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일은 어떻게 우산만큼 자랐나

by 박수민

열여섯 번째 이야기 [2024. 3. 28. 목]


집에서 키웠다며 케일을 건넸다. 그것은 마트에서 보던 보통의 케일과 달랐다. 잎은 더 길쭉했고, 대도 훨씬 길었다. 여러 겹 쌓여있으니 부채 같기도, 우산 같기도 했다. 자그마한 텃밭에서 길렀다는데 자그마한 텃밭에서 어떻게 저렇게 큰 케일이 자랐을까.


케일을 심고서 처음으로 수확한 거라고 했다. 케일이 원래 저렇게 웅장하게 자라는 채소던가. 모든 케일이 저만큼이나 큼직큼직하게 자란다면 케일은 정말이지 가성비가 좋은 채소가 아닌가. 커다란 케일을 씻으며 ‘몇 장만 있어도 충분하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케일을 한 스무 장쯤 받은 것 같은데 큰 크기 덕분에 두어 번 먹고도 아직 냉장고에 여러 장의 케일이 남았다.


케일을 먹으며 나이가 들면 왜 채소든 꽃이든 무언가를 가꾸는지 궁금해졌다. 자식들은 다 크다 못해 훌쩍 자란 키가 조금씩 줄고 있으니 이제야 누군가를 돌보아야 하는 의무에서 벗어났는데, 다시 식물을 키운다니 그 마음을 헤아리기엔 아직 덜 자랐다. 어른들이 주는 채소를 넙죽넙죽 받아먹으며 어쩐지 덜 자란 마음까지 함께 자라는 느낌이다. ‘이 채소를 키우기 위해 텃밭에 쪼그려 앉아 며칠을 보냈을까’하는 생각이 들어 한 잎 한 잎이 귀하다. 요리를 하지 못하는 나는 어떻게 남은 케일을 다 먹을지 생각한다. 그 케일은 단순한 케일이 아니어서 버리기에는 어쩐지 함께 건네받은 마음까지 버리는 것 같아 죄스러운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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