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번째 이야기 [2024. 3. 21. 목]
내 친구는 동물을 정말 사랑한다. 예쁜 강아지와 함께 사는 친구는 강아지뿐만 아니라 고양이, 판다 또 다른 동물을 고루 사랑한다. 한 번은 친구네 회사 근처에서 자주 만나는 고양이를 만지고는 알레르기 때문에 한동안 고생한 적이 있다. 그런데도 그 고양이만 보면 쓰다듬고 싶다는 친구다. 강아지와 함께 사니 강아지를 좋아하는 건 알았는데, 고양이까지 좋아하다니. 어쩐지 그 친구와 새침 도도한 고양이는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그 친구의 동물사랑은 고양이에게까지 번졌나 보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가 인스타그램 DM으로 자꾸만 판다 영상을 보내왔다. 어느 날은 아이바오였다가 어느 날을 푸바오였다. 대부분이 푸바오 영상의 링크였는데, 쌍둥바오가 태어나자 그들의 영상도 링크를 타고 전해졌다. 그래서인지 나의 피드에도 판다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바탕 판다들을 만나고 나면 '역시 귀여운 생명체야'라는 생각이 들지만, '만나고 싶다'라는 마음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나와 달리 친구는 판다를 보면 볼수록 만나고 싶다는 갈망이 생기는 모양이었다.
그런 친구의 마음을 알기에 푸바오가 중국으로 가기 전 지난해 나와 동물을 사랑하는 S와 또 다른 친구 J는 함께 에버랜드에 다녀왔다. 우리 셋은 머리핀을 각자 사서 꽂고는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가장 먼저 판다를 만나러 갔다. 입장해서 판다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은 단 5분! 짧은 시간이었지만 영상으로 보던 판다를 직접 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 비록 푸바오는 자는 모습밖에 볼 수 없었지만, 러바오는 자지 않고 먹고 또 먹었다. 식욕이 터졌는지 누워서도 먹고, 앉아서도 먹었다. 야무지게 먹는 모습을 보니 엄청 큰 판다였지만 어쩔 수 없이 귀여웠다. 사실 그냥 봐서는 러바오인지 푸바오인지 나는 잘 분간이 가지 않았는데, 가만가만히 보니 노르스름한 누룽지를 연상시키는 아이가 푸바오였다. 나무에 아주 불편하게 매달려서 잘도 잤다.
지난해 판다를 보고 왔는데, 동물을 사랑하는 S는 "판다를 보러 가지 않겠느냐"라고 물었다. 부산에서 용인까지는 먼 거리라 망설여졌다. S는 신난 목소리로 "나 판다 보러 가려고 예매했어"라고 했다. 혼자서라도 쌍둥바오, 푸바오, 아이바오, 러바오까지. 바오 가족을 보고 오겠다는 그녀다. 그녀의 놀라운 판다 사랑을 응원하며 혼자 가더라도 밥은 꼭 챙겨 먹으라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사육사라는 직업이 있다는 걸 알았다면, 사육사가 됐을 거라고 말하는 내 친구. 그녀가 사육사가 됐다면 여자 강바오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