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월 12일~13일, 여행 144~145일 차, 다나킬 평원
저녁을 7시에 주고는 8시까지 자란다. 8시에 일어나서 아침을 먹으라고 해놓고는 아침은 9시가 다되어야 주었다. 10시면 출발한다는 그들은 11시가 다되어야 출발 할 수 있었다. 'This is Africa!'를 마음 속으로 몇 번이나 외쳤던 우리지만 다나킬 투어에서의 시간 지연은 참 적응되지 않는다. 그런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이 지연들이 고마울 뿐이었다. 마지막 일정. 다나킬 최대의 볼 거리 중 하나인, 살아 숨쉬는 용암 지대를 보기 위한 거대한 복선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말이다.
늦은 아침을 먹고 느지막히 이동했다. 오늘의 일정은 아침을 먹고 차로 이동, 점심을 먹은 뒤 차로 이동, 저녁을 먹은 뒤 도보로 이동이었다. 그냥 계속 이동이었다. 다나킬의 용암은 다른 볼 거리들과는 굉장히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었다. 아마 차로 이동한 시간만 4~5시간은 된 듯하다. 때로는 나와 우연이의 이야기를 하며, 때로는 교수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때로는 꾸벅꾸벅 졸면서 한참을 차로 이동해 한 야영지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저녁을 먹은 후 3시간 정도의 트래킹을 한다고 했다. 그런데 밥을 바로 주는 것도 아니고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해가 다 지고나서야 밥을 먹을 수 있었는데 처음에는 도대체 왜 이렇게 굼뜨게 준비하는 건가 싶었다. 가이드에 말을 따르니 용암이 있는 지형이 그늘 없이 3시간 이상 트래킹을 해야하기에 해가 질 때를 기다린 것이라고 한다. 괜히 아침 늦은 것도 그들의 대 설계처럼 보이는 위대함이 느껴졌다. 굉장히 늦은 저녁을 허겁지겁 먹고 트래킹을 시작했다. 이날 트래킹에는 다나킬 투어를 새로 신청해서 들어온 다른 일행들도 함께였다. 유스케 외에 싱가폴에서 온 벤슨&사라 부녀도 함께였다. 나와 우연이와 동갑내기인데다가 한국을 너무나도 좋아하는 사라 그리고 그런 사라를 진심으로 아끼는 아버지 벤슨과 올라가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올라갔다. 이 트래킹 코스가 우리가 오르기 전 잠비아에서 만난 진은 누나의 말에 따르면 '올라가다가 죽어버리고 싶고 그냥 내려가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라고 했는데, 생각외로 수월했다. 우리가 오른 날 사실 구름이 많이 끼고 해서 하늘에 별이 하나도 없었는데, 대신 그만큼 바람이 많이 불어서 오르는데 땀이 생각보다 많이 나지 않았다. 쾌적환 환경에서 이동했달까. 해가 더 내려가고 이동하면서, 저 멀리서 붉게 타오르는 무언가를 볼 수 있었다.
용암이 내 뿜는 붉은 빛이었다. 오후 7시부터 시작 된 트래킹은 11시에 되서 정지했다. 야영지에서 2시까지 취침한 후 다시 이동해서 용암에 더 가까이 진입하기로 한다. 자려고 누웠는데 빗방울이 떨어진다. 우리... 용암 볼 수 있겠지?
다행히 비는 그쳤다. 다시 걸어서 용암의 근처로 향한다. 여기서 부터는 땅의 촉감이 달라졌다. 그 전까지는 흙을 밟는 단단한 느낌이었지만, 오늘은 얇은 판을 밟는 느낌이랄까. 실제로도 앞에 가던 사람들이 땅이 푹푹 꺼져서 빠지기도 했다. 불을 비추어 자세히 보니 연필심 같은 재질로 땅이 되어 있었다. 아마 용암이 여기까지 흘러 내려와 굳어 천천히 식다 보니 약한 구조의 흑연같은 것이 만들어지지 않았나 싶다. 이과 특성이라고 자꾸 과학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중간 중간 멈추어 쉴 때마다 멀리서 보이는 용암의 사진을 담아보았지만 생각처럼 잘 되지 않는다. 덕분에 애꿎은 렌즈캡과 필터만 분실했다. 한참을 걸었을까. 가이드가 멈춰 세우기도 전에 따스한 열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바로 눈앞에. 불과 50m도 안되는 거리에서 붉게 이글거리는 용암이 어디에선가 부터 계속 밀려서 우리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분출은 꽤 먼 곳에서 이루어지는 것 같았다. 용암이 분출되는 것이 멀리서 보였고 그로 인해 밀려온 용암이 우리 앞까지 온 것이다.
