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도 많이 쓰면 지치더라

by 박수민

그 누구도 나에게 마음을 쓰라고 강요한 적이 없는데 나 홀로 마음을 쓰다 지쳐버릴 때가 더러 있다. 나 혼자서 한 일이라 누굴 탓할 수도 없고, 그저 그 마음을 놓아버리지 못한 나를 탓할 수밖에 없다.


마음의 땅굴을 파고 안으로 안으로 들어가려 할 때면 ‘내가 왜 그런 생각이 드는지’ 되짚어본다. 상대에게 실망했을 때나 누군가의 말이 마음에 맺혀 삼켜지지 않을 때도 가만히 마음을 살펴보려 한다. ‘왜 그 말이 아픈지’, ‘무엇 때문에 실망스러운지’ 찬찬히 들여다보면 결국 내 마음의 문제다.


나의 좁은 인간관계에서는 내 마음에 생채기를 내려고 달려드는 사람이 없다(의도치 않게 마음을 찔릴 때는 종종 있지만). 그러다 보면 결국 상처를 준 사람은 없고 상처를 받는 나만 덩그러니 남는다. 그리고 깨닫는다 ‘미련스레 이 불편한 감정을 부여잡고 있는 건 나구나’하고 말이다. 그런데도 나는 미련스러운 짓을 종종 아니 자주 한다. 마치 소가 되새김질을 하듯이 흘러간 기억을 붙들고서 곱씹어본다. 그런데 봤던 영화나 읽었던 책을 꺼내 읽을 때처럼 감동과 재미가 없다. 잔잔한 마음에 돌덩이를 마구 던져 아프게 요동칠 뿐이다.


그걸 알면서도 마음이 가라앉지 않을 때는 상대에게 말한다. 마음이라는 것도 쓰다 보면 지쳐서 어느 순간 슬금슬금 상대를 피하게 된다. 나도 모르는 새 어색한 사이가 되어버리기 전에 ‘사실 그때 내 마음이 이랬어’라고 털어놓는다. 그럼 대부분 상처 줄 의도가 없었고 내가 오해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나의 오해라고 짐작은 했어도 그걸 상대방이 ‘이래서 그렇게 말했던 거야’ 혹은 ‘~ 때문에 그렇게 했었어’라고 내가 미처 몰랐던 상황과 속내를 이야기해주면 상대를 미움 한 점 없이 온전히 애정할 수 있게 된다.




좁은 마음에 사는 나는 이렇게 미움과 애정을 고백하며 내 마음속에 들어온 사람과 때로는 눈물짓고 때로는 활짝 웃으며 지내고 있다. 나의 오해를 시간과 마음을 들여 기꺼이 풀어주는 내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느끼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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