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 점, 지워지지 않아도 괜찮아

행복을 꿀꺽 삼키는

by 박수민

내 마음엔 까만 점이 하나 있다. 햇빛이 구름에 가려지듯, 행복을 꿀꺽 삼켜버리는. 보통 이 까만 점은 아주 작아 행복을 삼킬 힘이 없다. 슬픈 기억이 물밀듯이 밀려오거나, 괜스레 마음 한구석이 허전한 날이면 몸집을 점점 키워 행복을 야금야금 갉아먹는다. 그렇게 행복을 와구와구 삼키고 나면 까만 점은 이제 나를 삼킬 준비를 한다.


까만 점에 빠져 있을 때는 세상이 온통 까맣다. 어둠으로 가득한 곳에 가만히 웅크린 채 앉아 있다 보면, 어느새 익숙해진다. 마치 처음부터 까만 인간인 것처럼. 그런 채로 벗어날 의지도 생각도 없어져, 어딘가 텅 빈 채로 그렇게 있다.


어두운 세상에 갇혀 헤어 나올 수 없을 것만 같을 때 기어이 제 몸에 어둠을 묻히고 나를 끄집어 내주는 이들이 곁에 있다. 어느 날에는 웃음을 달고 살고, 또 어느 날에는 눈물을 달고 살아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 그런 나를 가만히 바라봐 주는 이들 덕분에 나는 어둠에서 한걸음 한걸음 걸어 나온다. 그들이 내민 손을 부여잡고서.


내 안에 까만 점을 메워버릴 수 없겠지만, 이제는 안다. 어둠에 빠지더라도 괜찮다는 것을. 까만 점을 눈물로 가득 채운 후 홀가분해진 몸이 둥실 떠오르면 행복으로 챡! 하고 내디디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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