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번째 이야기 [2024. 3. 25. 월]
새하얀 드레스를 입은 친구 모습을 떠올리니 왈칵 눈물이 났다. 자만추를 추구한다는 그녀는 소개팅을 한다고 했다. 몇 개월이 흘렀을까 결혼한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나에게 청첩장에 들어갈 문구와 축사를 부탁해 왔다. 청첩장의 글은 몇 번 써보았는데, 축사는 써본 적 없었지만, 축하의 마음을 담아 쓰기로 했다. 간과한 사실이 하나, 축사를 썼으면 읽어야 한다는 것. 부끄러움이 많아 사람들 앞에서 그걸 읽을 용기가 나지 않는데 어떻게 하지? 쓴다는 생각만 하고 읽어야 한다는 생각을 못했다. 친구의 결혼식은 두 달 후, 내가 과연 축사를 읽을 수 있을까.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일을 할 때면 걱정이 앞선다. ‘일단 해보자’라는 마음은 좀처럼 들지 않는데, 이건 이래서 걸리고 저건 저래서 걸린다. 마음에 걸리는 것들을 하나둘 제거해나가다 보면 가장 안전하고 좋은 방법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면 새로운 나를 발견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경험하지 못한 것들도 많아지는 것. 그래서 해보지 않은 것들을 해보려고 노력한다.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 은 떨리고 긴장되지만 친구의 결혼을 축하해 줄 수 있으니 그냥 해보기로 한다.
한다고 마음먹은 후부터 또 다른 고민이 시작된다. ‘어떤 이야기를 하는 게 좋을까’ 신랑신부, 혼주, 사회자 말고는 축사에 귀 기울이는 사람은 적겠지만, 연인에서 부부가 되는 첫날이라고 생각하면 한 자 한 자 예쁜 말만 담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면 어쩐지 친구의 결혼생활에도 활짝 꽃이 필 것 같다.
고민에 고민을 하는 나에게 “어떤 말이든 네가 해주면 너무 좋을 것 같아”라는 친구. 그 말을 들으니 ‘더 대충 할 수 없겠다’ 싶다. 한 번뿐인 결혼식을 근사하게는 아니라도 망치고 싶지는 않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