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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타조 Jun 03. 2020

경험은 오해를 낳는다

일터의 사람들


정보 시스템은 데이터를 혈류처럼 흘려보낸다.
업무의 흐름에 따라 움직인 결과는 데이터로 남겨지며, 의미있는 정보를 이루게 된다. 데이터 완결성은 시스템 품질을 결정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완전한 데이터들이 조합되면 업무 흐름에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 풀어내야 할 부분은 또 무엇인지를 알 수 있게 다. 우리 몸에 혈관이 막히거나 피가 제때 공급되지 않으면 특정 장기가 기능을 잃고 생명에 영향을 주듯이, 데이터도 부분이 빠지면 정보로써, 시스템으로써 가치가 현저히 떨어지기도 다.

정보 시스템사용자들의 입력율 관리가 중요한 이유이다.




"한 곳에서 검사가 끝나자마자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면 검사관들이 시스템에 입력할 시간이 없어요. 검사원들 스케쥴 확인도 안하고 일정을 잡아버리는 본사 담당자가 문제예요"


"바이어한테 입력해 달라고 말해도 소용없어요. 바이어들은 정말 비협조적인 것 같아요."

실무자들을 붙잡고 물었다.

여러 사람들의 고행으로 개발해 놓은 시스템에서 검사 결과 데이터들이 이빨 빠지 듯 군데군데 빈틈이 생겼가. 더구나 이렇게 빠진 데이터 때문에 다음 단계에 입력해야 할 운송팀의 불만도 이만저만 아니었다. 검사팀 실무자들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돌아오는 대답이 상쩍다.

"모든 경우가 그렇다고? 안 그런 사람도 봤는데..."


내가 아는 상황으로 다시 물어보니, 그제서야 자기 경우는 그랬다고 한다. 입력되지 않는 여러 이유 중 하나의 케이스를 두고 전체 본사 담당자와 바이어들을 싸잡아 비난한 꼴이었다.



시스템은 경험을 녹이는 일

시스템을 만들때는 업무 절차와 담당자의 역할 정리를 가장 먼저 한다. 업무를 진행하는 여러 방법 중에 가장 효율적인 방식을 택하여 절차와 역할을 합의한 다음에 비용과 노력을 들여 개발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보시스템은 그저 일하는 도구라는 게 본질이다. 오프라인으로 하는 일 도구와 차이점은 일의 결과물이 디지털로 쌓이고, 그 데이터를 분석하면 또 다른 시사점을 찾아내기 쉽다는 데 있다. 시사점들  문제는 다시 식별하고, 다시 절차와 역할을 개선하면서 시스템에 반영한다. 다시말해 도구를 다듬는 일이다. 이렇게 순환하는 방식으로 정보 시스템은 회사와 사람들에게 순기능을 수행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실무자들의 경험이 기반된다. 실무자들의 일 도구이기에 시스템 기획자들은 다년간의 실무 경험을 가진 사람들을 개발에 참여시키고, 만들어진 다음에도 실무자의 사용 경험을 듣는 일을 한다.


정보시스템은 업무 경험의 끝판왕이 되어야 한다.



(사진)네이버 블로그 '조조의 게임 라이프' 중에서

귀납법적 오류를 범하는 사람들


실무자들과 하다 보면 경험 지식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알게 다. 자기가 겪은 경험으로 사실을 왜곡하는 경우를 종종 만난다. 앞서 말한 인터뷰처럼, 특정한 상황과 특정 사람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상황, 모든 사람들까지 확장하여 단정하는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또, 이런 생각  부정적 감정이 일으키고 잘못된 판단을 하게 해서 앞으로의 행동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경험이 의사 결정에 미치는 과정을 보면 다음과 같다.
일상 속 현상을 해석할때, 자신의 가치관에 기반하여 선택하고 결정한다. 그리고, 그 가치관의 가장 중심에는 바로 경험이 있다. 두뇌의 기억 영역에 담아둔 것들 중에 지금 상황에 가장 유사한 것을 꺼내고, 그때의 결과와 감정을  기반하여 지금 행동과 생각의 규칙으로 정하는 식이다.


시스템을 왜 입력 안하는지를 묻는 인터뷰에서 실무자들이 말한 것처럼, 해석의 원인을 자신의 단편적인 경험으로만 결론 지었다. 현상의 결과들은 복합적으로 결합되기도 하고, 변형되기도 하는데 말이다. 어떤 경우는 본인 경험과 전혀 다른 원인 때문에 일어났음에도 마치 자기가 경험한 것이 전부라고 믿는 오해가 발생한다.
"지금까지 그랬으니까, 앞으로도 계속 그럴것이다."
학교 때 배웠던, 귀납법의 오류이다.


기억오류가 생긴

인터뷰에서 담당자들은 그들의 경험에 의지했다. 그들이 말한 검사원 스케쥴중복으로 잡거나 바이어가 게으른 것이 시스템에 입력하지 않는 이유가 될수도 있다. 스케쥴이 쫓기는 상황이라면 입력 작업을 놓칠 수 없으며, 바이어가 게으르고 무책임하다면 입력이 안되는 이유가 된다.
그런데,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 것은 검사 스케쥴이 항상 중복으로 잡히고, 모든 바이어가 게으르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그저 일부 상황이고 특정 개인에게 국한된 경험이기 때문이다.

우리 기억은 오류를 낳기 쉽다. 어쩌면 오류 덩어리일 수 있다. 그 주범이 바로 '감정'이다. 기억의 특성 중 하나가 오래 수록 짙고 강렬하다는 것이다. 어릴적 신났던 기억들, 군대의 고달팠던 장면, 시험이나 입사에 합격한 즐거움을 떠올려보면 다른 기억보다 더 생생하다는 걸 알게 된다. 희노애락의 감정이 사건과 결합되었기 때문이다. 기억의 왜곡은 이때 일어난다. 아있던 좋은 감정과 나쁜 감정들이 시간이 흘러 그 기억을 꺼낼 때, '모두 그렇다', '절대 아니다'라는 식으로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자기의 결론을 절대 신뢰하기도 한다. 이들을 두고  '꼰대'라 부르기도 한다.


불편한 상황이다. 난제에 부딪쳐 집단지성이 필요하거나 해결책을 논의할 때 장애물이 되는 원인이다. 부정적 감정의 경험과 단편적 현상을 두고 마치 전부인 것처럼 단정하면, 오판과 또 다른 오해로 변질된다. 심지어 창의적 생각과 대안을 고민하는 기회마저 뺏어버린다.




인터뷰 했던 후배를 가라앉히고 한참이나 더 이야기했다.
검사원들이 입력하지 않는 이유는 계약적 문제가 가장 컸다. 입력 업무를 강제화하지 않은 것이었다. 또한, 게으른 바이어가 누구인지 밝혔다. 그도 입력하지 않은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게으르다는 단정도 일부의 현상이었다. 어떤 업무 유형 입력하는 일이 필요 고, 시스템 체의 기능 오류도 발견되었다.

세상 일은 단순하지 않다.

그 와중에 경험은 기억을 단순화시키는 주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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