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단어 잇기(가능, 감동, 단골)
그녀는 몇 달 전 미용실을 개업했다. 그녀에게 미용 기술이 있다는 것도 놀랐지만, 회사를 그만두자마자 미용실을 차렸다는 사실에 놀랐다. 작고 아담한 1인 미용실. 오랫동안 미용실을 하던 곳을 인수해서 그 세월만큼 낡은 티가 났지만, 깔끔한 그녀답게 여기저기 반질반질 윤이 나게 닦았다. 내부에 들어선 첫 느낌은 “깔끔하다”였다. 아직 개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손님이 드문드문 있지만 단골이 생기는 6개월까지는 마음은 비우겠다고 했었다.
개업한 지 며칠 되지 않았을 때 나 역시 머리를 한 적이 있는데, 꼼꼼하게 잘 잘라주었다. 이제 날도 더워지고 하니 머리를 하고 싶어 그녀에게 연락했다. 잘 지내냐는 물음에 “그럭저럭”이라고 하는 걸 보니 신상에 별다른 변화가 없나 보다. 뒤이어 나는 하고 싶은 헤어스타일 사진을 보냈다.
“이 머리 가능해?”
“머리보다는 얼굴 때문에 예뻐 보이는 거 아냐?”
“그럼 나는 못하는 거야?”
“아니 우리 수민이도 예쁘지”
이건 거짓말이다. 그녀는 여태껏 나에게 예쁘다는 말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미용실 하더니 칭찬이 늘었다. “거짓말하지 마”라고 하려다가 거짓인걸 알아도 기분은 좋았으므로 넘어가기로 했다. 대신 “나 이 머리 보자마자 너한테 해줄 수 있는지 물어보려고 사진까지 캡처해 뒀어”라고 했다. ‘이 머리가 꼭 하고 싶어’라는 속내를 에둘러 표현한 건데, 그녀는 “역시 너밖에 없네”라며 감동했다.
역시 대화는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의도한 것과는 달랐지만, 그녀도 나도 기분 좋아졌으니 좋은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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