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만났을 때의 일이다. 오랜만에 만난 터라 이야기를 해도 해도 끝이 없었다. 하나의 입으로 먹고 마시며 끊임없이 말을 토해냈고, 두 개의 귀로 식당의 소음, 커피숍의 노랫소리와 함께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다 한 친구가 대화를 멈춰 섰다. 시계를 흘깃 보더니 “고양이 밥 줄 시간이 다 됐어. 타이머를 안 맞추고 나와서…”라며 말 끝을 흐린다. 신이 나서 이야기하는 우리 사이를 비집고 미안함이 가득 배인 친구의 목소리가 얹어졌다.
그 친구는 남편과 함께 고양이를 키우며 산다. 이렇게 귀가가 늦어질지 몰라 고양이 급식 타이머를 맞추지 않았다는 것과 오늘따라 남편도 일이 있어 지금 가지 않으면 고양이 밥 챙겨줄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전했다. 한바탕 떠들다 보니 고양이 밥줄 시간이 되었고, 혹여나 배고파할 냥이 생각에 웃음이 뚝 멎었던 것.
다급하게 발걸음을 돌리는 친구의 등을 보며 생각했다. 생명을 돌본다는 건 즐거운 순간에도 마음 한 켠을 비워두는 일 같다고. 아무리 즐겁고 정신없어도 그 한 켠의 마음에는 절대 다른 것을 들이지 않겠다는 어떤 약속과도 같은 게 아닐까. 누구를 챙겨본 적 없는 삶을 사는 나는 그 마음을 알지 못하지만, 아쉬워 자꾸 뒤돌아보면서도 발길은 고양이를 향하는 친구의 마음이 참으로 소중하고 아름답다는 건 알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