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월 14~15일, 여행 146~147일 차, 랄리벨라
에티오피아의 마지막 여행지인 랄리벨라가 남았다. 다행히 메켈레에서 랄리벨라로 바로 가는 ETT 버스가 있었다. 어젯밤 이를 예약해 두고 근처 호텔에서 숙박했다. 마지막 여행지가 다가올수록 나와 우연이의 대화는 아쉬움이 묻어났다. 에티오피아가, 우리 둘의 마지막 동행지였으니까.
일정 : 메켈레 - 랄리벨라
아침 일찍 ETT에서 준비해준 버스에 올라탔다. 랄리벨라까지는 약 7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우리 둘 뿐 아니라 다나킬 투어를 함께 했었던 이태리 형과 미국 형 (아마 이들이 우리보다 형일 확률은 극명히 적지만)이 함께 랄리벨라 까지 이동한다. Public transportation 이 아닌 Special hire 였기에 내심 기대했는데 옆으로 앉아가는 봉고가 왔다. 앞으로 앉는 것에 비해 흔들림에 영향을 많이 받는 측면 좌석, 게다가 메켈레를 넘어 랄리벨라로 가는 굉장히 험하고 가파른 오프로드 급 도로가 우리의 체력을 급격히 저하시켰다. 사실 7시간 정도면 우리가 평소에 이동하는 거리의 반 정도밖에 안 되는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요소들이 모이고 쌓이다 보니 10시간 이상급의 이동에서 느끼는 피로감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점심도 못 먹고 한참을 달려 랄리벨라에 도착했다. 시간이 3시가 넘었고, 랄리벨라의 볼거리 들은 5시면 문을 닫기에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랄리벨라에서 아디스아바바로 이동하는 비행기를 끊는 것이었다. 랄리벨라 ETT 사무실에 도착해 직원과 이야기하는데, ETT 운영 체계가 정말 개판이다. 한국인들이 ETT를 극찬하는 이유는 아마 아디스아바바 ETT 본사에 한정된 말인 듯하다. 여행사 지부이면서 항공권 확보가 안되어 있다고 이야기하고, 본사에 보스와 통화를 바로 시키는 이 패기로 움. 메켈레 ETT에서는 랄리벨라 ETT에서 가능할 것이라고 해서 믿고 왔건만. 본사와 지사들 간의 연계가 형편이 없었다. 아마 현지 여행사를 이용하면서 이토록 분노한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결국 우리는 그 직원의 안내에 따라 항공사 사무실을 직접 찾아가 항공권을 예약해야 했다. 결국 우리가 직접 예약하는 게 가장 저렴했기에 그냥 넘어갔지만, 다음에 에티오피아에 또 온다면 아디스아바바 ETT사무소를 이용하던가 내가 항공권은 미리 다 준비하고 투어는 현지에서 흥정하던가 해서 다른 방법으로 여행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약을 마치고는 호텔로 이동했다. 알아둔 호텔이 있었는데, 사실은 이번 에티오피아에서는 우연이가 아는 선교사님이 아닌 내 쪽에서 아는 선교사님이 단기선교팀을 이끌고 와 묵고 계신 곳이었다. 선교사님께 인사를 드리고 저녁을 먹고 일찍 뻗어 쉬었다. 에티오피아를 얕잡아본 대가인지 메켈레에서도 쉬었는데도 불구하고 오래 깨어 있지 못하고 잠이 들어 버렸다.
랄리벨라의 밤은 추웠다. 비도 온 데다가 산비탈에 위치한 랄리벨라 마을의 고도는 낮지 않았기에 이불을 꼭 덮지 않으면 얼어붙을 듯 추웠다. 느지막이 아침을 먹고는 랄리벨라를 보기 위해 나섰다. 에티오피아는 기독교와 연관이 깊다. 지혜하면 유명한 그 인물 '솔로몬'의 후손들이 에티오피아 사람들이니까. 게데가 이곳 랄리벨라는 솔로몬 왕조의 후예인 랄리벨라가 이슬람 세력에게 빼앗긴 예루살렘을 보고 통탄하여 지금의 랄리벨라 마을에 새로운 기독교 성지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만들어진 곳이다! 이 곳에는 모두 11개의 교회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교회를 위로 세워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땅을 아래로 파 내려가면서 만들어진 독특한 형태들의 교회들이라 이 곳이 유명해졌다. 그중에서도 성 조지 교회는 땅에서 보면 십자가 형태의 모양을 띄는 외형을 지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다. 그 외의 11개의 교회 모두 마치 동굴 속에 지어진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미로 찾기 하듯이 찾아가는 재미가 있다. 교회는 아직도 예배 장소로 사용되기 때문에 12시부터 2시까지에는 사제들이 율법을 외우고 향을 피우는 등의 예배 절차가 진행되어 내부를 들여다볼 수 없다.
나와 우연이는 가이드 없이 이곳을 둘러봐서 자세한 내용들은 알 기 어려운 상태로 보았다. 나중에 선교사님을 통해 몇 가지 정보를 얻었을 뿐. 그래도 외형적으로 '이런 형태를 어떻게 깎아 내려가면서 만드는가'에 대한 놀라움과 '왜 굳이 이렇게 땅 안으로 교회를 만들어야 했을까'하는 궁금증들이 새록새록 나타났다. 교회들이 몰려 있어서 생각보다 금방 모든 교회들을 둘러볼 수 있었고, 이로서 랄리벨라의 일정을 오후 3시 전에 마칠 수 있었다. 사실 그 무엇보다도 비로소 기독교 성지에도 발을 들여서 뭔가 양심에 찔리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있어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