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이상하다. 자려고 누우면 배가 고프다. 이직한 회사는 출퇴근이 늦어 점심이 아닌 저녁을 먹는다. 회사에선 식욕이 없어 밥을 남기고는 집으로 돌아와선 주린 배를 잡는다. ‘아무것도 안 먹고 자면 조금 날씬해지겠지’ 하는 허황된 생각이나 하면서 가만히 누워 잠을 청해 본다. 잠이 올리 없다. 텅 빈 위는 하루 종일 고생시켜 놓고 밥도 안 준다며 소리소리 지른다. 몸을 일으키긴 싫고 꼼짝 않고 누워 냉장고에 무엇이 들었나 떠올려본다. 바로 먹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다 씻어먹거나 조리해 먹어야 하는 것들이다.
이럴 땐 침대에서 주방까지 거리가 멀기만 하고, 눈꺼풀은 무거워지는데 잠은 오지 않는다. 배를 채워야만 잠이 올 건가 보다. 뻑뻑한 눈을 끔뻑거리며, 허기를 달랠 방법을 찾는다. 마음도 이렇게 관심이 필요할 때 크게 소리내주면 얼마나 좋을까. 마음을 모조리 다 써버리고 나서야, 공허함에 발버둥 치게 하겠지. 나 좀 돌봐달라고 아우성치면, 귀가 어두운 주인이라도 마음을 들여다볼 텐데. 소리 없는 마음은 뒤로 하고, 소란스러운 빈속을 먼저 채운다. 배고픔을 달래고 나면, 머리맡에 놓아둔 책을 읽어야지. 적응하느라 고군분투하는 마음에도 보양식은 필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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