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 번째 이야기 [2024. 3. 22. 금]
얼굴에 알 수 없는 동글동글한 것들이 생긴다. 3년 전 오랜만에 딸의 얼굴을 본 아빠는 뭐가 묻은 줄 알고 내 얼굴의 비립종을 자꾸만 손으로 긁었다. “아빠, 뭐가 난 거야. 그냥 둬”라고 했더니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이거는 어디서 없애는 거야?”라고 묻는다. “피부과 가면 없앨 수 있지.”
아빠는 피부과에 가서 얼굴에 난 비립종을 모두 없애는 게 어떤지 물었다. 하나둘 자그마한 것들 것 신경 쓰이던 차였다. 그렇게 레이저로 얼굴에 난 것들을 모두 없앴는데, 얼마 전 거울을 봤더니 세상에 또 생긴 게 아닌가. 왜 자꾸 생기는 걸까. 제거를 할 때도 왜 생기는지 물었는데,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명확하게 알 수 없다는 하나마나 한 대답이 돌아왔다. ‘흥, 생기면 또 없애야 한다는 거네’하고 속으로 투덜거렸다. 하나도 아프지 않다고 한 말도 거짓말이었고, 레이저로 지질 때마다 아팠다. 나는.
참을성이 강한 편은 아니지만, 엄청난 엄살쟁이는 아니어서 ‘겁을 먹을까 봐’ 의사 선생님이 둘러댄 거라 생각하기로 했다. 눈두덩에도 비립종이 났다는데, 이건 도저히 무서워서 그냥 두겠다고 했다. 그때 남겨뒀던 비립종이 외로울 틈도 없이 동글동글 자그마한 것들 하나둘 생겼다. “없앴는데 또 생긴다”며 속상한 마음을 친구에게 이야기했더니, 나도 얼마 전에 “깨 털고 왔어”라며 아무렇지 않게 말해서 당황스러웠다. 얼굴에 못난 것들이 하나둘 생기는 걸 보며 내가 나이를 들어가고 있다는 걸 느낀다. 속상하게.
얼굴에 난 비립종을 없애는 데는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다. 간단한 시술에 효과도 좋지만, 레이저로 지질 때마다 따끔따끔한 그 느낌이 싫다. 아프다. 3년 전 말간 얼굴을 보며 열심히 관리해야지 했는데, 나는 부지런 한 성격은 아니라 금세 소원해졌다. 그 사이 내 얼굴엔 알 수 없는 것들이 생겨났고, 세어보니 꽤 됐다. ‘피부과는 가기 싫은데, 어떻게 하지?’ ‘없애도 또 생길 텐데 그냥 둘까’ 싶기도 하지만, 거울을 볼 때마다 조금 신경 쓰여서 죄 다 없애 버릴까 싶기도 하다. 나이가 들면 이렇게나 신경 써야 할 게 많아지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