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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타조 May 29. 2020

간절한 대화의 조건

일터의 사람들

간담회가 한창이다. 조직 내 백명 가량되는 사람들을 몇 개의 조로 나누고, 수장인 임원과 팀원이 직접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이다. 중간 관리자인 팀장은 배제 되었는데, 임원 생각에 본인 목소리가 잘 전달되지 않는다고 해서였다. 팀원들이 느끼는 고충을 직접, 그리고 허심탄회하게 들어보자는 취지라 의미있는 대화를 기대했다.




벌써 수차례 간담회를 진행하고 난 담당자의 한숨이 깊다. 열번 남짓한 이벤트를 매번 신경써는 것도 고역이지만, 참여한 사람들 때문에 속이 터진다고 한다. 사람들의 소극적이고 무성의한 태도가 간담회를 준비한 실무자에게도, 좋은 마음으로 들으려는 임원에게도 심란하게 만드는 모양이다. 특히, 어떤 날의 멤버들은 열명 가량이 참석했는데도, 단 한명도 긍정적 반응이 없어서 진행 내내 어색했다고 한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모임의 어색한 침묵을 결코 참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 법도 한데(나처럼), 아무도 없다니 간담회의 취지가 무색하게 들린다.


 
'우리 툭 까놓고 이야기해보자'는 아버지에게 삐딱하게 앉아있는 사춘기의 모습, 그것을 지켜보는 엄마의 마음 정도가 될것 같다.

나는 임원의 스태프 부서라 굳이 이 간담회에 참여하지 않았다. 대신 간담회에 참석한 후배에게 분위기를 물어보았다. 결과는 이벤트를 주관한 담당자의 고민과 다를바 없었다. 웃는 임원과 웃지 않는 사람들, 일방향 소통은, 마치 짝사랑, 외사랑이라도 되듯이, 간절함을 외면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이야기했다.


"전에 다 이야기 한건데요. 지금 이야기 한다고 바뀌나요?"


네이버 어학사전에서


간담회(懇談會)를 이루는 한자들을 보니, '간(懇)'자가  간절하다는 의미가 다. 간절한 마음으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이라는 뜻이다. 티비에서도 간담회라고 하면 상하수직의 권위 제약을 제거하고 참여자들 수평적 위치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인 것을 볼 수있다. 원탁 테이블에 앉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대통령과의 간담회라고 하면, 어느 시민의 숨겨진 사연을 듣고 깜짝 놀라는 장면 같은 그런 것이 간담회의 본질이 아닐까 싶다.


과연  일터에서 일어난 간담회가 이 본질을 지켰을까 싶다. 사람이 누군가와 대화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데는 두가지 조건이 있다. 그냥 의사 표현이 아니라 속마음을 간절하게 는 대화를 말한다.

하나는 상대가 잘 들어주는, 경청의 자세를 가진 사람이어야 하며, 다른 하나는 그 말을 듣고 행동으로 옮기겠다는 신뢰감이 들어야 한다. 내 말을 잘 들어주고 실천해준다면, 그 사람과는 어떤 대화도 할 마음이 나는 법이다. 반면에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상대가 말을 자르고 자기 말만 하거나, 잘 알아 들었다고 해놓구선 아무 반응이 없는 사람에게는 대화 상대로는 낙제점이다.

나는 참가자들이 입을 닫았던 이유가 이번 간담회에 있지 않다고 본다. 팀원들은 평소에도 말로, 글로, 표정과 몸짓으로, 원하는 바를, 어려움을 해결해 달라고 간절하게 호소했다. 그 대상이 이번 간담회의 임원이기도 했고, 팀의 책임자 팀장이기도 했으며, 같이 일하는 선배이거나 주변 동료이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들어주는 사람들이 무관심했거나 반응하지 않았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받았던 상처들이 굳어지면, 무언과 무표정을 가진 사람로 변하게 마련이다. 평소에게는 잘 웃고 말하다가도 특정 사람, 특정 주제 앞에 서면 굳어지는 것은 자기 방어이고 일종의 학습 효과이다.

전에 다 이야기 했다는 후배의 말에 다 담겨있다. 벽보고 웃고 말하기 싫다고 말이다.



모두가 아쉽기만 하다. 간절한 대화가 오가길 바랬던, 실무자의 고단함이 그렇고, 간절히 말해주길 원하는 임원도 바램도 그렇다. 그리고, 항상 간절히 이야기 했지만, 막상 말하라고 자리깔아 준 지금 그 말을 담아두고 있는 사람들은 더 아다.

간절한 대화에는 조건이 있다.
양방향이어야 하고,
올웨이즈야 하며,
변화도 따라줘야 한다.

그리고, 타이밍도 있다.

간절해도 이루어지지 않았던 간담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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