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번째 이야기 [2024. 3. 20. 수]
잘 쓰지 않지만 나의 작업 공간이자 손님이 오면 머무르는 ‘내 방’이 있다. 창문 ‘가장자리’에 책상을 두어 좋아하는 책을 몇 권 올려두고 밤에는 ‘달에서 비쳐 오는 빛’을, 낮에는 흘러가는 구름을 본다. 책상 아래에는 스피커를 두어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듣고 싶은 노래를 골라 듣는다.
그렇게 있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저 멍하니 있게 된다. 노래도 좋고 구름도 좋고 나만의 평온한 시간을 보낸다. 맑은 날은 하늘을, 비가 오는 날은 빗소리를 음악 삼아 듣는다. 기분이 우울한 날은 ‘고요히’ 방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는다. 노트를 펼쳐 지금의 기분을 마구 써 내려간다. 비속어가 하나둘 섞여도 그냥 모른 척 넘어간다. 한바탕 쓰고 난 후 글을 찬찬히 읽어보면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어느 날은 ‘그런 마음이 들 수 있지’하고 어느 날은 왜 슬픈지 몰라 어리둥절할 때도 있다. 시원하게 마음을 터놓고 나니 어쩐지 조금 진정된다. 그리고는 노트를 찢는다. 한 장을 뜯어낸 후 조각조각 찢는다. 내 안에 감정을 찢기라도 하듯. 작아진 종이조각을 한 손에 쥐고 쓰레기통에 털어 넣는다. 우울한 마음도 함께 툭 하고 버린다.
한결 홀가분해진 마음으로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한다. 그럼 머지않아 슬그머니 잠이 온다. 나는 내 방에서 마음도 달래고, 친구도 만난다. 나를 더 나답게 해주는 나만의 공간은 나를 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