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마음은 아름다움
그런 것도 못 본 체로 봄을 지나칠뻔했다. 어젯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어쩐지 더 걷고 싶은 마음에 평소 오지 않던 길로 둘러왔다. 길목에 노오란 꽃이 선물처럼 피었다. 활짝 핀 봉우리들이 많은 걸 보니 한참 전부터 꽃잎을 틔운 것 같은데 무엇이 그리 바쁘다고 꽃 피는 것도 모르고 살았나.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에 마음을 잔뜩 내어주고선 눈앞의 아름다움을 놓친 것 같아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노란 꽃들은 어둠에 묻히지 않는 화사함으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아직 저물지 않은 것에 감사하며 가로등 불빛 아래서 빛나고 있는 꽃들을 한참 바라봤다.
언제부턴가 꽃들을 보면 기특한 마음이 든다. 척박한 땅이든, 기름진 땅이든 가리지 않고 피어있는 꽃들이 때론 나 같아서 응원하는 마음이 생기는 거다. 아무도 몰라줘도 빛을 잃지 않고 자라나는 그 모습이. 그런데 한 편으로 이거 잡초 아닌가. 잡초이면서 이렇게 예뻐도 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시멘트 틈 사이를 비집고 꽃을 피우려면 잡초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나. 가꾸지 않아도 계속 자라나는 그 질긴 생명력. 잡초 같은 마음으로 살아야지. 작은 일쯤이야 ‘그러려니’하고 툭툭 털어내는 그런 여유와 배포를 가지고 싶다. 아직 나에게는 한참이나 먼 길.
작은 일에도 끙끙거리는 어떤 때는 ‘아 나도 몰라’하고 툭 놓아버리고 싶을 때도 있다. 내가 붙잡든 잡지 않든 흘러가는 것들을 손에 꽉 쥐고서 혼자 힘들어한다. 지나고 보면 그럴 일이 아니었는데, 하는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J는 이런 나를 보고 “너 성격이 이상해서 그래”라고 했다. 툭 지나가는 말도 하나둘 그러모아 ‘왜 그랬을까’하고 오래 품는 나를 곁에서 보는 친구는 답답하고 안타까워한다. 남들은 기억하지 못하는 것들을 잘도 기억하는 나라서. 때론 이런 내가 피곤하지만, 그래도 어쩌겠나. 그 덕분에 이렇게 오늘도 글을 쓰고 있는 거겠지. 나처럼 속에 품은 말들이 많은 사람이 글을 쓰는 게 아닐까 싶다. 글은 나에게도 누군가에도 숨 쉴 틈이 아닐까.