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음식을 먹을 때 까맣고 고소한 김을 손으로 쫙쫙 찢어 넣거나, 이미 잘라진 김을 솔솔 뿌려 먹는 걸 좋아한다. 하지만 나는 양념이 다 된 음식에 김을 넣어 먹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뽀얀 떡국 국물에 김은 넣지 않는 걸 선호한다. 바짝 구운 김을 밥에 싸서 간장에 콕 찍어 먹는 건 좋아하지만, 어쩐지 국물 요리에 김은 별로다. 국물을 호로록 마셨을 때 김이 입안으로 들어오는 게 싫다.
사람들은 김을 넣지 않는 나를 보면, “김 넣어야 더 맛있어. 잘라줄까?”라고 다정스레 묻지만 그럴 때마다 “아니, 괜찮아”라고 말한다. 다른 사람 눈에는 무언가가 빠진 심심한 맛의 떡국, 짠맛이 덜한 볶음밥일지 모르지만 내게는 그냥 김 없이 먹는 음식이다. 옛날에는 음식에 김을 넣으나 빼나 상관없이 곧잘 먹었던 것 같은데, 언젠가부터 김을 넣지 않는 걸 좋아했다. 물론 지금도 김이 뿌려져 나온 떡국도 잘 먹지만, 선택할 수 있다면 뿌려 먹지 않는다.
어릴 때는 김 하나로 밥 한 그릇 뚝딱 먹을 만큼 김을 좋아했다. 어쩌다 가끔 먹는 조미김은 정말 맛있었다. 맨 입에도 어쩜 그렇게 잘도 먹어지는지 나중에 물을 연거푸 마셔야 갈증이 해소됐지만, 인공의 짠맛은 포기할 수 없었다. 그런데 점차 입맛이 변해서 구운 김은 여전히 좋아하지만, 조미김은 잘 먹지 않는다. 취향도 그렇지만 입맛이라는 것도 자꾸 변해서 예전에 좋아하던 것을 더는 좋아하지 않게 되는 것들이 종종 있다. 앞으로도 취향은 계속 바뀌겠지만, 어쩐지 김은 덜 뿌려먹거나 지금처럼 넣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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