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 번째 이야기 [2024. 3. 27. 수]
겨울의 기운이 밀려나고 봄날이 가까이 오고 있다. 길가 나무에도 팝콘 송이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꽃을 엄청 좋아하는 친구는 이맘때면 항상 코를 훌쩍인다. 날씨도 좋고 다 좋은데 자기는 콧물이 터져서 괴롭다고. 살랑이는 바람에 팔랑 떨어지는 꽃잎이 어여쁘지만, 콧물이 흘러 이 봄을 제대로 즐길 수 없다고 목멘 소리를 한다. 감기에 걸릴 때 빼고 콧물을 흘릴 일 없는 나는 친구 이야기를 들으며 ‘꽃망울과 함께 콧물이 터졌네’하고 생각했다. 친구는 훌쩍이면서도 날이 좋아 설렌다고 했다. 역시 봄날은 사람을 설레게 한다.
곳곳에 벚꽃 축제가 열리기 시작한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벚꽃축제지만, 어쩐지 이번에는 가보면 어떨까 싶다. 우리 집에는 주기적으로 구청에서 만드는 신문이 날아든다. 내가 사는 구에서도 벚꽃축제를 하는지 첫 페이지에 축제 정보가 한가득이다. 그중에서 부대행사로 열리는 벚꽃향수 만들기가 눈에 들어온다. 향수 만들기는 몇 본 해본 적 있는데, 벚꽃 향수는 뭐가 다른지 궁금하다. 향을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나는 기꺼이 새로운 향을 맡을 준비가 되어 있다. 주말이라 사람이 많이 몰리겠지만, 좋아하는 향을 위해서라면 사람들 틈을 비집어 볼만하겠다. 이번 봄의 시작은 해보지 않은 것들로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