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감이 근속에 미치는 영향

당신에게도 정말 간절하고 책임져야 할 이유가 있지 않나?

by 아스트리치

앞 글에서도 말했지만, 나는 굉장히 자유분방하고 망나니 같았던 사람이다.


어쩌면 지금 브런치 스토리에서 글을 쓰는 나는 자신의 과거에 대해 반성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쁘진 않다.


왜냐면 그렇게 해봤으니, 지금 그게 약간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거니깐 말이다.


이제 조금 나이를 먹었다고 책임감을 운운하는 내가 맞나 싶기도 하지만, 요즘 나에게 일어난 변화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 싶다.


다시 과거로 돌아가서, 2018년 어느 날이었다.


회사에 입사한 지 3년이 다 되어가던 주니어 사업 PM이 운이 좋게 소 뒷걸음질하다가 프로젝트 매출을 좀 올렸다고 거만하기 짝이 없게 변해있었다. 그게 나다.


나는 그때를 질풍도노의 시기로 칭하곤 한다.


매출 좀 올랐다고 선배들의 말씀도 무시하고, 회사가 정말 만만하게 보였던 시기였던 거 같다.


심지어 앞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사업 PM들이 제일 경계해야 할 대가리 제일 큰 3년 차.


거기에 뭣도 아닌 우연한 성공까지 겹치니 이 기세는 거의 황건적이 농민봉기했던 그 기세와 다를 바가 없었다.


한 해에 연봉이 두 번 올랐고, 그 조금 오른 연봉을 믿고 무턱대고 첫 차를 60개월 풀할부로 이름 모를 캐피털 업체에서 질렀었다.


캐피털을 막기 위해 카드론 돌려 막기를 하고, 당시 만나던 여자친구가 원치 않았는데도 나름의 허세를 부린다고 이것저것 빚을 당겨가면서 해줬던 기억이 있다.


그뿐이랴, 그 이후에도 내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조금이라도 마음에 안 들면 회사를 나오기 일 쑤 였다.


신용등급 10등급을 경험해 본 적이 있는가? 심지어 도박도, 유흥도, 술도, 사업도 없이 나는 경험을 했었다.


그런 사람이 회사에 가득 불만을 품고 제대로 다니지도 못하고 나오곤 했었던 것이다.


그 빚을 나는 이제 다 갚았다. 아니, 10월에 전액 상환을 앞두고 있다.


어떤가? 어리석지 않은가?


나는 내 프로젝트에 큰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 생각했던 것 같다.


주말에도 나왔고, 회사에 이슈가 생기면 주니어였어도 시니어인 것처럼 수당 없이도 야근을 자처했다.


회사 입장에서는 예뻐 보였을 수도 있겠다, 그 거만한 태도만 아니었다면.


허나, 나는 내 인생에서 책임감이 없었다.


회사에서 일하는 나의 모습에 취해, 프로젝트에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진 것 같았던 나의 모습에 취해 정작 내 능력을 과대평가하며 늘 퇴사를 저지르고 돈을 빌리고 다녔다.


지금도 그런 이야길 친구들한테 한다. 과거의 내가 후임으로 들어왔다면 일단 뺨부터 한 대 선사하고 시작할 것 같다고.


내 인생에 책임감 없이 커리어를 이어가다 보니, 나는 점점 면접관에게 해명을 하기가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한 번의 퇴사는 그럴 수 있지만, 여러 번의 1년 미만 퇴사는 나의 문제기에.


문제는 그러한 나의 인생에서의 책임감 없었던 행동들이 일상에 영향을 미치고, 일상에 영향은 업무에도 나쁜 영향을 미쳐 늘 살얼음판을 걷게 했다.


후에 나는 운이 좋게 대기업 자회사에 입사를 했다.


그곳에서 나는 살아생전 처음으로 정신과를 갈 만큼 죽기보다 더 힘들었다.


그럼에도 나는 속으로 또다시 나에게 책임감 없는 행동을 하기 싫다는 마음으로 2년 반을 버텼다.


그리고 나는 지금의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를 만났을 때기도 했다.


그녀는 나와 6개월을 교제하던 중 양쪽 눈의 희귀 질환이 발견되었고, 나는 업무 중에 밖에서 30분 동안 펑펑 울었던 것 같다.


그 이후 나에게는 정말 '책임감'이라는 단어가 너무나도 무겁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녀와 결혼을 약속했다. 나 스스로에게도 이제는 철이 좀 들어야지 않겠냐는 하나의 사명감을 부여한 셈이기도 했다.


나의 하루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상사의 모진 말에도 이를 꽉 깨물었다.


기피했던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흥청망청 쓰고 싶은 것들도 오래 걸리긴 했지만 늘 계획적으로 생각하며 프로젝트 관리하듯이 관리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내가 무너지면 그녀의 증상이 심해졌을 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일념 하나로, 죽을 것 같이 힘들어도 버티고 또 버텼다.


그리고 프로젝트가 종료되며, 비로소 나는 모든 시련을 경험하고 인내하는 법을 배울 수가 있었다.


업력 7년 만에 나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그 책임감을 비로소 인정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렇듯 나의 생활에 책임감을 먼저 가지게 되니, 회사 또한 진정한 책임감을 체감하고 조금은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겼던 것 같다.


여기서 나는 깨달았다. 퇴사도 습관이고, 인내심은 기를 수 있고, 그걸 기르기 위해선 책임감이라는 것을 깨닫거나, 깨닫기 위한 매개체를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이제는 회사 업무와 근속이 간절해졌다. 메타몽처럼 어떠한 업무에도 인볼브 할 수 있게 되었고, 기대를 버린 채 감사하며 일할 수 있는 마음이 생겼다.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잘 만나고 있다. 그녀는 늘 나를 지지해 주고 나를 걱정해 준다. 나는 그 지지와 걱정 속에서 힘을 얻고 진정으로 우리의 인생을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되러 오늘도 열심히 살고 있다.


조금 방황해도 된다. 근데 돌아와야 한다. 당신에게 묻고 싶다.


당신에겐 조금이라도 간절하거나 책임져야 할 이유가 없는가?


당신의 인생에 그런 이유 하나쯤 있다면, 당신의 회사 생활에서 초연함을 배울 수 있다.


그리고 지금은 없더라도 언젠가는 생길 것이다.


나는 지금의 여자친구와 결혼을 약속하며 과거의 나를 반성하고 후회했다.


왜 조금은 빨리 책임감을 가지지 못했나? 왜 조금은 더 빠르게 방황을 끝내지 못했나?


문득 이런 일들과 생각들을 되돌아보며, 나보다 훨씬 더 앞서가신 선배님들의 책임 있는 삶을 더더욱 존경하게 되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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