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근속일수를 늘리는 방법
나는 어려서부터 하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이었다.
댄스, 노래, 그림, 야구 등등.
좋아하는 것도 많았고, 좋아하는 것에 대한 나름의 로망도 있는 사람이다.
문제는 그 좋아하는 것들을 하기엔 내가 너무 게으르고 끈기가 없다는 것이다.
회사를 다니는 것도 마찬가지다.
내가 매번 퇴사를 할 때마다 빠졌던 딜레마도 바로 그런 것들이다.
분명 똑같은 이유로 퇴사를 했고, 그로 인해 손해를 봤음에도 똑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에 대한 나름의 죄책감들이 존재했다.
매번 이직을 할 때마다 이번만큼은 그러지 말아야지 라는 다짐을 했다.
하지만, 그 다짐이 무색할 만큼 또 짧은 기간 내에 퇴사를 감행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퇴사라는 단어가 무겁게 느껴졌다.
남들은 모두 진득하게 회사를 오래 다니고 하고 싶은 것도 오랫동안 지속하며 실력이 느는데,
왜 나만큼은 그게 되지를 않는가.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한 번쯤은 이런 고민이 있지 않았는가?
사람은 쉽사리 변하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이건 내가 회사생활 동안의 나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도 깨달은 불변의 진리다.
그럼 이런 나 역시도 가망성이 없는가라고 한다면, 그건 아니다.
당신이 퇴사를 할 때마다 자괴감이 들고, 나처럼 퇴사를 단어에 대해 깊게 고민하게 되고 점점 부담스럽기 시작한다면 다음 회사에서는 조금이라도 더 오래 다닐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것이라 본다.
내가 느꼈던 인내심이라는 것은 마치 운동과 같다고 생각된다.
운동을 하고 근육이 찢어지고 그 상처가 아물면서 근육이 단단해지는 것처럼,
우리는 운동을 한 번하고 하루를 쉬는 사이에 상처가 아문다.
그만큼 더 우리는 강해지고 더 많은 운동량을 점진적으로 흡수할 수 있게 된다.
인내심도 비슷했다.
나는 늘 회사를 다니며 퇴사를 하게 되면,
'아, 이번에도 결국 이렇게 되는구나' 하는 자괴감에 휩싸이게 되었다.
사실, 우스운 일이다. 나의 선택으로 퇴사를 결정해 놓고 자괴감에 휩싸인다는 것이.
하지만 그 자괴감은 그다음 회사에서는 조금이라도 더 오래 버틸 수 있는 발판이 되었던 것 같다.
이미 한 차례 이전 회사에서 짧은 경력으로 마무리를 지었던 경험이 있기에,
그다음 회사에서는 그보다는 더 오래 버텨야 한다는 강박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 과정 속에서 여러 가지의 부정적인 감정이 들더라도 이전의 경험을 떠올리며 버티게 된다.
나는 3번째 회사에서 3년가량의 근속 기간 이후 6년 차까지 한 회사에 진득하게 다니질 못했다.
하지만, 매번 퇴사를 할 때마다 다음 회사에서는 이전 회사에서의 감정을 되새기며 더 오래 버텨야지 라는 생각을 늘 했던 것 같다.
물론, 쉽게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실제로 도움은 되었다.
적어도 같은 이유로 불만을 크게 가지게 되거나,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으니, 나름의 반복 학습을 통해 나 스스로의 머릿속에서 퇴사 사유들을 하나씩 소거해 버린 셈이다.
그리고 6년 차에 나는 대기업 자회사로 이직하여 2년 반을 버텼다.
버텼다고 표현했던 것은 정말 죽기보다 힘들었기 때문이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프로젝트의 불안정성, 존재의 이유를 늘 증명해야 하는 피로함, 상사의 괴롭힘 등, 살면서 처음으로 정신과를 갈 만큼 힘들었던 시간들이었다.
그럼에도 프로젝트가 터질 때까지 끝까지 내 임무를 수행하며 2년 반이라는 시간을 버텼다.
정신적으로 많은 힘듦이 있었음에도, 처음으로 극한의 고통 속에서 버텼던 나에게 돌아온 것들은 꽤 있었다.
연봉의 대폭 상승, 업무 스킬의 레벨업, 초연함...
그리고 지금의 회사로 온 순간부터는 그 빛이 발하기 시작했다.
그 어떠한 상황이 와도 동요하지 않게 되고, 그 어떠한 불만이 생겨도 그저 사소한 이슈로 넘길 뿐 퇴사를 해야겠단 마음이 들지 않았다.
내가 강해진 건지, 회사의 분위기가 유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이렇듯 유한 분위기의 회사 속에서도 이미 1년을 못 채우고 퇴사한 전적이 있긴 하다.
그리고 깨달았다. 본질은 변하진 않아도, 계속 다짐을 어겨도, 하고자 하여 반복적으로 다짐하면 언젠가는 조금씩 느는구나.
오늘도 퇴사를 고민하는가? 오늘도 하던걸 그만둘 것 같은가?
작심삼일도 계속하면 는다.
그래야 는다. 당신의 인내심은 당신이 마음을 계속 가지고 있다면, 알게 모르게 늘어나고 있다.
대신, 늘 당신의 인내심에게 미안한 마음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다음 회사에서는 이보다 더 오래 버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테니깐.
그리고 퇴사한 당신을 면접관들은 이해 못 해줄 수 있지만, 난 당신들을 이해하고 응원한다. 우린 우리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는 것일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