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번째 이야기 [2024. 3. 26. 화]
그럴 때가 있다. 내가 나여서 감사하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곁에 있어서 감사할 때. 이런 마음은 행복할 때도 느끼지만 억울한 일이 있거나 화가 날 때 일단 내 편을 들어주는 내 사람들을 만나면 고마운 기분이 든다. 그래도 괜찮아 우리가 옆에 있잖아’ 이런 말을 힘날 때까지 계속해주는 기분이랄까. 든든한 마음을 한 움큼 집어먹고 나면 어쩐지 억울함도 화도 누그러진다. ‘그래, 아무렴 어때. 나는 지금 행복한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기분 나빴던 일들을 슬그머니 뒤로 밀어낸다.
내 사람들과 와르르 떠들고 나면 기분 나빴던 일쯤은 말끔히 잊고 오늘 찍은 사진과 함께 이야기했던 것들을 떠올리며 한동안 행복에 젖는다. 그 행복감을 잊지 않기 위해 우리는 또다시 만날 날을 정하고 친구 몰래 찍어둔 사진을 주고받으며 하하 호호 웃는다. 내가 웃으면 친구가 웃고, 친구가 웃으면 또 내가 웃고. 함께하는 곳에는 웃음이 따라다닌다. 매번 같은 이야기를 해도 우린 즐겁다.
만나면 특별한 걸 하지 않지만, 그저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 즐겁다. 그런 존재가 내게 있어서 기쁘다. 언제고 전화해도 어색하지 않은, 오랜만에 만나도 할 이야기가 넘쳐나는 내 오랜 친구들. 나는 외향적이지도 않고 인싸도 아니어서 주변에 사람이 많지 않다. 만나는 몇몇 사람을 보고 또 본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증명해보이지 않아도 되는 그 관계 속에서 안정과 평화로움을 느낀다. 좋아하는 이들과 함께라면 매일 같은 것을 먹는데도 나는 쉽게 행복해진다. 나에게 소중한 사람은 좋아하는 계절과 같다. 잠깐 잊고 있더라도 결국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한결같다는 것. 그 계절이 다가올 때면 설렘을 감출 수 없다는 것. 여름이 오려면 아직 멀었지만, 곁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기에 오늘도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