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정리하다 ‘버려야 정리가 된다’는 걸 깨닫는다. 그럼에도 쓰임은 적지만 소중한 것들을 버리지 못한다. 물건마다 추억하나쯤은 품고 있으니 물건을 버리는 순간, 기억도 함께 지워져 버릴 것만 같다. 어느 날은 ‘이것들을 다 내다 버릴까’ 싶다 가도 또 슬그머니 추억을 줍듯 물건들을 그러모아 한곳에 모아두고 조용히 뚜껑을 닫는다. ‘언젠가는 버릴지 몰라도 아직은 아니야’ 하면서.
분홍의 어여쁜 통에는 친구들이 준 편지들이 담겨 있다. 하나씩 꺼내 읽다 잊고 지낸 친구의 편지를 본다. 이런저런 이유로 지금은 연락 끊겼지만 한때는 매일 보다시피 했는데, 편지까지 주고받았나 보다. 편지를 펼치자, 그때의 친구와 내가 그려졌다. 편지는 이렇게나 시간을 품고 그 자리에 있는데, 문득 ‘마음도 보관이 될까’ 궁금해졌다. 친구에게 연락해 보면 금세 알게 되겠지만, 어쩐지 용기가 나질 않는가. ‘추억은 그대로 묻어둘 때 아름다운 게 아닐까’하며, 용기 없는 스스로를 달랜다. 그리고는 홀로 그 시절을 함께 보내주어 고맙다고, 마음으로나마 친구에게 안부를 전한다. 언제, 어디서든 늘 행복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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