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월 11일, 여행 143일 차, 다나킬 평원
7성급 호텔의 밤은 생각외로 안락했다. 축 쳐져있는 메트리스(?)가 불편할 것 같았지만 의외로 인체공학 적이었다. 소금기가 가득했다는 것을 제외하면 최고의 밤이었다. 출발 전 메인 가이드가 다시 일정을 설명해 주었는데 오늘 일정은 생각외로 단순했다. 오전 유황천, 오후 소금광산의 모습을 보고 바로 게스트하우스에서 휴식! 전기를 쓸 수 있다는 것이 우리에게는 가장 안도스러웠던 점이었다. 휴식이 긴 이유는 다음 날의 일정 때문이라는데...
유황천을 가기 위해 차로 한참을 이동한다. 그런데 어젯 밤 우리가 보았던 소금 호수를 가로 질러 갔다. 어제 일몰 때 보다 오늘 아침의 수량이 더 많아보였다. 교수님들 말씀으로는 일몰 때 보다 해가 뜨기 시작하면서 일조량이 많아지니 소금을 더 많이 녹일 수 있고, 그러다 보니 부피가 늘어서 물이 좀 오르는게 아닐까 하는 예측을 하셨다. 교수님 두 분에 수학 전공인 나까지, 이과 세명이 모이니 별의 별 이야기가 오갔다. 소금을 추출하면 Sodium은 어디에 쓰고, 유황철에서 색이 붉게 나오는건 Iron 성분이 많으니 그런 걸 꺼고. 문과인 우연이는 문송합니다를 외치며 갈 뿐이었다. 하하! 지나가다 보니 붉은 바위 산 몇 개를 볼 수 있었는데, 드라이버 말하길 그것은 흙으로 된 산이 아니라 소금 산이라고 한다. 겉에서 볼 땐 도저히 그렇게 보이지 않았는데 말이다. 소금 호수를 가로지르는 기분도 나쁘진 않았다. 아무래도 염도가 높다보니 차에 무리가 갈 수 있어 빨리 달리지 않다보니 주변 풍경을 천천히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마치 눈 밭을 달리는 기분이었다. 한참을 달리고 달려 유황천 달롤에 도착했다. 달롤은 정말 거대한 유황천이었다. 유황성분과 소금이 섞여 만드는 소금산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그 거대한 소금산을 올라가보면 신기한 풍경이 펼쳐진다.
유황 뿐 아니라 여러 화학성분들이 소금과 섞여 만들어낸 다채로운 색의 향연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보통 땅에는 여러 금속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 철, 유황, 구리, 마그네슘 같은. 교수님들의 말씀에 따르면 각각의 금속 성분들이 고체가 될 때 독특한 색을 띄게 되는데 마그네슘은 흰색, 구리는 초록색, 철은 붉은 색, 유황은 황색을 띄게 된다고 했다. 소금이 있는 이유, 색이 이렇게 다채로운 이유를 생각해 보면 아마 과거에 이 지형은 바닷 속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바닷속에 있던 땅이 올라온 거라면 이렇게 올라온 것도 신기하지만,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낸다는 것 역시도 놀라울 따름이다. 그야말로 대자연과 과학의 신비! 게다가 각 성분들과 섞인 소금기둥이 만드는 지형의 형태는 마치 내가 다른 행성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한참을 구경하다보니 벌써 내려오라는 신호를 가이드들이 주었다. 달롤을 뒤로 하고 다음 행선지로 향한 곳은 실제로 소금을 채취하고 있는 소금 광산이었다. 지천에 널린게 소금이지만, 실지로 사용할 수 있는 소금을 채굴하는 것은 또 다른 일이다. 양질의 소금을 찾기 위해 소금 채굴꾼들은 열심히 이를 찾아 나서기에 관광객들이 주로 가는 소금 호수보다 더 안쪽에, 메마른 지역에서 주로 소금을 채취한다. 수십, 수백마리의 낙타들이 앉아있고 그 주변에서 열심히 소금을 채취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볼 수 있다.
소금 채취는 다음과 같은 과정을 통상 이루어 진다. 먼저 곡괭이로 내려쳐 균열을 만든다. 다른 한 쪽을 마저 파내 균열을 두 군데 정도 만든 후 나무 지렛대를 이용해서 판 형태의 소금을 들어올린다. 이 판 형태의 소금을 다른 인분들이 끌개를 이용해 평평한 판형의 소금으로 만든다. 아마 이렇게 만들어진 판소금을 낙타로 옮긴 뒤 공장에서 후처리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에티오파아가 해발 고도가 높다고는 해도 다나킬 평원은 해발고도가 해저인 경우가 많다. 그만큼 온도가 다른 곳보다 훨씬 더운데다가 위도도 높지 않으니 일조량도 항상 엄청나다. 노동자들이 싸워야 할 요소들이 너무 많은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열심히 소금을 캐고, 짜개고, 다듬고, 실는다. 우리는 그런 힘든 모습을 모르는 상황에서 그 곳의 소금을 쓰고 있겠지. 그런 생각이 들어서일까. 처음에는 셔터를 연신 누르다가 이내 셔터를 누를 수 없게 되었다. 그 사람들의 삶의 현장을 담는다는 것이 조금은 고통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 나와 우연은 다른 분들보다는 먼저 그 자리를 떴다. 관광 상품이 되어버린 소금 광산에서 삶의 현장을 본다는 것이 뭔가 동전의 뒷면을 보여주면 파는 것 같아 마음이 좋지는 않았다. 그날의 일정은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P.S 1
오늘은 짧은 일정으로 마무리 되었다. 내일의 일정이 바로 용암을 보기 위한 긴 트래킹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니 저녁 많이 먹고 푹 쉬란다. 그날 저녁은 염소구이와 인제라가 나왔다. 에티오피아 전통 음식인 인제라는 테푸라는 곡식으로 만든 발효 반죽으로 빛은 전병 같은 것을 말하는데 시큼한 맛이 나는 것이 특징. 나는 입맛에 잘 맞아서 몇 번을 먹었지만 입맛에 맞지 않았던 우연이는 얼마 먹지 못하고 난과 빵으로 식사를 대체 했다. 지금도 가끔 인제라가 그립다.
P.S 2
이날은 같이 여행하던 학장님의 생신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우리 방에서 나와 우연, 두 교수님과 유스케가 모여 와인파티를 즐겼는데, 안주가 무려 볶은김치! 우간다에서도 김치를 먹긴 했지만 볶은 김치가 주는 상콤함은 인제라가 주는 그것과, 원래의 김치가 주는 그것과는 또 사뭇 다른 맛이었다. 허름한 게스트하우스에서 느끼는 한국의 맛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