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철학 크리에이터가 있다. 철학은 모르지만, 그 사람 입에서 나오는 철학자의 이름은 어쩐지 멋있어 보여서 멍하니 보게 된다. 어느 날은 "나는 왜 이렇게 미룰까?"하고 자책하며, 유튜브를 보는데 알고리즘에 그가 떴다. 그는 유튜브 영상은 제작하지 않고, 멍하니 유튜브 조회수만 들여다볼 때가 있다고 했다. 조회수는 본인의 의지로 바꿀 수 있는 게 아닌데도 그것에 집착하게 된다고 한다. 그렇게 할 일을 미룬다고 했다. 유명 철학자도 일을 미룬다고 하니, 통달하지 않는 내가 무언가를 미루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
할 일을 미루면 마음은 조급하고 답답하지만, 그때 마시는 한 모금의 커피와 짧은 영상 한 편은 유독 달콤하고, 재밌다. 그럴 때면 '늘 이것만 보고 해야지'하고 혼자만의 마감을 정한다. 그 마감은 때론 한없이 미뤄지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그래도 꼭 해야 하는 순간에는 하게 되니 그건 다행이지 않나 싶다. 하기 싫은 일을 할 때 환경을 구축하면 할 수밖에 없다는데 나 같은 사람에게는 그것조차 일이 되기도 한다. 무언가를 미루지 않고 바로 해내면 더 멋진 사람이 될 것 같지만, 그래도 어떻게 한다는 사실에 위안을 삼기로 했다. 멋진 사람이 아니면 또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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