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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 01. 2020
젊은 팀장들의 슬픔
일터의 사람들
누구나 자기 세상을 가장 고달프게 느끼지 않을까?
그럼에도, 매몰차게도, 세상은 그리 봐주지 않는다. 그리 생각해주지도 않는다.
심신이 피곤하던 사원 대리 시절, 나도 팀장만 되면 모든 게 편안할 줄 알았다. 팀장의 무게가 그렇게 부러웠나보다. 허나, 이제 그 자리를 살펴볼 줄 아는 나이가 되어보니, 팀장의 감투란 상처 투성이라는 것이 확실해졌다.
해보지 않아도 알겠다. 고달픈 세상에 홀로 갖힌 사람이다.
"정말이지 젊은 팀장은 아닌 것 같아요."
사내 메신져로 전해오는 고단함에 상대 팀장에게 담배 피러 나가자고 했다. 작년말 회사에 새 협업 과제가 시작되었고 그때 김팀장을 처음 만났다. 솔직하게 말하면 첫인상도 최근까지 행동도 별로 였다. 회의 자리에서 간혹 스마트한 말들을 하긴 했어도, 어딘가 솔직하지 못한 구석때문에 거리감을 두게 했다. 팀 역할상 저 일은 책임져야 하는데, 되면 된다 안되면 어찌해서 안된다는 설명도 없이 흐물흐물 넘어가기 일쑤였다. 확실히 잘라주어야 주변 팀들이 편안해짐에도, 알면서도 결정을 미루니 고구마 인상을 계속 풍겨왔다. 그런 우유부단함이 계속되니 아쉽고 불편했다. 한번은 미루고 미룬 일이 터진 다음에야 다른 카드를 내밀어서, 뒤통수를 맞은 심정으로 음흉한 인상까지 남았다.
그랬던 그가 메신져에 속사정을 털어놓았다. 미쳐 말하지 못한 그의 속 사정이 있었다.
김팀장과는 나이 차이가 제법 났다. 나보다 네 살이 어린 같이 아는 B과장보다도 동생이라고 하니, 나이 차이가 더 나는 셈이었다. 대기업에서 젊은 친구가 이례적으로 팀장으로 발탁되는데는 분명 이유가 있다. 흔히 말하는 금수저 낙하산, 능력과 성과가 탁월하게 인정받는 능력자, 아니면 줄을 잘 잘타고 정치력이 좋은 기회주의자, 그중 하나일 가능성이 크다. 여러 가지를 다 겸비한 전설적 인물이 회사에 있긴 하지만, 모래 사장에 바늘 찾는 것 정도 된다. 지금 김팀장이 담당하는 고단하고 어려운 업무를 감안하면 금과 은의 수저력은 아닐 것 같다. 그런 소문도 듣지 못했다. 그렇다면 정치력이 좋거나 탁월한 능력의 소유자일텐데, 이제까지는 전자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었지만, 오늘 대화로 능력자쪽으로 결론 짓게 되었다. 그간 고충을 담백하니 털어놓는 표현과 상황을 고려한 신중함이 정치와는 멀어보여서였다. 그래도 아직은 더 지켜봐야 한다.
젊은 나이에 팀장이 되면 안된다는 그의 말에 반대했다.
"요즘 회사가 변화와 혁신을 입에 달고 사는데, 회사가 계속 굼뜨는 이유에 고령의 임원과 팀장도 있죠. 그들이 변하지 않는 생각이 원인이 아닐까 싶네요. 사람은 그대로인데, 어찌 혁신이 될까요? 지난 몇년간 보면 아시잖아요?"
둘은 위험 높은 수위의 비판을 해댔다. 그도 내 말에 공감을 했다. 사실은 인정하나 그 때문에 힘들다는 개인적인 고충을 쏟아냈다.
"어린 나이에 실무에서 멀어지다 보니 불안해요. 한참 배워야 할 시기에 동료들보다 도태되는 것 같아요. 경력 관리에도 전혀 좋을 게 없거든요. 이 자리는 언제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여기서 내려오면 누가 책임이나 져주나요?"
이제 리더이니 실무 욕심은 내려놓고, 관리 일을 더 잘하면 되지 않느냐는 내 말에도 더 배워야 관리도 더 잘할 수 있다며 똑부러지게 말한다.
그리고, 더 아픈 현실을 말한다. 자기가 팀에서 딱 중간 정도되는 나이인데, 젊은 팀은 팀장이라 사람들을 대하기 여간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나이 많은 팀원은 선배라 일을 주기 힘들고, 어린 친구들은 직장관이 너무 달라 자기 역할과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일을 받지도 않는다고 한다. 그와 관련한 일화들을 늘여놓았고, 그 팀의 멤버와 상황을 생각해보니 심정이 이해되었다.
회사에 여전히 남아있는 선배 우대사상, 90년대 생들의 합리성, 워라밸을 중시하는 가치관이 김팀장을 고립시킨 셈이었다. 새로운 일이 생겨도 위아래 모두가 자기편이 아니니, 홀로 고민하고 야근하는 모양이었다. 심지어 젊은 김팀장에게 기대가 거는 회사의 눈치도 부담스러울 것이다. 이런 여러 가지가 함부로 약속할 수 없게 만든 고구마였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