 덮고 잠에 들어야 했다. 텐트도 없는 진짜 노숙(?)은 처음이었는데, 누워서 바라보는 하늘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7성급 호텔이라고 불러도 될 것 같은 야영지의 색다른 밤이었다.
P.S.
소금 호수는 보기와 다르게 불편하고 위험한 점이 많다. 가장 큰 불편은 바로 신발과 발에 소금물이 엄청 낀다는 점인데, 화학이 전공이셨던 강교수님께서는 '신발 접착제가 다 녹으니 신발 벗고 들어가던가 해라'라고 충고해 주셨었다. 물론 우리는 그 충고를 가볍게 무시하고 열심히 신발신고 들어가서 사진을 찍고 놀았는데, 나중에 신발 밑창과 신발이 분리되고 신발 사이사이에는 소금이 너무 많이 껴서 바삭바삭 소리가 날 정도였다. 밤에 잘 때에는 물로 씻어도 씻어도 사라지지 않는 소금기에 '내가 소금 양말을 신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나중에 볼리비아에서도 똑같이 느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