살아있는 지구라는 말을 가끔 한다. 그런데 지구가 살아 숨쉰다는 걸 언제 느낄 수 있을까? 현학적인 표현임에도 저 말이 사실이라고 느껴지는 순간이 바로 그 때였다. 멀리서는 붉은 숨을 내뿜으며 자신이 살아 있다 말하는 듯했고, 그로 인해 밀려온 용암이 지구가 살아 있는 증거가 여기있다며 뜨겁게 타오르는 것 같았다. 용암이 다가 올 수록 지열은 더 강해졌고, 한참을 사진을 찍으며, 그 풍경을 바라보며 말을 할 수 없었다. 아마 요 근래 본 가장 신비한 풍경이 아니었을까 싶다. 아름답다기 보다는, 신비롭고 경이롭다는 것이 더 맞는 표현 같았다. 저 멀리서 사라와 벤슨 아저씨는 드론을 꺼낸다. 취미가 드론 촬영이라는 그녀가 부러울 뿐. 해가 점점 밝아오자 용암은 되려 빛을 잃어가는 느낌이었다. 주변의 빛이 밝아지니 상대적으로 더 밝아보이는 거겠지만. 용암은 계속 우
리가 있던 곳의 약 30m 지점까지 다가왔다. 안전을 고려하여 가이드는 돌아가는 것을 결정했다. 해가 뜨고 우리가 지나온 길을 보니 또 색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용암이 굳으면서 만든 그 지형은 온통 검은색 커다란 거품이 굳어 만들어진 요상한 지형이었다. 달롤에서의 그것 처럼, 척박한 새 행성에 불시착한 듯한 느낌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자신이 살아있음을 계속 보여주는 다나킬의 용암지대를 등지고 떠나와야 했다. 야영지로 내려와 아침을 먹었다. 다들 허기져서 먹는양들이 어마어마 했다. 투어의 가장 마지막일정은 온천이었다. 고생한 몸을 풀라고 하는 온천이었는데 온천과 더불어 존재하는 것이 거대한 소금호수였다. 이 곳에서는 이스라엘의 사해 처럼 몸이 둥둥 뜬다고! 몸을 담궈보니 정말 배영을 하려고 하지 않아도 몸이 둥둥 떴다. 잠시의 신기함을 즐기고 온천 탕에서 몸을 씻은 뒤 차에 몸을 실었다. 모든 투어의 일정이 끝난 것이었다. 함께 했던 교수님들, 유스케와 사라. 그리고 그들과 본 이 모든 풍경들이 쉽게 잊혀질 것 같지 않았다.
P.S.
사라는 전공이 수학이었다! 수학 전공자를 외국에서 만나게 될 줄이야. 싱가폴 정부 재무관련 부처에서 일하고 있는 그녀는 나에게 '싱가폴 와서 일해! 한국보다 나을거야'라고 일러 주었다. 나중에 메일로 취업 관련 정보를 보내주겠다고 하는 그녀와 '싱가폴 이주 준비에 필요한게 있으면 물어보라'고 말씀해주신 벤슨 아저씨. 말만 이라도 넘나 감사한 것!
P.S. 2
강 교수님은 MDS(Marathon des Sabre, 사하라 사막 마라톤) 완주자셨다! 알고보니 한국에서도 마라톤와 철인 3종을 즐기시는 스포츠 매니아셨다. 사막마라톤에 대한 여러 경험담을 들으며 군대 동기 LJ와 처음 얘기 나누었던 사막마라톤에 대한 꿈도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같이 갈거지 L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